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캐릭터로 환생할 고경표

[텐아시아=윤준필 기자]
tvN '시카고 타자기' 고경표 / 사진=방송화면 캡처

tvN ‘시카고 타자기’ 고경표 / 사진=방송화면 캡처

‘시카고 타자기’가 종영했다. 고경표의 연기에 매료된 두 달이었다.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극본 진수완, 연출 김철규)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시카고 타자기’는 1930년대, 치열하게 그 시대를 살았던 독립투사들의 삶과 우정을 그려냈다. 해방된 조선에서 미완의 소설을 이어 나가는 세 사람의 이야기는 뭉클한 감동과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배우 고경표는 두 달 동안 시청자를 웃고 울게 만든 ‘시카고 타자기’ 속 극의 중심에서 신율, 유진오 역을 맡아 열연했다. 고경표는 1인 2역을 각각 다른 분위기로 완벽히 소화, 전생과 현생을 이어주는 키플레이어로서 활약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3일 방송된 ‘시카고 타자기’ 16회에서는 신율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류수현(임수정)을 살리기 위해 밀고를 할 수밖에 없었던 신율은 배신자가 됐다. 이에 조청맹의 강령에 따라 류수현이 신율을 처단한 것.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인 신율은 스스로를 타자기에 봉인시켰다. 류수현과 서휘영(유아인)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서휘영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매번 다채로운 캐릭터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고경표는 ‘시카고 타자기’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했다. 가려져 있던 실루엣이 드러나며 강렬한 첫 등장을 한 고경표는 극 초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유령작가가 아닌 진짜 ‘유령’ 작가임이 밝혀지는 순간, 극 중 한세주는 물론 시청자까지 놀라게 만들었다. 특유의 무게감으로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킨 고경표의 열연 덕분이었다.

고경표는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함께 호기심도 불러일으켰다. 한세주 곁에 머무르며 소설을 끝까지 완성하려는 유진오의 행동, 마지막 회까지 이어져 온 유진오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같이 유진오가 품고 있는 사연을 계속해서 궁금하게 만든 것은 고경표의 섬세한 내면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경표는 판타지적 요소를 본인만의 매력을 입혀 납득시켰다. 80년을 타자기 속에 봉인돼 살아온 유령은 고경표의 연기로 완성된 것이다. 고경표는 장난꾸러기 유령을 능글맞게 표현해 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가 하면 때론 아픔과 비밀을 간직한 유령으로 그의 아픔을 함께하게 만들었다.

신율, 유진오의 우정과 사랑을 그려낸 고경표의 깊이 있는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고경표의 폭넓은 연기는 안방극장을 흐뭇하게, 아프게, 설레게 했다. 유아인(서휘영/한세주 역)과 마주한 고경표는 능청과 진지를 넘나드는 브로맨스로 극에 활력을 더했다. 임수정(류수현/전설 역)과 마주했을 때는 깊은 눈빛으로 애틋함을 표현, 그의 순정을 응원하고 싶게 만들었다.

고경표의 연기에 매료된 두 달이었다. 미스터리, 유령이라는 판타지적 요소, 진한 여운을 남긴 우정과 사랑까지. 고경표는 단단한 내공으로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 이토록 매력적인 유령을 떠나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

극 중 한세주와 전설처럼 시청자도 유진오의 소멸여부에 가슴을 졸였다. 그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결국 유진오는 한세주의 소설 속에 봉인됐다. 유진오가 두 달간 안방극장에 즐거움을 선사한 만큼, 그의 행복과 환생을 바라는 마음 또한 오래도록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