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①] 역시 봉준호 감독… 눈물겨운 사랑과 모험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옥자' 예고편 / 사진=넷플릭스 제공

‘옥자’ 예고편 / 사진=넷플릭스 제공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가 한국에서 첫 공개됐다. 미자(안서현)와 유전자 조작 돼지 옥자의 눈물겨운 사랑과 모험기를 다룬 작품으로 두 주인공의 교감과 봉준호 감독 특유의 날이 서 있는 풍자적인 요소가 적절한 조화를 이뤘다.

‘옥자’는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2013)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안서현)의 이야기를 그렸다.

‘옥자’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가 제작한 첫 장편영화로 5000만달러(약 570억원)를 투자하고,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해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전 세계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사람과 동물의 관계는 아름답기도, 혹은 그렇지 않기도 하다. ‘옥자’는 그 둘을 다 담고 있다”는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베일을 벗은 ‘옥자’는 소녀와 동물의 아름다운 우정과 함께 공장식 대량 사육 시스템의 민낯을 보여준다. 인간은 동물을 친구로 여기기도 하지만 식용의 대상으로 보기도 한다. ‘옥자’는 이중적인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통해 주제의식을 극대화시킨다.

글로벌 식품 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 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는 세계 26개국 농장에 유전자 조작을 숨긴 채 초대형 슈퍼 돼지들을 분양, 각 나라의 환경에 맞게 기르게 한다. 그렇게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와 옥자는 10년간 함께 자라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미란도 직원들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슈퍼 돼지 경연대회’를 위해 옥자를 뉴욕으로 데려간다. 이에 따라 강원도에서 서울 그리고 뉴욕을 오가는 미자의 ‘고군분투 대여정’이 펼쳐지게 된다.

유전자 조작과 동물 학대를 숨긴 뒤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펼치는 미란도와 옥자를 이용해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동물학자 죠니(제이크 질렌할), 옥자를 앞세워 미란도의 끔찍한 만행을 공개하려는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 등 각자의 이권을 둘러싸고 옥자를 차지하려는 탐욕스러운 세상에 맞서 미자는 어떻게든 옥자를 구출하기 위해 애쓴다.

'옥자' 안서현

‘옥자’ 안서현 / 사진=넷플릭스 제공

소녀와 동물의 순수한 교감 그리고 위험천만한 모험과 구출은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와 날카로운 메시지, 동화 같은 감각적인 영상미와 음악 그리고 털 하나까지 생생하게 구현된 옥자의 모습을 통해 눈물겹도록 뭉클하고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커더란 덩치의 외모와 달리 온순하고 순진한 눈망울을 간직한 옥자가 괴로움에 몸부림치거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보고 있기 힘들 정도다. 미자와 행복하게 살아가던 옥자가 겪는 고통은 야만적인 공장식 사육 시스템에 대해 한번 즈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안긴다.

무엇보다 정교하게 구현된 옥자의 모습은 극의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통해 2013년 아카데미 시상식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에릭 얀 드 보어 감독의 작업물로, 그는 옥자를 단순한 CG 캐릭터가 아닌 감정을 지닌 동물로 탄생시켰다.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제이크 질렌할·폴 다노·스티븐 연·릴리 콜린스·지안카를로 에스포지 등 할리우드 배우들과 안서현·변희봉·윤제문·최우식 등의 호연 역시 돋보인다. 특히 극을 이끌어가는 미자 역의 안서현은 2,1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왜 봉준호 감독의 선택을 받았는지 몸소 증명한다. 과감한 액션부터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당찬 매력으로 안정적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틸다 스윈튼은 루시 미란도와 낸시 미란도 자매의 1인 2역을 맡아 탐욕스럽고, 이중적인 두 얼굴을 드러냈다.

‘옥자’는 오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공개된다. 서울극장, 대한극장 등 대한민국 일부 극장에서도 개봉한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