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끝없는 수다빅뱅… ‘알쓸신잡’에 빠지다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사진=tvN '알쓸신잡' 포스터

‘알쓸신잡’ 포스터 / 사진=tvN 제공

그들의 수다에 제대로 빠져들었다. 끝없이 피어나는 이야기꽃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대화에 끼고 싶어진다. ‘알쓸신잡’이 오로지 ‘수다’만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의 시청률 상승 추이가 심상치 않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알쓸신잡’은 시청률 5.4%(이하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의 기록으로 출발했다. 2회 5.7%, 3회 6.4%로 뚜렷한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다.

‘알쓸신잡’은 MC 유희열과 유시민 작가,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뇌 과학자 정재승으로 구성된 이른바 ‘인문학 어벤져스’ 출연자들이 국내 각지를 돌며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와 지식을 쏟아내는 수다 여행기. 정치·경제·미식·문학·뇌 과학·음악분야를 대표하는 잡학 박사들은 처음 접하는 이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지식마저도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며 분야를 넘나드는 지식을 대방출한다.

스타가 등장하지도, 화려한 볼거리를 예고한 것도 아니다. 지식인들의 수다를 내세웠다. 그러나 나영석 PD는 자신했다. “쉴 새 없는 이야기들 사이에서 타 예능과는 다른 차원의 재미를 느낄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는 적중했다. 시청률 상승이 이를 증명하고, 프로그램에서 언급된 책들이 서점가의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유시민의 ‘항소이유서’, ‘통영 다찌집’ ‘미토콘드리아’, 네루의 ‘세계사편력’,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 등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는 걸 보면 말이다.

지식들의 강연과 가르침이 아닌 ‘수다’가 제대로 통했다는 평이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아니 별로 알려고 하지 않았던 한 사안에 대해 숨은 이야기와 그 사안이 다른 주제로 뻗어나가는 과정이 다시 재밌다. 이야깃거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장된다. 광범위하다. KTX에 탄 이들은 KTX의 약자부터 한국 기차의 역사 더 나아가 세계 기차의 역사까지 물꼬를 튼다. 맛있는 빵을 먹으면서 김영하의 “미국에서는 집을 팔 때 빵을 구어 놓는다. 오븐에서 빵 냄새가 나면 집을 산다. 따뜻한 가정의 느낌을 느낀다”는 설명이 곁들여진다.

'알쓸신잡' 스틸컷 / 사진=tvN 제공

‘알쓸신잡’ 스틸컷 / 사진=tvN 제공

1회는 통영, 2회는 순천과 보성, 3회는 강릉으로 향했다. 각자의 방식으로 그곳을 여행하고 저녁 식사 때 다 같이 모여 그 지역과 관련된 이야기들로 수다빅뱅이 시작된다. ‘잡학박사’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모르는 것이 없다. 정재승이 ‘우리가 이순신의 숨결을 느꼈다’를 과학적 근거로 들어 말할 때 감탄이 쏟아졌다.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내용은 인간의 언어 발달 과정에 대한 수다로 이어졌다.

출연진들이 대화를 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다양한 지식을 나누는 일이 즐거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다. “강릉하면 에디슨 박물관”이라며 흥분하는 정재승과 김영하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지식을 받아들이는 그들의 태도에 주목하게 된다. 잡학박사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을 뽐내려하기보다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를 알기 쉽게 풀어내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생각을 첨언하며 ‘진정한’ 대화를 나눈다.

더불어 토론을 하거나 강연을 펼치는,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본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강점이다. 강릉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유시민은 국내의 문화 비평을 ‘주례사 비평’이라고 비난하며, 노벨 문학상을 받은 권터 그라스의 신작 ‘광야’를 비판했던 독일의 평론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고전 앞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면서  우리가 책을 대하는 진정한 방법에 대해 역설했다. 강릉에서 만난 오죽헌의 팻말을 통해 신사임당이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서의 모습만 강조되자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신사임당을 ‘현모양처’라는 틀에 가둬놓은 것이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를 지켜보던 이들 역시 다시 한 번 자신이 신사임당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돌이켜보게 된다.

‘알쓸신잡’은 마치 한 동안 서점가를 강타했던 채사장 작가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지대넓얕)의 방송판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뇌가 즐거워지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며 “대중들도 이런 프로그램을 그동안 원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나영석 PD의 말처럼, 대중들은 진정한 지식에 갈증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재미있는 이야기에 끌린다. 그래서 잡학박사들의 흥미진진한 수다 속으로 기꺼이 함께 유영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