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①] 칸이 먼저 알아봤다… 女액션의 새로운 기준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악녀' 포스터 / 사진=NEW 제공

‘악녀’ 포스터 / 사진=NEW 제공

칸 국제영화제가 먼저 알아봤다. 베일을 벗은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 제작 앞에 있다)는 역시나 강렬한 액션으로 중무장했다. 칼, 도끼, 총 등 다양한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주인공은 오락적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남성 위주로 펼쳐졌던 액션의 세계에 들어온 이 낯선 여자 원톱 액션이 향후 영화계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된 ‘악녀’는 이미 프랑스 칸에서 상영을 마쳤다. 외신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김옥빈과 정병길 감독을 향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고, 스릴 넘치는 액션 시퀀스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 속에 ‘악녀’는 136개국에 선판매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김옥빈)가 그녀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작품이다. 기존 남성 위주의 거친 액션에 벗어나 여배우인 김옥빈을 원톱으로 내세워 감각적이고도 파워풀한 액션을 선보인다. 김옥빈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이를 지켜보는 이들을 끝까지 몰아붙이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우린 액션배우다’, ‘내가 살인범이다’를 선보였던 정병길 감독은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답게 액션의 신세계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악녀' 스틸컷 / 사진=NEW 제공

‘악녀’ 스틸컷 / 사진=NEW 제공

어린 시절 누군가에 의해 아버지가 잔인하게 살해당한 뒤 남겨진 숙희는 조선족 범죄조직의 수장 중상(신하균)의 손에 의해 킬러로 길러진다. 한 조직을 박살낸 숙희는 국가비밀조직의 간부 권숙(김서형)에게 스카우트돼 10년을 일하면 평범한 삶을 살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임무를 수행하던 숙희 앞에 자신의 정체를 위장한 현수(성준)가 접근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중상이 숙희 앞에 나타나며 극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도입부부터 김옥빈이 수십 명의 장정들을 상대하며 포문을 연다. 특히 이 오프닝 시퀀스는 1인칭 시점으로 펼쳐지는데, 마치 FPS(First-person shooter)게임(1인칭 총격 게임)을 즐기는 듯한 연출 방식으로 액션의 역동성을 끌어 올린다. 김옥빈의 모습 대신 그녀의 숨소리만이 들리며 관객들을 극 속으로 끌어당긴다.

주먹은 물론 총, 단검, 도끼 등 다양한 무기를 이용한 액션이 북이나 꽹과리 리듬 위에 펼쳐진다. 오토바이 위에서 펼쳐지는 칼싸움과 달리는 마을버스로 달려드는 김옥빈의 과감함은 그간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는 새로운 그림이었다. 정병길 감독이 특히나 애착을 갖은 오토바이 칼싸움신(SCENE)은 실제로 외신이 가장 주목했던 장면이다. 오토바이의 굉음과 칼과 칼이 맞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합쳐지며 독특한 사운드와 독창적인 액션을 완성했다. 액션 마스터피스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아쉬움도 있다. 액션은 독창적이자 전체적인 줄거리는 어디서 본 듯하다. 액션은 생동감 넘치나 이야기는 늘어진다. 아버지의 복수, 킬러로 길러진 소녀, 모든 걸 잃은 주인공의 처절한 복수 등 익숙한 내용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숙희의 사랑은 세련된 액션과는 이질감이 느껴진다. 숙희가 악녀가 될 수밖에 없는 과정을 ‘친절하게’ 늘어뜨리며 다소 지루한 느낌마저 안긴다.

영화의 아쉬움은 김옥빈이 덮는다. 말 그대로 투혼을 펼쳤다. 조선족 사투리부터 평범한 여인, 무자비한 킬러 등 한 영화에서 다채로운 모습으로 팔색조 매력을 뽐냈다.

러닝타임 123분. 청소년 관람불가. 오는 6월 8일 개봉.

'악녀' 스틸컷 / 사진=NEW 제공

‘악녀’ 스틸컷 / 사진=NEW 제공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