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방자전 >, 방자보다 변학도가 끌리는 것을 어찌 하오리까

< TV 방자전 >, 방자보다 변학도가 끌리는 것을 어찌 하오리까< TV 방자전 > 토요일 밤 11시 채널 CGV
고전을 패러디 한 작품을 다시 각색한 < TV 방자전 >은 뒤틀린 감정들로 엉켜있던 영화에 비해 한결 선명한 관계도를 그린다. 신분의 아이러니를 드러내기 위해 멜로를 차용했던 이야기는 사랑을 설명하기 위해 계급의 문제를 끌어들이는 식으로 변주되며, 대개의 인물들은 애정을 동력삼아 행동한다. 몽룡(여현수)이 색욕에 눈이 먼 잔인한 성품의 인물로 그려지는 것 역시 춘향(이은우)이 방자(이선호)에게 더욱 끌리게 만들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며, 방자가 춘향을 마음에 품게 되는 과정 역시 지극히 멜로드라마의 흐름 안에서 설명 된다. 이야기의 말미에 도달해서야 방자의 진심을 알게 되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 < TV 방자전 >은 처음부터 방자의 순정에 대한 이야기임을 선포한 채 이것에 집중해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식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불행히도 그 중심이 되어야 할 방자의 캐릭터에서 가장 큰 실패를 보인다. 욕망에 충실한 춘향과 향단(민지현), 음흉한 기싸움을 벌이는 몽룡과 월매(이아현)에 비해 방자는 남자로서의 매력은 물론 신분 전복의 통쾌함조차 전달하지 못하는 평면적인 인물로 그려질 뿐이다. 대신 < TV 방자전 >은 이미 영화에서 새롭게 발견된 바 있는 변학도(윤기원)를 또 다른 시각에서 짚어낸다. 직언을 일삼다 임금의 미움을 사 좌천 된 변학도는 백성에게는 따뜻하고 공직자들에게는 엄격한 모범적인 관리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비튼 인물로, 겉으로 드러나는 폭력 성향에 보다 설득력을 부여한다. 원작에 드러난 사건을 수용하면서 행간에 다른 의미를 심는다는 점에서 이는 충실한 동시에 자유로운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드라마는 자꾸만 방자가 아닌 변학도와 춘향의 만남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신분의 차이와 사랑의 역학 관계를 설명하기에 둘의 계급적 차이 역시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이라 불러도 무방할 뻔했다.

글. 윤희성 n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