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과 오승환 중 누가 더 잘하는 거야?

윤석민과 오승환 중 누가 더 잘하는 거야?
뭔 일 있어? 지난번에 기아 떨어진 이후로 계속 죽상이더니 오늘은 얼굴이 폈네?
글쎄? 무슨 일일까? 어제가 11월 7일이었잖아. 바로…

밀레니엄 빼빼ㅇ데이가 있는 주의 월요일?
흥. 탄수화물 스틱에 단당류로 범벅된 칼로리 덩어리를 뭐 좋다고 나눠먹는 날에 내가 설렐 거 같아?

어차피 너 주는 사람 없잖아.
그… 그렇지. 난 어차피 빼빼ㅇ 받고 싶지 않아. 괜찮아. 괜찮다고. 우리 석민이가 MVP 트로피만 받으면 나는 빼빼ㅇ 따위 받지 않아도 좋다고.

뭔 소리야. 석민이? 네가 툭하면 말하는 석민 어린이?
그래, 기아의 에이스이자 한국 최고의 우완 투수 윤석민. 논란도 많았는데 결국 어제 시즌 MVP를 수상해서 내가 기분이 좀 많이 좋아.

MVP는 제일 잘한 사람 주는 거지?
그렇지. 올 한 해 가장 훌륭한 성적을 보여준 선수를 뽑는 건데 기자단 투표에서 91표 중 63표를 얻었으니 완전히 압도적으로 MVP를 탄 거지. 사실 이번에는 정말 그럴 만한 게, 투수에게 있어 최고의 타이틀인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에서 1위를 차지했어. 말하자면 3관왕인 건데, 다른 부문이 아닌 이 3개 부문의 3관왕에 대해서는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해서 가히 바둑의 대삼관 같은 엄청난 기록으로 받아들여. 가령 타자에게 트리플 크라운은 홈런, 타율, 타점이고, 작년에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한 이대호가 MVP를 차지했지. 물론 트리플 크라운 외에도 다른 4개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7관왕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세워서이지만 그 7개 중에서도 역시 트리플 크라운이 가장 빛나는 부분이야.

윤석민과 오승환 중 누가 더 잘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게 가장 중요한 타이틀이라는 거지?
바로 그거야. 메이저 타이틀. 만약 올해의 가수상을 정할 때, 음원 수익 차트, 음반 판매 차트, 라디오 방송 횟수 차트 3관왕이 있고 검색어 순위, 공연 횟수, 공연 수익 차트 3관왕이 있다면 아무래도 전자가 수상 가능성이 높지 않겠어? 올해의 윤석민이 그래. 특히 올해는 승률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는데 트리플 크라운을 포함한 투수 4관왕은 1991년 선동렬 이후 처음이야.

그런데 뭐가 논란이 많다는 거야?
올해 MVP 후보로 오른 게 윤석민이랑 삼성의 오승환과 최형우, 그리고 롯데의 이대호야. 이 중 투수는 윤석민과 오승환, 타자는 최형우와 이대호인데, 사실 최형우와 이대호는 어쨌든 같은 타자, 그것도 한 방이 있는 강타자로서 어느 정도 비교가 쉬운 편이야. 최형우는 홈런과 타점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이대호는 타율과 안타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최형우 역시 타율 2위, 안타 3위를 기록했고, 이대호도 홈런 2위, 타점 2위를 기록했어. 거의 막상막하지만 아무래도 무게감이 큰 3개 메이저 타이틀 중 2개를 최형우가 차지했으니 최형우가 좀 더 유리한 상황이었지. 그런데 윤석민과 오승환은 비교가 애매한 게, 둘의 보직이 너무 다르거든.

투수라며. 투수인데 뭐가 다르다는 거야. 왼팔, 오른팔?
넌 정말 스마트한 기능이 추가된 러닝머신 같아.

