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민 감독 “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크리에이티브한 생각”

이형민 감독 “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크리에이티브한 생각”

창기인 여자와 양반의 아들과 백정의 아들이 만나 조선의 하늘에 비행기를 날린다. 이 꿈 같은 이야기는 말 그대로 청춘들의 ‘꿈’에 대한 드라마다. 서누의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를 MBC , 의 인정옥 작가가 드라마화 할 예정이라는 소식은 몇 년 전부터 그의 팬들을 들뜨게 했고 마침내 KBS , 의 이형민 감독이 연출을 맡으며 본격적인 진행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내년 하반기 방영 가능성 외에는 아직 캐스팅도, 편성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캐릭터와 감수성을 그려내는 작가, 빼어난 영상을 통해 이야기에 깊이를 싣는 감독의 만남은 의외인 만큼 뜨거운 기대와 궁금증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그에 앞서 TV 조선의 블록버스터 드라마 를 준비하며 변화하는 시장 안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이형민 감독으로부터 상당 부분 베일에 싸여 있던 두 개의 작품에 대해 들었다.

는 인정옥 작가가 수 년 전부터 공들여 준비 중인 작품이었는데 함께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형민 감독: 내가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가 MBC 일 만큼 인정옥 작가님의 스타일을 예전부터 좋아했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얼굴도 뵙고 이야기도 할 기회가 생겨서 친해졌고 언제 기회가 되면 같이 드라마를 해보자 하다가 드디어 만나게 된 거다. 사실 는 제작비도 많이 들고 만들기 만만치 않은 작품이지만 인 작가가 준비 중인 대본이 너무 좋았다. 사실 작가가 쓰는 글의 첫 독자는 감독인데, 나는 나를 감동시키고 존경심을 주는 작가의 글을 기다리고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작가만이 아니더라도 라는 이야기를 통해 감독 본인도 하고 싶은, 혹은 보여주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데.
이형민 감독: 원작의 소제목이 ‘땅을 벗어날 수 있다면’이다. 이건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면서 그걸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나. 그래서 ‘꿈’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 끌렸다. 멜로이면서 조선의 실학자,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고 폭력을 행사하는 지배자들에게 저항하던 사람들이 꿈을 이루어간다는 게 매력 있다. 시대적으로는 조선 철종 때 시작해서 1903년쯤, 경인 철도가 부설되고 나서 끝나는 걸로 알고 있지만 우리 이야기는 특정한 시대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 대본을 받아보면 배우들은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형민 감독 “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크리에이티브한 생각”
그런데 어쨌든 가 사극이라는 외피를 입은 작품인 만큼 현대극만을 만들어 온 감독과 작가로서 기술적인 어려움 같은 것들은 없나.
이형민 감독: 일단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 사실 KBS에서 사극 조연출을 아주 오래 했다. 예를 들면 이안 감독이 같은 현대물 등 다양한 작품을 하다가 을 만들었고, 서극 감독도 그런 식이었는데 확실히 기존의 스타일과 다른 느낌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도 한 번 해보자, 했다. 아마 인 작가의 인물들은 사극 투로 말하지도 않을 거고 굉장히 현대적인 캐릭터로 그려지겠지만 감정은 사극이기 때문에 더 깊어지는 면도 있을 것 같다.

가 새로운 느낌의 사극을 보여준다 해도 ‘너무 이질적이다’라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는데 그것을 덮을 수 있을 만한 장점을 보일 수 있을까?
이형민 감독: 어느 정도는 정통 사극의 느낌을 활용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자유롭도록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할 것 같다. 보통 ‘퓨전 사극’이라고 불리는 것들과도 좀 다른데, 우리 드라마에는 아마 궁궐이나 임금이 거의 안 나올 거다. 민속촌에서 촬영을 하지도 않는다. 진주 민란 당시 기술자들이 살던 지역의 공장이나 철공소를 어떻게 예쁜 세트로 만들지 고민 중이다. 양반들의 의상, 어투는 그대로 같 수도 있지만 비행기를 만드는 기술자들은 상투를 자르고 좀 더 스타일리시하게 나올 수도 있다. 당시 중인들은 비교적 서양 문물을 빨리 받아들이는 계층이었다는 면에서 느낌을 살리는 거다.

기대작이긴 한데 아직 캐스팅은 확정되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이형민 감독: 배우들의 소속사 생각은 모르겠지만 일단 대본을 받아보면 배우들은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웃음)

크랭크인과 방영 일정은 언제쯤으로 보고 있나.
이형민 감독: 크랭크인은 내가 를 마친 뒤인 내년 늦봄 정도가 될 것 같다. 편성은 방송사에서 어떻게 잡아주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늦여름, 가을과 굉장히 잘 맞을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는 녹색의 이미지와 잘 맞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곧이어 가 방송되겠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음악이 나오면 사람들 마음이 설레고 마음이 환해지는 드라마가 되면 좋겠다. 강렬한 자극이 많아서 보는 게 아니라 이 젊은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살아가는가, 그게 보고 싶어지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

