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꽃>, 티격태격만으론 부족하다

<나도, 꽃>, 티격태격만으론 부족하다 1회 수-목 MBC 오후 9시 55분
경찰 공무원으로서의 의무보다 국민으로서의 권리가 앞선다며 1인 시위를 하는 순경과 회사 CEO라는 사실을 숨기고 를 따라하는 대리주차요원, 차봉선(이지아)과 서재희(윤시윤)의 첫 만남은 새롭거나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그 우연한 부딪힘에서 봉선은 “눈알을 떨어뜨리셨다”며 비아냥거리고, 재희는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친다. MBC 의 첫 회에서는 계속 이런 상황이 반복되었다. 벌어지는 사건에는 이렇다 할 개연성이나 신선함이 없지만, 그 사건을 대하는 캐릭터들의 태도는 어딘가 다르다. 경찰로서의 책임감도, 일말의 자부심도 없이 살고 있는 봉선에게는 일상의 고단함과 지루함이 고스란히 묻어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재희는 전형적인 재벌 남자 주인공이 아니다. 그리고 재희와 공동 CEO인 화영(한고은)이나 의뭉스러운 얼굴을 한 상담사 태화(조민기), 명품을 갖기 위해 머리 굴리는 달(서효림)까지 캐릭터는 확실하게 자신의 얼굴을 각인시켰다.

그래서 의 1회는 절반의 성공이다. 어색하거나 과장되지 않게 극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인물들이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그 인물을 사이의 공백이다. 앞으로 변해갈 인물들 사이의 관계보다 도리어 부각되는 것은 언뜻 드러나는 인물들의 과거와 그 안의 상처다. 두 얼굴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재희만이 아니다. 인물들은 연결되어있는 듯 보이지만 고립되어 있고, 각자 다른 이유로 자신의 진짜 얼굴은 숨기고 있다. 캐릭터들이 분명하게 드러났음에도 1회가 모호하게 느껴진 것은 이 때문이다. 봉선이 상담 치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지만 이 상담의 과정은 결국 이 드라마가 지향하는 힐링의 과정이며, 인물들이 숨겨둔 진짜 자신의 얼굴을 찾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과정은 나머지 절반의 공백,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채우는 방향이 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선 남녀주인공의 티격태격만으론 부족하다. 은 그 이상을 준비해 놓고 있을까.

글. 윤이나(TV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