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끝내고 즐겨주길”, ‘옥자’ 봉준호 감독의 속내 (종합)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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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의 주역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당주동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영화 ‘옥자’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옥자’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둘러싼 여러 논란들에 대해 속 시원하게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더 이상의 논란 대신 관객들이 즐겁게 영화를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을 더했다.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 내한 기자회견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봉준호 감독·틸다 스윈튼·안서현·스티븐 연·변희봉·다니엘 헨셜·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옥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전 세계 중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오는 29일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 개봉을 동시에 진행한다. 봉준호 감독이 한국에서만큼은 극장 상영을 하길 원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그러나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측은 ‘옥자’의 극장과 스트리밍 동시 개봉에 대해 반발했다. 기존 영화 유통 질서를 흔들 수도 있다는 것. 극장 개봉 이후 홀드백(개봉 3주 후) 기간을 거쳐 IPTV를 포함한 TV, 온라인, 모바일, DVD 등 서비스를 진행했는데 ‘옥자’가 기존 관행을 깨고 극장과 스트리밍을 동시에 개봉 하겠다고 한 걸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옥자’는 전국 100여개의 단관 극장과 상영을 협의 중이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가는 곳마다 논란을 몰고 다닌다. 의도한 것은 아니다. 이런 논란이 야기되면서 이런저런 규칙들이 생기고 있다. 칸 영화제 측도 앞으로 넷플릭스 영화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룰이 생기지 않았나. 그렇게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도 이 영화의 복이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뒤에 프랑스 극장협회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봉 감독은 “칸 영화제 같은 경우는 프랑스 내부에서 법적으로 정리가 됐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초청해 놓고 논란을 만들어서 민망했다. 나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데, 프랑스 국내법까지 공부하면서 영화를 만들 수 없지 않은가”라면서 “그런데 영화제는 이슈와 논란이 필요하다. 영화제 초반 분위기를 달구는데 좋은 공헌을 하지 않았나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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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당주동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영화 ‘옥자’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이어 “한국은 양상이 다르다. 3주간의 홀드백 기간을 원하고 있다. 극장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과 극장 동시 개봉을 원칙으로 삼는다. 그 원칙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가입자 회비로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우선권을 뺏을 수는 없다”면서 “‘왜 이런 논란이 생긴 걸까’생각했는데, 나의 영화적 욕심 때문이었다. ‘옥자’를 찍으면서 큰 화면에도 걸렸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스트리밍과 극장 동시 개봉에 대한 룰 보다 영화가 먼저 왔다. 이후 ‘옥자’가 이 사안을 정리하는 신호탄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슈퍼 돼지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미자(안서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유전자 조작 돼지, 대량 가축 시스템 등 영화는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봉준호 감독은 “육식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 동물도 동물을 먹는다. 육식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대량생산의 제품으로 동물들을 가혹하고 잔인한 환경 속에 편입시킨, 공장식 축산에 대해서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리 시대가 주는 피로가 있다. 그런 사회에서 파괴되지 않는 게 있다는 걸 미자와 옥자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변희봉은 “봉준호 감독과 네 작품을 했는데 그의 책에는 항상 메시지가 있다. 어떤 작품도 그냥 흘러가는 법이 없다. 감탄스럽다”고 전했다. 다니엘 헨셜은 “‘옥자’는 희망을 얘기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두운 곳이 아직 많다.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희망을 가진다. 많은 사람들이 어둠보다는 빛을 선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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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 내한 기자회견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당주동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렸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틸다 스윈튼은 “메시지가 있다기보다 어떤 암시와 태도를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영화 속 인물들 중 미자와 옥자를 빼놓고 모두다 거짓말을 한다. 옥자와 미자는 그런 현실을 견뎌낸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진정한 자아를 지키면서도 사랑, 신뢰, 가족 등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뒤에도 한국에서 개봉을 발표한 뒤에도 ‘옥자’는 개봉도 하기 전에 여러 잡음에 휩싸였다. 꼭 극 중 미자가 옥자를 찾기 위해 강원도 산골에서 서울, 미국 뉴욕으로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모습과 닮아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마지막으로 “이제 논란은 끝내고 영화를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옥자’는 오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된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 공개와 동시에 멀티플렉스 극장을 제외한 전국 100여개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