“에서 그릴 대통령은 현실에 비슷한 인물이 없다”
이형민 감독 “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크리에이티브한 생각” 방금 말했듯 가 당장 내년 초 방영 예정이다. 루마니아 장기 로케이션도 잡혀 있고 일정이 촉박하다고 알고 있는데, 블록버스터 드라마인 는 그동안 해 왔던 작품들과 굉장히 성격이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도전인가?
이형민 감독: 나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걸 표현하는 사람이 연출자라고 생각한다. 사실 제작비나 다른 것들 때문에 블록버스터를 맡기가 쉽지 않은데 마침 기회가 왔고, 그렇다면 재미있고 남들과 다른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일단 시간적 제약이 있어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대본이 통일에 대한 이야기고 극 중에서 그려지는 상황들이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좌나 우에 치우치지 않는 면이 있어서 흥미로운 도전이다.

는 뼈대가 큰 이야기이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대략 어떤 이야기라고 할 수 있나.
이형민 감독: 배경은 근미래인데, 남한의 과학자 황정민 씨와 북한의 과학자 김정은 씨가 외국에서 공동연구를 하다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래서 함께 도망가려다가 체제가 다른 양쪽 국가에 의해 좌절되고, 이후에 석유를 대체할 연료인 메타나이드레이트라는 물질을 개발하면서 다시 만나고 통일 무드가 무르익고, 하던 중에 북에 쿠데타가 일어나고 여자가 탈출해서 남한으로 오는 위기와 사건들이 또다시 생긴다. 그 후 남자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는 북한 여자가 영부인이 된다는 점에서 또 어려움을 겪는, 정치드라마 적인 면도 있다. 완전히 멜로드라마라고는 볼 수 없지만 쉽게 말하면 이념이나 거대담론보다는 이 두 남녀가 사랑하기 위해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는 건데, 허황된 것처럼 보이지만 본인들에게는 굉장히 절실한 문제인 거다. 윤 작가는 통일에 대한 이야기가 전면에 나와 정치 구호처럼 보일 때 재미없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건 우리의 현실이고 해결해야 할 숙제니까 그걸 잘 보여주는 게 우리의 몫이다.

현실 정치나 국제 관계를 바탕으로 하려면 현실반영적인 측면이 강해야 시청자들도 공감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면에서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TV 조선의 채널 성격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형민 감독: 생각보다 자유로운 것 같다. 그리고 공감이라는 면에서, 일단 통일을 막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과정이 이럴 수도 있다는 학습효과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윤선주 작가가 여섯 명의 통일부 장관과 모두 만나 인터뷰를 했고 엄청나게 많은 자료조사를 했다. 그러면서 탄탄한 틀을 만드셨고, 일단 윤 작가님이 그동안 쓰신 KBS , , 같은 작품들을 보면 시대적으로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인물을 조명하는 아젠다를 설정하는 데 관심이 있으신 것 같다. 물론 대통령은 민감한 소재다. 이 사람이 누구 같으냐, 하는 얘기도 내년 선거와 맞물려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우리 드라마 속 주인공은 특수부대 출신으로 위기 상황에서는 이나 주인공처럼 액션 신을 찍으면서 도망다니기도 하고, 대통령이 된 뒤에는 자신의 생각을 담백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국민에게 다가가는 캐릭터로 그려지는데 현실에 비슷한 인물은 없는 것 같다.

요즘 노희경 작가나 박찬홍 감독-김지우 작가 등 인지도가 높은 제작진들이 종합편성채널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단지 채널이 더 생겼기 때문만이 아니라 지상파가 아닌 다른 채널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도 있을 텐데.
이형민 감독: 일단 플랫폼이 다양해졌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또 다른 방송국이 생기면서 기회가 좀 많아진 것 같다. 하던 일 자체가 바뀐 건 아니니까 좋은 작가, 좋은 배우들과 작품을 할 수 있으면 열심히 하게 되는 거다.

그동안 드라마를 만들어오면서 시장 환경이나 플랫폼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는 걸 체감했을 것 같다. 방송사 안에서, 프리랜서 감독으로, 제작사를 경영하면서 많은 변화를 겼었겠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나.
이형민 감독: 나는 사실 변하지 않는 사람이다. 일단 드라마를 잘 만들기 위해 제작을 시작한 거지, 제작자로서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시작한 건 아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드라마를 하기 위해서 회사가 필요했던 거고, 물론 그 사이 변화가 많았다. 제작비도 많이 올랐고 외주 프로젝트도 예전만큼 쉽게 맡기 어렵다. 다만 항상 생각하는 건 좋은 드라마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다. 그래서 지금 우리 회사에 좀 더 좋은 크리에이터들이 모이면 좋겠다. 다들 외향만을 이야기하고 상품성과 수익부터 생각해서 물건을 만들려고 하지만 결국 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연대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단순하게 말해 드라마를 만들 때 어기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원칙이 있다면 어떤 건가.
이형민 감독 : 나도 아이들이 있으니까, 애들한테 교육적으로 나쁜 드라마는 만들지 말자.(웃음) 물론 교육이라는 면에서 오로지 ‘건강한’ 것들만 보여주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주인공이나 주제나 썩 건강한 얘기만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글.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