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수고 태봉이고 다들 정신 좀 차립시다

요즘 오나가나 욕을 바가지로 먹느라 정신없으실 온달수(오지호)씨. 어느 날 문득 ‘온달수가 만약 내 사위라면?’ 하는 상상을 해봤어요. 그랬더니 그저 생각만으로도 뒷골이 당깁디다. 달수씨도 딸이 있으니 사위가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준다는 생각을 한번 해보라고요. 평소 욱하면 멱살부터 잡고 보는 달수 씨니 그 사위 어디 목덜미가 남아나겠습니까. 사실 제가 까칠한 남자를 좋아하는 편이라 순전히 제 취향대로 줄을 세워본다면 맨 앞쪽은 의당 허태준 사장(윤상현)일 테고, 달수 씨는 아마 김이사(김창완) 보다도 한참 뒤편일 테지만 사윗감을 꼽으라면 내 딸만큼은 구순한 남자 만나 마음 편히 살기를 바라는지라 주저 없이 달수 씨를 골랐을 겁니다. 눈치코치 없고 주변머리 없긴 해도 내 딸아이의 투정을 묵묵히 받아주고 뭘 하든 예쁘게 봐줄 사람이지 싶어서요. 그런데 이게 웬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랍니까. 하기는 남편 돕겠다고 전통음식점에 잠입해 정보를 캐는 지애에게 도움은 필요 없다며 버럭 질을 할 때부터, 그리고 야식 들고 회사에 오는 거 민망하다며 핀잔을 줄 때부터 어쩌면 마냥 착한 남자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가긴 했어요. 그러더니 결국 달수 씨가 이처럼 아내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 마네요.

부부 사이, 숨기면 곪아 터집니다

지애는 직접적인 외도는 아닐지언정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아프다며 하염없이 울더군요. 하지만 지애가 제 딸이라면 일단, 네 남편은 잠시 흔들려 갈팡질팡하다가 제자리로 돌아온 것뿐이니 걱정 말라고 위로부터 하고 불거에요. 마치 무단횡단을 하고자 한 발 내디뎠다가 교통경찰관의 호각소리에 화들짝 놀라 보도블록 위로 다시 올라선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이죠. 그러면 지애는 CCTV에 찍힌 ‘엘리베이터의 포옹’을 들이대며 증거가 이렇게 있는데, 이건 어쩔 거냐고 하겠죠. 그런데 말이죠, 엘리베이터에 오르기 전에 은소현(선우선)이 겪은 안타까운 일을 함께 보고 들은 저로서는 달수 씨가 왜 아내에게 그 일에 관해 소상히 얘기하지 않는지, 그게 답답하더군요. 설마 남의 속사정을 발설하는 게 남자답지 않다고 여겨서인가요?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물을 머금은 소현이 갑자기 안겨왔고, 순간 당황한 당신도 엉겁결에 소현을 감싸 안았지만 솔직히 이성으로서 보다는 안쓰러운 마음이 더 크지 않았나요?

소현과 남편 허사장(윤상현)의 사이가 순탄치 않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시어머니에게조차 그처럼 참담한 모욕과 냉대를 당하며 사는 줄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잖아요. 밖에서 낳아 들인 자식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하는 소현의 처지가 생판 남인 저도 짠해서 절로 눈물이 나올 지경이던데 인정 많은 달수 씨 속은 오죽 했겠어요. 그러니 어미 잃은 어린 새 모양 기댈 곳을 찾아 파고드는 소현을 매정하게 밀쳐낼 수는 없었던 거 아닙니까. 그런데 달수 씨, 당신은 당신의 아내를 너무 과소평가한 것 같습니다. 지애는 누구보다 화통한 성격이고, 따라서 소현의 뼈아픈 처지를 전해 들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게 분명하거든요. 소현이가 쓰러졌을 때 달수 씨가 병원으로 달려갔던 것도 그래요. 물론 불쾌는 했겠지만 소현이가 친어머니의 부고를 며칠이 지난 뒤에야 시어머니에게서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걸 지애가 알았다면, 지애도 며느리 입장이자 한 아이의 어미인지라 소현의 아픔이 십분 이해되었을 것이고, 적어도 봉순(이혜영)이 앞에서 남편의 배신을 인정하는 가슴 아픈 상황은 막을 수 있었으리라는 거죠. “난 내 남편이 왜 그랬는지 이미 알고 있고, 이해해!”라고 반박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요즘 유부남들 정신 좀 차리세요!

한때 그 도도하던 지애가 남편의 구직을 위해 봉순이에게 매달리면서도 당당할 수 있었던 건 ‘내 남편은 나 하나 밖에 몰라!’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그 최후의 보루까지도 하릴없이 무너지고 말았으니 얼마나 벼랑 끝에 홀로 선 듯 막막했겠습니까. 그리고 또 설사 ‘이성으로서의 끌림’이 다소 있었다한들 당신은 ‘연민’에 대해서만 얘기하면 되는 겁니다. 지애의 말마따나 그게 아내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길이라는 걸 왜 모르나요. 언제까지 ‘해야 할 말’과 ‘하면 안 되는 말’조차 구별 못하는 푼수로 살 거냐고요.

솔직히 허사장은 이번에 직접 불러 화제가 된 ‘네버엔딩스토리’를 사서 온종일 들을 정도로 제 취향입니다만, 그럼에도 유부남 주제에 남의 여자 뒤꽁무니를 줄기차게 따라다니는 것만큼은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듭니다. 어디 허사장 뿐인가요. 아무리 사정이 딱하고 외로움이 사무친다 해도 내놓고 달수 씨를 유혹하는 소현이도 마음에 안 들고요. 부디 달수 씨가 허사장네 부부의 하릴없는 불장난에 휘말려 아내의 자존심을 다시금 짓밟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사람이 살다보면 잠시잠깐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고, 마음이 변한다 한들 막을 길은 없겠지만, 역경을 함께 헤쳐 온 부부의 의리로 아내의 자존심만큼은 반드시 지켜주길 바랍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얘기는 한준혁(최철호) 부장에게도 해당되는군요. 요즘 남자들, 왜들 이러신 답니까.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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