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하루’, 끝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다면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하루' 스틸컷 / 사진=CGV 아트하우스 제공

‘하루’ 스틸컷 / 사진=CGV 아트하우스 제공

하나 밖에 없는 딸이 눈앞에서 죽었다. 모진 말을 내뱉었던 아내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리고 이 지옥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딸과 아내를 살려내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상황이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과연 이 고통은 끝날 수 있을까?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 제작 라인필름)는 꽤나 독특한 플롯의 작품이다.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딸과 아내가 한 장소에서 죽는 상황이 되풀이된다. 반복되는 하루가 영화 상영 내내 펼쳐진다. 여기에 또 다른 의문의 주인공이 한명 더 등장해 끝나지 않는 하루를 설득시키려 노력한다.

영화는 ‘지옥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면 그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그 속에 있는 두 사람이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을 달린다면 그 끝은 어떻게 될까’라는 조선호 감독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사실 ‘시간’을 소재로 한 작품은 꾸준하게 선보였다. 각각 시간 여행, 시간 왜곡, 반복되는 시간을 의미하는 타임슬립, 타임워프, 타임루프는 극적이면서도 다채로운 전개를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자들에게 매력을 안겼다. 물론 많이 선보였던 소재인 만큼 예측 가능하고 대중들이 식상해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동시에 지니고 있다.

‘하루’는 타임루프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쟁의 성자라 불리는 의사 준영(김명민)은 딸의 생일 날 약속 장소로 향하던 중, 대형 교통사고 현장에서 죽어있는 딸 은정(조은형)을 발견한다. 충격도 잠시,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딸의 사고 2시간 전으로 돌아가 있다. 어떻게 해서든 그 날의 사고를 막으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매일 딸이 죽는 지옥 같은 하루를 반복하던 어느 날, 준영 앞에 그처럼 사고로 아내를 잃은 그 날을 반복하고 있다는 민철(변요한)이 나타난다.

'하루' 스틸컷 / 사진=CGV 아트하우스 제공

‘하루’ 스틸컷 / 사진=CGV 아트하우스 제공

이유도 모른 채 끔찍한 사고의 시간 속에 갇힌 두 사람은 힘을 합쳐 하루의 끝을 바꾸기로 하지만 쉽지 않다. 두 사람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매일 눈앞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드디어 반복되는 상황에서 벗어난 준영 앞에 자신이 은정을 죽인 범인이라고 말하는 강식(유재명)이 나타난다. 준영과 민철은 이 사고가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깨닫는다.

기존 타임루프 소재의 영화들은 주로 주인공 한 사람만이 특정 시간을 반복한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하루’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시간 속을 또 다른 인물이 함께 돌며 사건을 풀어간다. 여기에 중반 이후까지 공개되지 않은 반전이 터지면서 이야기는 가해자와 피해자와 복수와 용서 등의 다양한 이야기와 주제들을 펼쳐낸다.

‘하루’는 군더더기가 없다. 90분의 러닝타임 안에서 타임루프의 미덕과 반전까지 모두 선보인다. 반복되는 상황이 되풀이되지만 그 안에서 변화되는 인물의 행동과 감정을 다르게 그려내며 ‘지루할 수도 있겠다’라는 우려를 떨쳐냈다. 높은 속도감과 김명민·변요한·유재명 등 각기 다른 사연으로 얽힌 배우들의 처절한 호연 역시 돋보인다.

그러나 똑같은 장면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다소 불분명한 주인공들의 타임루프는 영화에 완전히 수긍하게 만들지는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극 후반부는 앞서 펼쳐놓은 이야기들을 화해, 용서라는 이유로 쉽게 마무리되는 듯한 느낌도 안긴다. 물론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하루’는 식상할 수 있는 타임루프를 한 번 더 비틀며 기존 한국 영화의 흥행 공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문법을 완성하며 시간을 소재로 한 작품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장시켰다.

러닝타임 90분. 15세이상관람가. 오는 15일 개봉.

'하루' 스틸컷 / 사진=CGV 아트하우스 제공

‘하루’ 스틸컷 / 사진=CGV 아트하우스 제공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