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 빠진 TV①] 예능과 교양의 경계가 무너지다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알쓸신잡', '차이나는 클라스', '수업을 바꿔라' 포스터 / 사진=tvN, JTBC 제공

‘알쓸신잡’, ‘차이나는 클라스’, ‘수업을 바꿔라’ 포스터 / 사진=tvN, JTBC 제공

한 동안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던 책은 채사장 작가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지대넓얕)이었다. 세상에 널려있는 여러 지식들을 정리한 서적으로 우리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해주는 내용으로 인기를 끌었다.

출판가에 불었던 인문학 붐이 방송가로 넘어왔다. 지금 방송가가 주목하는 가장 큰 분야는 ‘인문학’이다. 프로그램이 인문학과 만나면서 예능과 교양의 경계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소 어렵고 다가가기 어려운 인문학을 예능적으로 풀어내며 호기심을 자극하고 대중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미다스의 손’ 나영석 PD가 새롭게 눈을 돌린 장르는 인문학이었다. 2일 첫 방송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은 정치·경제·미식·문학·뇌 과학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잡학 박사들과 진행을 맡은 유희열이 분야를 넘나드는 지식 대방출 향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시청률 5.4%(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첫 발을 뗐다.

유시민 작가, 맛컬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뇌 과학자 정재승은 술자리에서 충렬사, 백석 시인의 시비, 거북선, 박경리 기념관, 서피랑 등 그들이 방문한 경남 통영에 얽힌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몰라도 무방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나 유익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지적능력이 한층 상승되는 기분이었다. 나영석 PD는 “잡다한 지식에 관한 스펙트럼 넓히고 싶은 분들이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른 예능에서 느낄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재미를 예고했고, 이는 적중했다.

'우리들의 인생학교' 안정환, 이홍기 / 사진제공=tvN

‘우리들의 인생학교’ 안정환, 이홍기 / 사진제공=tvN

이처럼 내용만 보면 교양이지만 이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예능의 외피를 둘러싼 프로그램들이 유독 눈에 띄고 있다. 케이블채널 tvN이 선봉에 서 있다. 지난달 선보인 ‘우리들의 인생학교’와 ‘수업을 바꿔라’도 ‘알쓸신잡’과 그 궤를 같이한다. ‘우리들의 인생학교’는 김용만·정준하·안정환·전혜빈 등이 출연해 내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모습을 담는다. ‘수업을 바꿔라’는 다른 나라의 교육 시스템을 접한 뒤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해 한 번즈음 생각하게 한다.

이 외에도 KBS1 ‘천상의 컬렉션’, ‘최태성 이윤석의 역사기행 그곳’, ‘서가식당’, tvN ‘동네의 사생활’, XTM ‘밝히는 과학자들’, OtvN ‘어쩌다 어른’, 종합편성채널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잡스’, 채널A ‘사심충만 오쾌남’, TV조선 ‘배낭 속에 인문학’ 등이 있다. 예능의 재미와 교양의 지식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예능과 교양의 컬래버레이션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김지영 CJ E&M 홍보팀장은 “예전에 비해 예능이 다룰 수 있는 소재가 폭넓어졌다”며 “요즘 대중들은 가볍게 웃고 넘기는 것을 넘어서서 재미와 함께 배울 수 있는 측면까지 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인문학 예능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지상파 방송가 관계자는 “대중들이 기존 리얼버라이어티나 관찰 예능 등에 식상함을 느끼고 있다. 현재 트렌드가 인문학인 만큼 예능과 교양의 만남은 방송가의 다양한 시도로 읽힌다”며 “소재의 한계를 벗어나려다 보니 예능, 교양, 드라마 등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결합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