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 끝말잇기가 주는 긴장과 강렬함

<뿌리깊은 나무>, 끝말잇기가 주는 긴장과 강렬함 12회 수-목 SBS 밤 9시 55분
“이로써 모든 글자가 완성되었사옵니다.” 한글의 마지막 빈칸이었던 후음이 맞춰지자 정인지(박혁권)는 세종(한석규)에게 기쁘게 아뢴다. 의 핵심적 재미는 이처럼 마방진의 해법을 풀어나가듯이 이야기 곳곳에 흩뿌려진 단서들을 조합해내 하나의 지도로 완성해가는 데 있다. 그리고 이것이 미스터리 서사를 구축해나가는 데 있어서 원작소설과 드라마가 보여주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원작에서 작약시계의 계원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받은 단편적인 밀명이 모두 합쳐져 마침내 한글 창제라는 비밀이 드러날 때, 그 미스터리의 주도권은 탐정 역할인 채윤과 밀명의 주체인 세종이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어느 누구도 미스터리의 주도권을 독점하지 않는다. 채윤(장혁)은 연쇄살인사건 수사책임자이자 밀본지서를 손에 쥔 인물이지만 소이(신세경)의 정체와 한글창제의 비밀은 알지 못하고, 세종은 밀본의 본원인 가리온(윤제문)의 진짜 얼굴을 모르며, 가리온은 채윤과 세종 모두를 속이고 있지만 밀본지서의 행방과 세종 프로젝트의 비밀을 몰라 전전긍긍한다.

인물들은 제각기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있고, 드라마는 마치 끝말잇기와도 같이 이들이 각각의 입장에서 의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다중시점 플롯으로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12회는 드라마의 그러한 특징을 잘 드러낸다. 가령 송죽정에서 흩어져 잠복 중이던 채윤, 윤평(이수혁), 무휼(조진웅) 측의 엇갈리는 시선과 그 시선의 교차점에 등장한 뜻밖의 인물들은 각각의 궁금증을 촉발하고, 그들이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서로를 추적하는 이야기 전개방식은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켰다. 뒤이어 등장한 소이의 암어 역시 세종, 밀본, 채윤의 다중시점 해독으로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켰고, 이러한 구성을 통해 서로를 찾는 추적 끝에서 마침내 대면하게 된 소이와 채윤의 마지막 신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엔딩신이야말로 이 드라마에서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글. 김선영(TV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