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개인주의자 지영씨’, 극단적 男女가 전하는 메시지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개인주의자 지영씨' / 사진=방송 화면 캡처

‘개인주의자 지영씨’ / 사진=방송 화면 캡처

지극히 개인적인 여자와 심각한 오지라퍼 남자. 극과 극의 남녀에게서 현대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지난 8일 KBS2 2부작 드라마 ‘개인주의자 지영씨’(극본 권혜지, 연출 박현석)가 공개됐다. 혼자일 때 깔끔하다는 704호 여자 지영(민효린)과 인간은 타인과 떨어져 살 수 없다는 705호 남자 벽수(공명)의 극과 극 성향이 그려졌다. 지영은 남자친구에게도 자신의 속 얘기를 하지 않았고 벽수는 회사 직원들이 자신을 쉽게 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의 부탁을 다 들어줬다.

우연히 심화 영화를 함께 보게 된 이후 사사건건 부딪히게 된 지영과 벽수는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품었다. 하지만 지영이 전 남자친구를 피해 벽수네 집 화장실을 사용하게 되며 알 수 없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것과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다는 공통점을 찾은 것.

방송 말미에는 크리스마스를 각각 자의적, 타의적으로 보내게 된 지영과 벽수가 대화를 나누게 됐다. 급기야 벽수를 자신의 싱글 침대 위로 부르는 지영의 모습이 그려지며 새로운 전개를 예고했다.

지영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 우울증을 앓고, 벽수는 멍청하다고 느껴질 만큼 타인의존형 성향으로 애정결핍을 느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은 현대인들과 닮아있다. 주변의 관심이 고파 SNS에 거짓 행복을 올리고 ‘좋아요’를 종용하거나 누구라도 함께 하고 싶은 외로운 마음에 ‘카톡’을 들여다보지만 이내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이들 말이다. 인물들의 극과 극 성향은 현대인들의 이중적인 감정을 극대화시켜 설명하고 있다.

때문에 너무나 다른 지영과 벽수가 자신의 상처를 온전히 내보이고 보듬으며 사랑할 수 있을지는 2회이자 최종회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민효린과 공명은 단 한 회 만에 제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의 몰입을 도왔다.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1’을 통해 냉미녀 이미지를 벗고 친근한 매력을 뽐냈던 민효린은 초침 소리가 시끄러워 시계를 분리시켜 버릴 만큼 예민한 여자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또 공명은 명불허전 ‘연하남’의 캐릭터를 유쾌하게 풀어내면서도 아픈 가족사 앞에서 상처받지 않으려 억지로 웃음 짓는 감정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KBS의 단막극은 신인 극본가와 연출가가 꿈을 펼쳐내는 등용문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전례 없는 스토리와 늘어짐 없고 톡톡 튀는 연출이 뻔한 이야기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제공하는 것. ‘개인주의자 지영씨’ 역시 이와 같은 행보를 뒤따랐다. 다수의 단막극뿐 아니라 ‘공주의 남자’ ‘함부로 애틋하게’ 등을 연출했던 박현석 PD와 2016년 KBS 단막 최우수 당선작 ‘빨간 선생님’의 권혜지 작가가 의기투합한 것. 믿고 보는 KBS의 단막극이 또 다시 빛을 낸 순간이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