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남 김경호 VS 육식남 윤제문

초식남 김경호 VS 육식남 윤제문
초식남 김경호
놀리는 게 아니라 마흔하나, 진짜 초식남이다. 하루에 수신문자가 고작 4통밖에 되지 않는 외로운 솔로지만 여자에게 쏟을 관심, 피부 관리와 홈 인테리어에 투자한다. 취미는 화장품 샘플, 예쁜 그릇, 예쁜 이불 모으기. 그래서 김경호의 스타일리스트라면 절대로 파운데이션 호수 헷갈리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되고, 김경호의 집에서 자는 손님이라면 당연히 다음 날 아침 이불 호청 다 뜯고 입었던 잠옷도 다 빨아야 한다. 냉장 보관한 여자 화장품을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리듯 바른 결과,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김연우 옆에 서면 수줍은 새색시가 되고 김윤아 옆에 서면 미주알고주알 수다떨기 좋아하는 여고생이 된다. 혹시라도 얼굴 부을까봐 야식을 안 먹은 결과, 걸 그룹이 아니고서는 소화하기 힘들다는 사과머리, 벼머리, 업스타일 모두 잘 어울리는 얼굴형이 완성됐다. 무대 위에서도 마이크 낙하 퍼포먼스를 버리고 앙증맞은 골반댄스를 췄지만 로커마인드만큼은 버리지 않았다. MBC ‘나는 가수다’에서 최고 득표율로 1위를 하고도 눈물을 꾹 참았다. “막 북받치는데… 로커는 울지 않거든요.” 이토록 장한 초식남. 이젠 남들이 붙여준 ‘언니로 불리는 사나이’가 아닌 본인이 원하는 별명을 불러줄 때가 됐다. 이 깜찍이 로커야!!

육식남 윤제문
농담이 아니라 마흔둘, 진짜 육식남이다. 고기 잡고, 썰고, 파는 조선 최고의 백정 가리온은 평생 남아일언중천금을 온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남자 중의 남자다. 두 가지 약속을 했으면 둘 다 지켜야지, 부분점수라는 건 제 아무리 지체 높은 양반이라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두 가지 중 하나는 잘했는데 다른 하나를 행하지 못한 자는 어찌해야 합니까요? 예를 들면 말입니다, 입신양명하여 조정의 중심에 있으라는 명은 잘 지켰는데 24년 만에 떨어진 본원의 명을 무시해버린 밀본의 계원은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존댓말이 반말로 바뀌는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뜩하고, 말과 말 사이의 쉼표 하나까지도 철근처럼 씹어 먹을 기세다. 하지만 진짜 남자는 백 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법. 그가 가장 무서운 순간도 팔짱을 낀 채 아무 말 없이 상대방을 빤히 쳐다보다가 허허허- 웃을 때다. 오른손이 언제 겨드랑이에서 탈출해 조인성의 뺨을 후려칠지, 입에서 언제 육두문자가 튀어나올지 예상할 수 없다. 말릴 수도 없다. 그러니 손톱만한 재주 좀 있다고 나대지 말자. 고기 썰던 칼이 어떤 용도로 변할지 장담할 수 없다. 설마 그러겠냐고? 이 남자, 조선의 임금도 속인 카이저소제다. 이미 죽은 사람 아니냐고? 환생해서 MIC 잡고 계신다.

글. 이가온 thirt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