[TEN 리뷰] ‘지랄발광 17세’, 꼰대의 잣대는 거부한다…발칙한 성장기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지랄발광 17세' 스틸컷

영화 ‘지랄발광 17세’ 스틸컷

“지랄발광? 국내 개봉작 제목이 맞나?”

의심하며 원제를 궁금해 할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를 본 이후엔 이보다 더 잘 맞는 제목은 없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발칙한 제목보다 더 화끈한 소녀의 성장기가 관객들을 웃긴다.

미국 하이틴 무비는 국내에서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새롭게 출격하는 ‘지랄발광 17세’는 역대급 영화임을 자초한다. 하이틴 무비의 가뭄에 뿌려진 단비다.

‘지랄발광 17세(원제 The Edge of Seventeen)’은 아홉수보다 격한 일곱수를 살아가는 17세 네이딘(헤일리 스테인펠드)의 이야기를 그린다. 본인의 인생이 더 중요한 엄마 모나(카이라 세드윅)와 잘생기고 인기가 많아 줄곧 비교의 대상이 되는 오빠 대리언(블레이크 제너) 사이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성격 탓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네이딘은 유일한 절친 크리스타(헤일리 루 리차드슨)와 모든 고민을 나누며 사회성을 기른다. 그 마저도 오래가진 못 한다. 크리스타가 앙숙인 대리언과 눈이 맞아버린 것.

남의 연애를 보며 자신도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꾸지만 짝사랑 상대 닉(알렉산더 캘버트)은 네이딘의 존재조차 모른다. 그에게 SNS 친구 신청을 거절당한 후 순간적으로 “나랑 자자”는 메시지까지 보내고 만다. 이불킥 후 자살하겠다며 선생님 브루너(우디 해럴슨)를 찾아가지만 그는 “나 역시 유서를 쓰고 있었다”고 응수하며 네이딘의 고민을 쿨하게 받아친다.

영화 '지랄발광 17세' 스틸컷

영화 ‘지랄발광 17세’ 스틸컷

어른들은 고민에 빠진 청소년들에게 “네가 하는 걱정도 커보면 별 거 아니야”라고 조언하곤 한다. ‘지랄발광 17세’는 어른들의 잣대를 허용하지 않는다. 조언을 하기엔 네이딘의 17년 인생사가 너무나 발칙하다. 덕분에 10대 청소년뿐 아니라 전 세대가 당시를 떠올리고 공감하며 극을 즐길 수 있다.

극은 하이틴 무비의 전형적인 전개를 따른다. 나만 힘들다고 징징대던 네이딘이 점차 타인의 아픔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 미숙한 10대의 좌충우돌 성장기가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지랄발광 17세’는 그 간극을 유쾌한 터치로 풀어낸다.

그 중심엔 헤일리 스테인펠드가 있다. 15,000:1명의 경쟁을 뚫고 코엔 형제의 ‘더 브레이브’를 통해 데뷔한 그는 국내에선 ‘비긴 어게인’에서 마크 러팔로의 딸 바이올렛 역으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헤일리 스테인펠드는 유일한 편인 아빠를 잃은 후 ‘막 사는’ 청소년의 전형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외적인 망가짐까지 불사했다. 가족과 친구, 남자, 선생님 등 누구와 붙어도 폭발하는 케미는 극의 중요한 웃음 포인트가 된다.

‘지랄발광 17세’는 좌충우돌 10대에게 꼰대의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는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한 소녀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은 큰 웃음은 물론 따뜻한 여운까지 남긴다. 오는 28일 개봉. 15세 관람가.

영화 '지랄발광 17세' 포스터

영화 ‘지랄발광 17세’ 포스터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