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더 플랜’≠김어준 영화…메시지만 봐 달라”(인터뷰②)

[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영화 '더 플랜' 제작자 김어준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영화 ‘더 플랜’ 제작자 김어준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10. ‘더 플랜’은 ‘프로젝트 부(不)’라는 타이틀 아래 기획된 다큐멘터리 3부작 중 첫 번째다.
김어준: 출발은 세월호 때문이었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정부의 발표가 이상한데 콕 집어서 뭐가 이상한지 말을 못하겠더라. 그래서 정부 발표가 믿을 만한지 과학적으로, 수학적으로, 기술적으로 검증하고 기록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를 다룬 다큐 ‘인텐션’에는 사고 전후의 내용이 없다. 배가 출발해 넘어지기까지만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자료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숫자와 기록, 항해 정보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플랜’과 내용만 다를 뿐 똑같은 작품이다.

10. 주진우 기자의 MB 비자금 추적기를 다룬 ‘저수지 게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김어준: ‘인텐션’ 이후 세월호 같이 다큐로 기록할 만한 걸 고민했다. 그때 떠올랐다. 이명박의 핵심은 돈이잖냐. 그래서 돈이 주인공이 된 거다. 박근혜는 세월호가 주인공이었고. 그 둘 사이를 잇는 이벤트가 대선이었다. 다양한 소재 후보가 있었지만 이를 뛰어넘는 소재가 없었다. 마침 대선에 관한 의문들이 많았으니 그래 한 번 해보자가 된 거다. 이 안에 뭔가가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K=1.5’란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면 ‘더 플랜’은 제작되지 않았을 거다.

10. ‘프로젝트 부(不)’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은 약 20억 원의 후원금으로 제작된 프로젝트다. ‘더 플랜’의 제작비는 어느 정도인가?
김어준: 4억 정도 들었다. 4억이면 굉장히 싸게 만든 거더라. 빨라진 대선에 맞춰 굉장히 빠르고, 싸게 퀄리티 있게 만들어졌다. 난 영화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전문가들이 완성도도 좋다고 말씀해주신다. 영화의 퀄리티는 순전히 최진성 감독의 덕이다. 나도 사실 이렇게 까지 잘 할 줄 몰랐다. 감독 인생작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웃음) 농담이고, 정말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10. 극장 개봉 전에 ‘더 플랜’을 온라인에서 무료로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을 엣나인필름이 배급한 셈인데 배급사 입장에서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 같다.
김어준: 상업적으로 말도 안 되는 거다. 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사람에게 이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서 선택했다.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으나 인터넷에서 떠도는 여론으로 끝날 수 있다. 그래서 실물 세계의 관객들이 움직이고 극장들이 움직여서 실존하는 여론이라는 걸 보여줬으면 했다. 뒤늦게 극장 개봉을 추진했는데 엣나인 필름에서 핸디캡을 안고 ‘더 플랜’의 취지에 공감하며 배급을 자처해줬다. 일종의 운동처럼 하고 있는데 대선 전까지 많이 봤으면 좋겠다.

김어준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김어준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10. 포털에 김어준을 검색하면 언론인이라고 나온다. 2011년 ‘나는 꼼수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뉴스공장’, ‘파파이스’ 등 많은 사람들이 김어준이 하는 말에 집중한다.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사이다’ 같은 당신의 말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닐까.
김어준: 그렇게 써달라. 꼭 내가 말로 해야 하나!(웃음) 만약 내가 언론인의 사명을 가지고 지금의 작업을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난 그런 사명이나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겠다거나 정의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금 거짓말하는 거잖아, XX”, “창피하게 지금 뭐하는 거냐”는 수준의 감정이다.

다만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내가 매우 과학적으로, 꼼꼼하게, 빈틈없을 때까지 살펴보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거다. 그 과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내 주장을 음모론이라고 치부한다. ‘더 플랜’에서 내 역할은 자료를 모았던 거다.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 건 전문가들이었다.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에 대한 반론이라면 그 수준에 걸맞은 반론이어야 한다. 김어준이 ‘더 플랜’의 제작자라고 ‘더 플랜’의 메시지를 음모론이라고 말한다면 그것 밖에 못하냐고 묻고 싶다. 이 사회의 주류 엘리트들이라면 더 잘할 수 있지 않나. 초라하고 가소롭다. 꼭 가소롭다고 써 달라.(웃음)

10. ‘더 플랜’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번 개표 과정도 저번 과정과 똑같이 진행된다면, ‘더 플랜’의 주장이 이번 대선의 패배한 후보들에게 ‘김어준이 개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며 ‘정신 승리’의 근거를 제공해주는 것은 아닐까?
김어준: 영화 자체의 메시지에만 집중해줬으면 좋겠다. 내 이미지 때문에 ‘더 플랜’이 상당히 가치 절하되는 것이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고. 그러나 ‘더 플랜’을 김어준의 영화라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나도, 감독도 아니다. 메시지가 주인공이다. 그 메시지는 “개표 과정이 생각보다 완전하지 않다. 그러니 좀 고쳐서 이번 대선에선 그런 걱정 하지 말자”는 거다.

10. 이번 대선을 통해 정권이 바뀐다면 김어준의 생활에도 변화가 생길까.
김어준: 일단 살이 좀 빠질 것 같다.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오전에 하면서 수면 시간이 확 줄었다. 그만큼 많이 먹고 스트레스를 받으니 15kg이 쪘다. ‘더 플랜’을 봐라. 나는 영화보다 내 모습이 더 충격적이었다. 무슨 조폭도 아니고.(웃음) 정권이 바뀌면 방송을 계속할지는 모르겠다. 애초에 그런 계획을 세우고 살진 않았으니까.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