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 약속>, 숨 막히지만 견고한 김수현 월드

다섯 줄 요약
이제 하나 둘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아들과 딸의 파혼을 받아들일 수 없던 부모들도, 눈물로 호소한 서연(수애)도 지형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공식적으로 지형과 향기(정유미)의 결혼은 취소됐다. 한편 서연은 매일 같이 가던 길과 지형의 휴대폰 번호조차 기억나지 않는 자신을 인정하고 문권(박유환)과 재민(이상우)의 말대로 약을 먹기로 한다.

Best or Worst
Best: 에는 인물의 행동 하나하나에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빠짐없이, 빠르게 몰아치며 설명해주는 대사가 있다. 결혼식 날 행방불명이 되어 버린 아들을 놓고 이성적인 어머니와 자신을 망신시킨 것이 괘씸한 아버지가 다투는 설정은 보기 불편하지만 그 장면에서 눈과 귀를 뗄 수 없는 것은 바로 그 대사 때문이다. 강수정(김해숙)은 처음부터 흥분하며 따지는 박창주(임채무)에게 “내 거만 받고 말길래 자기 번호 주고 싶지 않은가 보다 했어. 빚쟁이도 아닌데 강요할 수 없잖아”라고 쉼 없이 말하다 결국 “제발 나,나,나,나 당신 얘기만 하지마. 걔 이제 됐다, 성공했다, 어디서 그러고 있을 것 같아? 양쪽 집안 입장, 향기 생각하다가 여기까지 온 애야. 지금 걔 속도 어떨까 잠깐 생각해줘”라며 폭발한다. 인물의 심리를 속사포처럼 풀어놓는 대사는 서연이 지형에게 매달려 “나 망가져 가는 거 절대로 안 보여주고 싶은 날 이해해줘”라고 우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서연의 말에 귀 기울이고 대사를 따라가다 보면 그 장면은 지나가고 방송은 끝나 있다. 물론 갑자기 비극적인 음악 속에서 서연이 불 같이 화를 내는 순간이나, 놀랍도록 비슷한 인물들의 말투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한 번 보면 쉽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김수현 작가 세계의 견고함 또한 분명하다.

동료들과 수다 키워드
– 향기 어머니, 파리 찍고 밀라노 갔다 스위스도 가는 그 여행 제가 가면 안 되나요?
– 아빠가 쫓아내도 엄마가 돈 준다는, 박지형 이 편한 아들.
– 이서연이 임신을?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글. 한여울 기자 sixt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