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②] 칸 에서 충무로로, 재현된 생태계 파괴 논란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옥자' 포스터

‘옥자’ 포스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가 프랑스 칸에 이어 한국에서도 베일을 벗었다.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뜨거운 감자’로 칸을 달궜던 ‘옥자’는 한국에서도 순탄치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생태계 파괴’와 ‘새로운 플랫폼일 뿐’이라는 두 가지 시선 속에서 ‘옥자’는 극 속 내용처럼 험난한 개봉 여정에 나섰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대한극장에서 ‘옥자’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상업영화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3대 멀티플렉스가 아닌 단관 극장에서 열린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옥자’는 미국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5000만달러(약 570억원)를 투자한 작품으로 오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서 동시에 공개된다. 봉준호 감독의 뜻에 따라 한국과 미국, 영국에서는 극장에서도 개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런 ‘옥자’의 개봉 방식을 두고 국내 멀티플렉스 측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옥자’가 인터넷 플랫폼과 극장에서 함께 공개할 경우 극장 개봉 뒤에 인터넷TV(IPTV, VOD) 공개, 이후 방송 송출이라는 전통적 배급 질서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국내에서 한 편의 영화가 극장 상영 뒤에 IPTV나 케이블 등 다른 플랫폼에서 공개되는 경우는 최소 3주다. 프랑스(3년), 미국(90일)에 비해서는 짧은 기간이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국내에 고착화된 유통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는데, 넷플릭스가 그걸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극장 개봉을 발표했다”면서 “‘옥자’가 극장 개봉을 하면 전통적인 유통 질서를 파괴할 수도 있다. 국내 영화산업의 가치를 존중해주길 바라는 것이 국내 멀티플렉스의 입장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칸 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프랑스 극장협희(FNCF) 측도 넷플릭스 작품인 ‘옥자’가 기존 영화 생태계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선 극장개봉, 후 스트리밍이라는 전통적인 영화 유통 질서를 훼손한다는 명목 하에 ‘옥자’의 경쟁 부문 진출을 반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에 칸 영화제는 내년부터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는 영화는 초청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칸에서 불붙은 논쟁은 충무로에서도 재현됐다.

대한극장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개최한 '옥자' / 사진=조현주 기자

대한극장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개최한 ‘옥자’ / 사진=조현주 기자

앞서 넷플릭스 측은 대한극장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여는 것과 관련해 “새로운 상영방식을 지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를 충무로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한국영화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대한극장에서 처음으로 공개함으로써 전통과 변화는 상호 공존한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옥자’ 상영을 거부하거나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배급시사회를 열 수 있는 관을 찾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옥자’의 국내 배급을 맡은 NEW 측은 멀티플렉스 개봉과 관련해 “개봉 1주일 전까지는 계속해서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멀티플렉스에서 ‘옥자’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옥자’는 12일 대한극장, 서울극장, 청주 SFX 시네마, 인천 애관극장, 부산 영화의 전당 등 전국 7개 극장에서 1만 석에 대한 사전 예매를 시작했다. 현재 100여 개 단관 극장과 협의 중인 상태다. ‘옥자’는 오는 29일 넷플릭스와 NEW 측과 합의된 몇몇 극장에서만 개봉한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