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tionary] ㄴ: 너는 펫

[덕tionary] ㄴ: 너는 펫
[덕tionary] ㄴ: 너는 펫

a. 일본의 만화가 오가와 야요이가 만화 잡지 < Kiss Carnival > 2000년 6월호에 < PET >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한 후 으로 제목을 바꿔 2005년까지 연재한 만화. 총 14권의 단행본이 누계 발행부수 400만부를 돌파한 인기작이자 2003년 제 27회 코단샤 만화상 수상작.
b. ‘3고’(고학력, 고수입, 고신장)의 신문사 기자인 여자가 자신보다 어리고 작은 남자를 ‘펫’(pet)으로 키우게 되면서 치유 받고 성장하는 내용의 만화. 실제 요미우리 신문사의 기자였던 작가의 경험이 투영된 주인공의 직장생활을 통해 ‘일하는 여성의 애환과 불안한 심리’도 섬세하게 그려 냄.
c. 2003년 일본 TBS에서 드라마로 제작, 2011년 한국에서 영화로 제작.

연관어 1: 일본 드라마
a. 코유키와 아라시의 멤버 마츠모토 준이 주연을 맡아 2003년 2분기(4월)에 방송된 드라마.
b. 실제 키가 170cm 이상으로, 일본 여배우 중 고신장인 코유키와 그녀보다 작은 마츠모토 준의 캐스팅을 비롯하여 원작의 정서와 주제를 비교적 충실히 재현한 드라마.

연관어 2: 한국 영화
a. 김하늘과 장근석이 주연을 맡아 2011년 11월 10일 개봉 예정인 영화.
b. 원작의 키워드 중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이 어린 남자를 펫으로 키우다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에만 집중한 영화. 장근석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비롯하여 볼거리는 있지만 남녀 배우의 키 차이, 여주인공의 캐릭터와 직장생활 등 원작의 정수를 놓친 무난한 로맨틱 코미디.

[덕tionary] ㄴ: 너는 펫
[덕tionary] ㄴ: 너는 펫
‘남 앞에서 울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 여자가 있다. 키 170cm, 도쿄대와 하버드대를 나와 신문사에 입사, 이례적인 출세 가도를 거쳐 국제부에서 활약하던 스물여덟의 커리어 우먼 ‘스미레’. 남들이 부러워하던 그녀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애인은 스미레가 너무 잘난 탓에 바람을 피우고, 술에 취해 엉겨 붙는 상사에게 주먹을 날려 생활정보부로 좌천된다. 애인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 그녀는 집 앞에 버려진 박스에서 한 남자애 ‘다케시’를 줍는다. 그는 전도유망한 발레리노였지만 키가 자라지 않아 전향한 모던 댄서로, 진로에 대한 부모의 반대 때문에 집을 나와 여기저기를 전전하고 있었다. 스미레는 그를 예전에 키웠던 개의 이름을 따 ‘모모’라 부르며 펫으로 삼고, 의지할 곳 없던 모모와 핀치에 몰린 스미레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세간에선 쉽게 이해받을 수 없지만, ‘펫과 주인’의 관계이기에 무방비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모모와의 시간을 통해 스미레는 그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우는 얼굴을 보일 수 있게 된다. 은 남자보다 나이도, 키도, 수입도, 학력도 높은 여자가 그를 펫으로 키운다는 도발적인 설정에서 시작하지만 여기서 쉽게 연상되는 말초적인 자극을 전시하는 만화가 아니다. 우리 안의 한 없이 나약하고 고독한 영혼이 갈망하는, ‘약한 모습도 기가 막히도록 꼴사나운 모습도 보여줄 수 있는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는 보편적인 욕망을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세심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3고’인 스미레는 남들이 보기엔 얄미울 정도로 혜택을 받은, 지나치게 야무진 여자다. 하지만 실상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공부도 일도 늘 애쓰며 살아왔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담배 피는 모습도 격투기를 좋아하는 것도 숨기려다 쓸데없이 지쳐버리는 수줍음 많고 융통성 없는 여자다. 이런 그녀의 진짜 얼굴을 알아보는 이는 남들과 달리 그녀의 조건에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 모모 뿐. ‘애쓸 필요 없다. 무리하지 마라. 그냥, 지금 모습 그대로이면 된다.’ 이 달콤한 마법의 주문은 “얼굴 미인이지, 머리 똑똑하지, 고민거리 같은 건 있지도 않죠?”라고 손쉽게 평가당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허술하고 서툰 스미레나 타고난 재능으로 기대와 동경을 받지만 이에 부응하지 못하면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안고 있던 모모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을 아는 어른이 된 뒤로 끊임없이 가면을 쓰느라 어느새 그 가면 뒤 자신의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 잊어가는 우리에게도 절실하다. “난 스미레가 어떤 결정을 한다고 해서 미워하거나 그러지 않아. 스미레가, 스미레인 것만으로 오케이니까”라는 모모의 말처럼,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해주는 존재가 주는 충만한 위안. 이것이 바로 이 젊고 귀여운 남자애를 펫으로 삼는 발칙하고 얄팍한 판타지에 그치지 않고, 일과 연애 앞에서 어금니 꽉 깨물고 울음을 참아 본 어른 여자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이유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