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셋째주] 남자, 남자, 남자들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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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새들 노는데 잡새가 날아 드냐고!” 엄태웅, 주원 주연의 <특수본>은 대한민국 경찰조직의 뿌리 깊은 부패, 그 지각부터 내핵까지 깊숙이 칼을 꽂아버리는군요. 스스로도 <부당거래>의 ‘국선변호사’로 등장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황병기 감독은 엄태웅, 정진영, 성동일, 김정태 등 남자 배우들과 기분 좋은 호흡을 보여줍니다. 몇몇 전형적인 설정과 여배우의 활용 등 아쉬운 지점에도 불구하고 ‘봉고차 총격신’과 대기업 마트에 밀려나는 영세상인들의 눈물, 철거 현장의 사실감은 이 영화를 직접 보고 느끼고 확인하시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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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 원치 않는 사람에게로, 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가네 그대 아닌 사람에게로…남겨진 웨딩케이크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네.” 11월 24일 개봉을 앞둔 퀴어 멜로 < REC >를 본 이후 계속 입가를 맴돌던 노래는 트윈 폴리오의 ‘웨딩케이크`였습니다. ‘사회적 정상’으로 살아가기 위해 결혼을 결심하고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는 남자. 그들에게 허락된 마지막 밤, 두 남자는 비디오 카메라의 ‘REC’ 버튼을 누르고 농담과 키스, 포옹과 고백을 작은 테이프 속에 숨겨 놓습니다.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에서 게이 감독으로서 영화 만들기의 고충을 토로했던 소준문 감독의 < REC >는 영화 속 연인이 찍던 ‘기념 촬영’만큼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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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아침을 가르며 조깅을 하는 스물일곱 살 건강한 남자가 어느 날 암 선고를 받습니다. 말초신경초종양 쉽게 말해 척추암, 생존 확률은 반반. “50대 50? 나쁘지 않네. 카지노에선 최고의 승률이라고!” 11월 24일 개봉하는 <50/50>은 분명 <500일의 썸머>에 이어 조셉 고든 렛빗을 위한 영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분명 세스 로건의 치명적 매력에 빠져 허우적거릴게 분명해요. 암 선고를 받은 친구에게 “여자 꼬시러 술집에 가자”고 제안하는 속 좋은 친구, 마치 감기 걸린 친구에게 고춧가루 탄 소주를 권하는 정도의 유쾌한 태도로 일관하는 친구 카일을 연기한 세스 로건은 바로 시나리오 작가 윌 라이저의 ‘절친’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 한 윌 라이저 옆을 지키며 카일처럼 즐거운 힘이 되어주었던 세스 로건은 결국 ‘우정 출연’의 아름다운 예를 영화사에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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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동지, 선과 악 그리고 너와 나. 이 모든 것들의 차이가 사라진 무간(無間)의 세계에서 서로에게 총을 겨눈 지옥의 남자들. 아직 90년이나 남았지만, 감히 ‘21세기 고전’에 올리기에 주저함이 없는 유위강, 맥조휘의 걸작 ‘<무간도> 트릴로지’를 다시 극장에서 만날 수 있군요. 이번 주 일요일인 11월 20일,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무려 블루레이로 <무간도>(13:30), <무간도 2 혼돈의 시대>(16:00), <무간도 3 종극무간>(18:30)를 상영합니다. 일요일 오후, 양조위, 유덕화와 함께 라면 지옥마저도 달콤할 거예요. 게다가 무료라는 거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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