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윤을 위한 ‘라디오 스타’ 新 풍수지리지

올해 MBC ‘라디오 스타’(이하 ‘라스’)는 많은 이별을 겪었다. 그리고, 그건 대부분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었다. 신정환이 그랬고, ‘무릎 팍 도사’가 그렇게 떠났다. 심지어 신정환의 뒤를 이어 MC 자리를 꿰찬 슈퍼주니어의 김희철도 적응이 될 만 하자 군대로 훌쩍 떠나버렸다. 얼마 전부터 ‘라스’에는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라는 원년 MC들, 또한 새 식구인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남았다. 더불어 씁쓸하고 무겁지만, 한 번 승부를 내볼 만한 ‘단독 편성’이라는 과제도 내려졌다. 이 와중에 지난 16일, ‘라스’는 이 난제이자 도전을 돌파할 무기로 유세윤의 MC 영입을 꺼내들었다. 그의 첫 녹화는 오는 30일이라지만, 벌써부터 우리의 관심은 그가 ‘라스’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에 쏠려 있다. ‘라스’에서의 역할이란 다른 MC들과의 관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고, 관계는 자리배치를 떠나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유세윤은 어떤 자리를 선택해야 할까. 믿거나 말거나, 풍수지리와 이에 따른 생존전략을 통해 그가 앉아야 할 자리를 미리 점쳐봤다.

유세윤을 위한 ‘라디오 스타’ 新 풍수지리지
이일대로: 편안함으로써 피로해지기를 기다린다
볕이 잘 들지 않을 뿐더러 사람들의 눈길까지 자주 닿지 않는 그늘진 구석으로, 양기는 부족하고 음기는 넘쳐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사람 또한 햇볕을 쬐지 못해 시들어버린 화분처럼 의기소침해 지면서 날이 다르게 바짝 쪼그라들 위험이 있다. 주변에 규현이 있되 비교적 고요하여 지내기에는 나쁘지 않으나, 한 번씩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천지를 불쑥 흔들어놓으니 넋 놓고 있다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주로 예능 프로그램에 처음 출연하거나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강단과 인내심을 기르기에 알맞은 터다. 유세윤처럼 고수의 경지에 이른 경우라면, 편안히 쉬면서 기회를 엿보다가 게스트가 지쳤을 때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공격하기 쉬운 지형이라 하겠다. 다만 궁극적으로 좋은 터는 아니며, 수맥이 흘러 머물렀던 이들은 반드시 이별을 맞게 되니 각별히 주의하자.

유세윤을 위한 ‘라디오 스타’ 新 풍수지리지
차도살인: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성과를 이룬다
서향(西向)에는 그 기세가 등등하고 생기약동 하는 큰 산이, 동향(東向)에는 조용히 불을 품은 활화산이 버티고 있는 형세다. 굴곡과 기복이 심한 지형으로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되며, “‘무릎 팍 도사’ 빽으로 들어왔냐”는 텃세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실없는 소리를 하거나 맥락 없는 장난을 치면 서향의 김구라로부터 정색과 함께 “이건 또 뭐야?”라는 타박을 듣기 딱 좋은 위치이기도 하다. 반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위험한 불, 그리고 치명적인 독을 마음속에 감추고 있는 규현과 음험한 장난을 도모하기에도 적당하다. 하여 나를 공격하는 김구라 혹은 다른 게스트들에게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규현의 혀를 빌어 살살 약을 올리는 편이 현명하다. 결국 규현의 입을 확실하게 틔우는 데 가장 좋은 풍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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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림화산: 기회가 왔을 때 이를 가장 적절하게 이용해 승리를 거둔다
무엇을 심어도 무성하게 자라나니, 이곳이 바로 비옥한 토양이 아니겠는가. 개그면 개그, 음악이면 음악, 뭐든 던지기만 하면 개그계의 음유시인과 ‘라스’의 대중문화평론가가 바로 주워 먹어주고 받아쳐주니 절로 흥이 나는 모양새다. 지형 상 세 사람을 관통하는 기의 흐름이 원활해 아무 말이나 내뱉고 서로 받아 칠수록 방송이 살아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마치 수국이 각기 다른 성질을 가진 흙 위에서 때마다 다른 색깔로 환하게 피어나는 것과 같다. 얼굴과 몸이 남쪽을 향함으로써 카메라와 조명이 나를 정면으로 비추는 것 또한 장차 일신이 편하고 길운이 깃들 징조로 해석할 수 있다. 다가오는 기회들을 모두 적절히 이용하여 재미있게 즐기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평생 한두 번 구경할까 말까 하는 가히 인생 최고의 풍수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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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추제: 상대방을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함으로써 주도권을 잡는다
풍수지리학에서 좋은 풍수란 반드시 음양오행이 조화롭거나 수맥이 흐르지 않는 것만을 이르진 않는다. 이미 몸이 익숙해져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 또한 좋은 풍수 중 하나다. 동향에 윤종신을 둔, 어디선가 본 듯한 이 위치야말로 유세윤에게는 가장 유효한 풍수다. 평행이론과 평행송으로 게스트를 당황시켰던 기억을 되살려 낯선 환경에 최대한 빨리 적응하게 될 것이다. 이때 오히려 곤경에 처할 사람은 원년 멤버인 김국진이다. 몰아가기의 달인인 윤종신과 맞장구치기에 능숙한 유세윤이 크로스를 이루면, 말로는 ‘원 펀치 쓰리 강냉이’라 허세를 부려도 얼굴은 수치심에 불타오르는 김국진의 모습을 볼 수 있겠다. 김국진의 역할을 키워 재미를 늘리기 위한 풍수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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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생유: 지혜로운 사람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좋지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자리다. 서향 제일 끝 쪽으로는 문이 나 있어 애써 모아둔 복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가기 쉽고, 동향으로는 말수 적고 수줍음 타는 사람이 앉아 있어 치밀어 오르는 답답함에 가슴을 치기 일쑤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무엇 하랴. 앞에 놓인 지형지물을 이용해 혼자서라도 개인기를 선보이면 된다. 특히 지형지물의 표면이 매끈하고 평평해 부드러우니, 올라가서 알 낳는 거북이 흉내를 내기에도 아픔이 없겠다. 척박한 토양 외에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선인장의 싹이나마 틔우고자 고군분투하는 격이다. 다만 여성게스트들이 출연하면 비교적 자유롭게 사담을 나눌 가능성이 있어 부부 사이에 쓸데없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겠다.

배산임수: 산을 등지고 물을 내려다본다
로커PD로 인해 록의 기운이 흐르는 스튜디오 부조종실에 록 스피릿을 지닌 유세윤이 들어앉으니,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등 뒤의 산, 눈앞의 물은 없지만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서 황홀한 록 메들리를 들려주었던 록 스타에게 이보다 더 좋은 배산임수가 어디 있으랴. 만약 UV의 장발 가발까지 착용한다면 부조종실 안의 양기와 음기가 대단히 조화롭게 흐르겠다.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못 견디는 성격 상,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던 로커PD와는 달리 녹화 도중 수시로 마이크를 눌러 훼방을 놓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본격적인 녹화 전 대기 중인 게스트들의 지루함을 달래줄 구세주가 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생기가 부족해 썰렁하던 부조종실에 생기를 온축(蘊蓄)하는 역할을 한다 하겠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