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N >, 탁월한 수사극의 등장

< TEN >, 탁월한 수사극의 등장 첫 회 OCN 금 밤 12시
7년 전의 전설적 미제사건인 ‘테이프 살인 사건’의 모방 범행, 피해자와 용의자는 DNA마저 같은 일란성 쌍둥이, 심증은 있으나 결정적 물증은 없는 상황, 말 그대로 “완벽한 계획.” 난관에 부딪힌 수사팀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한다. 하지만 분석지에는 오로지 그래프로 확인되는 진실 또는 거짓이라는 항목만 있을 뿐, 도리어 심증에 의문만 남긴다. 이 신은 (이하 < TEN >)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수사물이라는 장르가 보통 무죄와 유죄, 범죄와 징벌, 진실과 거짓이라는 이분법에 기초한 이성과 합리의 장르라 할 때, 어떤 수사물은 거기에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이 작품이 바로 그렇다. 사건의 첫 번째 전환점에서 “누가 죽였는가 왜 죽였는가만 고민하는 통에 정작 누가 죽었는지는” 놓쳤다는 도식(김상호)의 말이나 용의자 자백 신에서 ‘증오와 미움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진실이 헌신의 눈으로 바라봤을 때’ 비로소 보였다는 예리(조안)의 말은 그것을 정확히 말해준다. 즉 < TEN >은 눈앞에 드러나는 사실에 대해 다른 시각의 질문을 던지면서 장르에 대한 자의식적인 성찰의 자리를 마련하는 작품이다.

형식적 완성도 역시 탁월하다. ‘괴물 잡는 괴물’ 여지훈(주상욱), 육감수사의 달인 백도식, 뛰어난 심리분석가 남예리, 발로 뛰는 신참 박민호(최우식) 등 전담반 팀원들을 작위적으로 소개하는 대신 각각의 사건을 통해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구축하고, 결국 그들이 사건의 추적 끝에 한 곳의 교차점으로 모이게 되는 플롯은 치밀하고 섬세하다. 이 촘촘한 플롯을 유기적인 리듬으로 엮어나가는 세련된 연출도 돋보인다. 특히 서로 다른 곳에서부터 이 모든 사건의 근원점인 ‘테이프 살인 현장’으로 모여드는 인물들이 마침내 처음으로 같은 숏에 담기는 ‘소나기’신은 그러한 각본과 연출의 조화가 잘 드러난 명장면이었다. 일란성 쌍둥이라는 미스터리물의 관습적 소재를, 계속해서 정체성을 뒤바꾸는 방식을 통해 ‘반전’의 사전적 의미를 말 그대로 기막히게 활용한 플롯과 그러면서도 슬픈 여운을 남긴, 이성과 감성이 잘 조화된 수사극. 요컨대 < TEN >은 한국 드라마 장르물의 진화로 평가하기에 손색이 없는 수작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