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현장] ‘악녀’ 정병길 감독은 왜 女액션 영화에 도전했나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정병길 감독,악녀

‘악녀’ 정병길 감독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한국에서 여성 원톱 영화가 되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 제작 앞에 있다)의 정병길 감독은 ‘왜 여성을 앞세운 액션 영화를 만들었냐’는 질문에 이 같이 대답했다.

그동안 쉽게 시도되지 않았다. 여러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병길 감독은 “한국에도 좋은 여배우들이 많은데 왜 안 된다고 생각할까 싶었다”며 결국 제대로 된 여성 원톱 액션 영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 결과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고, 극찬을 받았다.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김옥빈)가 그녀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강렬한 액션 영화. 기존 남성 위주의 거친 액션에 벗어나 김옥빈을 원톱으로 화려하고 감각적인 액션이 펼쳐진다. 북이나 꽹과리 리듬 위에 선보이는 액션은 어떤 액션 영화보다 통쾌하고 강하다.

정병길 감독은 3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여자 원톱 액션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까 주변의 우려가 컸다. 그런 우려들이 나를 더 자극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렸을 때 홍콩 영화나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여자 원톱 액션 영화가 많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만들려는 시도조차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꿈꾼 로망 같은 영화였다”고 ‘악녀’ 탄생 비화를 밝혔다.

'악녀' 포스터

‘악녀’ 포스터

정병길 감독은 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액션을 만들자는 포부를 가지고 CG를 배제한 날 것 그대로의 액션 장면을 연출했다. 그 중 하나가 게임에서 차용한 1인칭 시점샷이다. 오프닝부터 ‘악녀’는 숙희의 역동적인 액션의 앵글을 따라가며 관객들이 직접 숙희가 되어 싸우는 느낌을 안긴다.

정병길 감독은 “오프닝은 슈팅 게임에서 떠올렸다. 슈팅 게임은 총을 많이 쓰는데, 내가 주력했던 건 칼이었다”고 밝혔다.

가장 마음에 드는 액션 신으로는 숙희가 오토바이를 타고 칼싸움을 하는 장면을 꼽았다. 실제 외신에서도 가장 주목했던 장면이다. 정 감독은 “아무도 하지 않았던 신이라서 고민이 많았다”며 “가장 마음에 들고 새로운 장면이 아닐까한다. 오토바이 바퀴 밑으로 카메라가 들어가는 것이 가능할까 했는데 실사로 찍었다. 그래서 애착이 간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옥빈은 살인병기로 길러져 정체를 숨기며 살아가는 최정예 킬러 숙희 역을 맡아 극 속 등장하는 대부분의 액션을 소화했다. 여성 킬러 캐릭터를 위해 촬영 2개월 전부터 매일 같이 액션스쿨에 출석도장을 찍으며 피나는 수련을 했다. 장검, 단도, 권총, 기관총, 저격총, 도끼 등 수많은 무기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액션을 펼쳤다.

김옥빈은 “많이 힘들었다. 액션 신마다 설정이 달랐는데, 그에 맞춰서 훈련을 했다”면서 “멍 들고 피가 나는 건 늘 있었다. 안전장치를 제대로 착용하고 리허설을 여러 번 해서 큰 부상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신선하고 다채로운 액션은 곧바로 외신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칸 영화제에서 상영 후 잡히지 않았던 영국 BBC나 로이터 통신 등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 김옥빈은 “칸에서 원래 인터뷰 일정이 많이 않았는데 갑자기 쇄도했다”며 “그들이 가장 신선해했던 부분이 오토바이 시퀀스였다. 신기하고 시원했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악녀’는 오는 6월 8일 개봉.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