똑똑해서?
아니, 제자리걸음만 해서. 지금까지 나랑 있던 게 몇 년인데 왼팔, 오른팔? 그게 아니라 윤석민은 선발투수고, 오승환은 마무리투수라는 게 달라. 두 개는 말 그대로 처음에 나오느냐, 마지막에 나오느냐의 차이인데, 선발이 처음부터 상대팀 타자를 압도해서 최대한 실점하지 않게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마무리는 자기 팀이 이기고 있을 때 마지막 9회 정도에 나와 승리를 지키는 입장이지. 그리고 전에 박찬호의 일본 진출에 대해 설명할 때도 얘기했지만, 기본적으로 투수 보직에 있어 선발이 더 중요하다고 보면 돼. 특히 마무리는 항상 뻥튀기 되는 경향이 있어. 마무리가 9회에 나오기까지 선발이 언제나 8회까지 막아줄 수는 없기 때문에 그 중간에 1회 정도를 막아주는 소위 미들맨들이 나오거든? 그런데 숫자상 같은 1회를 던지는데 미들맨보다 마무리가 훨씬 높은 몸값을 받고 훨씬 많은 인기를 얻고 공헌도를 인정받는 건 조금 이해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해. 다음 주 즈음 너랑 같이 봐야 할 영화 의 실제 주인공인 빌리 빈 단장이 주장하는 이론 중 하나가 마무리에 대한 과대평가를 경계하는 것이기도 하고.

윤석민과 오승환 중 누가 더 잘하는 거야?
방금 뭔가 이상한 얘기가 스쳐간 거 같은데? 어쨌든 그럼 오승환보다 윤석민이 더 뛰어난 거잖아.
웬만하면 그렇지. 그런데 올해의 오승환은 웬만한 A급 선발투수들을 압도하는 기량과 기록을 보여줬거든.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9회에 등판해 승리를 지키면 세이브가 되는데, 오승환은 올해 무려 47세이브를 기록했어. 이건 본인이 2006년 기록했던 한국 최다 세이브와 동일한 기록이지. 특히 2006년에는 패배한 기록도 있는데 올해는 정말 깨끗한 올백 답안지처럼 패배 한 번 없어. 말하자면 승률 100퍼센트인 거지.

응? 아까 윤석민이 승률 1위였다며. 승률이 120퍼센트일 수는 없는 건데 그럼 윤석민이랑 오승환이 승률 공동 1위인 거야?
아, 그건 아니야. 윤석민은 승률 77.3퍼센트인데 평균자책점이나 승률을 숫자로만 보면 오승환이 오히려 앞서. 다만 이런 기록을 인정받으려면 일정 수준의 횟수를 채워야 하는데 팀이 이길 때 나와 1회만 던지는 마무리투수인 오승환은 그게 턱없이 부족하지. 그걸 규정 이닝이라고 하는데 사실 규정 이닝을 못 채웠다는 부분에서 마무리는 MVP 경쟁에서 불리한 게 사실이야. 그럼에도 올해 선발 중에서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윤석민과 MVP 경쟁을 벌일 수 있었던 건 아까 말한 것처럼 나왔다 하면 승리를 지켜주는 엄청난 임팩트 때문이지.

그래서 누가 타는 게 옳다는 얘기야. 윤석민이야, 오승환이야.
사실 결과가 이렇게 나와서 좀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지만 윤석민이어야 한다고 줄곧 생각했어. 기아 팬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미 말한 것처럼 마무리는 팀 기여도라는 부분에서 선발에 미치기 어렵다고 봐. 오승환이 대단한 건, 마무리지만 웬만한 선발 이상으로 기여했다는 건데 그것과 선발로서 그 해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 중 나는 후자가 그래도 좀 더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MVP를 못 탔다고 해서 오승환이 현재 한국에서 가장 ‘넘사벽’인 마무리라는 게 부정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네가 받든 못 받든 빼빼ㅇ가 단당류 범벅인 게 부정되는 것도 아니겠지.
생각해보니 불포화지방이 가득 든 견과류 박힌 건 좋을 거 같아. 안 비싸.

글. 위근우 기자 e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