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말’ 종영②] 권율과 박세영, 두 악인의 비상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사진=SBS '귓속말' 방송화면 캡처

사진=SBS ‘귓속말’ 방송화면 캡처

권율은 휘어잡았고, 박세영은 성장했다.

박경수 작가의 대본 속 명암이 브라운관에서도 생생하게 구현될 수 있었던 것은 팔 할이 두 악인의 연기 덕이었다.

지난 23일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이 17부로 종영했다. 무엇보다 배우 권율이 돋보였다. TV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그의 연기는 ‘귓속말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을 이끌어낼 정도다. 권율은 법률회사 태백의 선임 변호사 강정일 역을 맡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지만, 이동준(이상윤)과 신영주(이보영)의 등장으로 서서히 파괴되는 캐릭터다.

완벽할 것 같았던 세계에 살고 있었지만 그 세계가 조금씩 깨져가는 것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좌절, 분노 등의 커다란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야 했다. 권율은 흔들리지 않고 그걸 해냈다. 그간 수많은 드라마와 작품을 통해 연기의 근력을 키워 온 권율은 그가 다듬어 온 잔근육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박세영은 태백 대표 최일환(김갑수)의 외동딸 최수연 역을 맡았다. 특권의식으로 뭉친 데다 4년간 사귀었던 연인 강정일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재차 배신할 수 있는 악녀다. 그러나 그 역시 이동준과 신영주의 반격에 서서히 무너져간다.

초반에는 연기가 불안정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박세영은 금세 자신의 ‘악녀 페이스’를 되찾았다. 휘몰아치는 사건의 폭격 속에서도 박세영이 만들어 낸 최수연은 서늘하게 빛났다. 박세영은 안하무인의 금수저에서 감방 동기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며 밥을 숟가락으로 푹푹 퍼 먹게 된 최수연을 마지막까지 안정적으로 표현했다.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극본 김순욱, 연출 백호민 이재진), KBS2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극본 김태희, 연출 모완일 이재훈)에 이어 박세연이 완성한 악녀의 변천사에 또 다시 획을 그은 캐릭터였다.

이 외에도 믿어왔던 이들에 대한 배신을 겪으며 다사다난한 복수를 하게 되는 형사 신영주로 분한 이보영, 정의와 불의를 오갔던 이동준을 연기한 이상윤, 위협적인 사투리 연기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 강유택을 맡은 김홍파와 그에 맞선 태백 대표 최일환을 맡은 김갑수 등이 조화로운 호흡으로 ‘귓속말’ 최종회까지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