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더플랜’, 톱 클래스 통계학자의 결론…음모론 NO”(인터뷰①)

[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영화 '더 플랜' 제작자 김어준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영화 ‘더 플랜’ 제작자 김어준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오는 9일 제 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지난달 20일 ‘더 플랜’이란 ‘문제적 다큐’가 극장을 통해 개봉했다. ‘더 플랜’은 지난 2012년 치러진 대통령 선거의 자료들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투표지 자동 분류기에서 미분류표로 나온 박근혜 후보 표와 문재인 후보 표의 비율이 1.5:1이며 이는 박근혜에게 유리한 비율이라는 걸 밝혀낸다. 그리고 이 비율은 결코 누군가의 기획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숫자라고 주장한다.

대선이란 거대한 국가적 행사에 오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더 플랜’의 문제의식은 의심과 관심, 비판과 응원을 부른다. 여기에 ‘더 플랜’의 제작자 김어준이란 ‘문제적 남자’는 ‘더 플랜’을 둘러싼 갑론을박에 더욱 불을 붙이는 촉매제다. 그는 왜 ‘더 플랜’을 제작한 것일까. 그리고 ‘더 플랜’은 합리적 의심일까 혹은 정치적 의도와 추측이 결합한 음모론에 불과할까. 판단은 당신의 몫이다.

10. ‘더 플랜’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반박이 지난달 19일 발표됐다.
김어준: 한마디로 말하면 ‘이번 선거가 끝난 후에 필요하면 검증을 하자. 문제가 없다면 문제제기한 쪽에 책임을 져라’다. 이건 협박이다. 문제 제기에 대한 답변이 아니다. 법적으로, 비용적으로 또는 시간적으로 아니면 어떤 이유에서라도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해야 한다.

‘더 플랜’에서 말하는 1.5라는 수치는 사람의 개입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숫자다. ‘더 플랜’은 개표 과정에서 누군가의 개입이 가능했을 수도 있으니 이번 개표에서는 먼저 사람이 검표하고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해 불완전한 요소를 제거하자고 제안한 거다. 이 제안이 돈이 드는 것인가? 간단한 조치다. 그런데 이것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우리보고 지금 나쁜 놈이라고 했어? 너희 책임질 수 있겠어?’라고 말한 거다. ‘더 플랜’은 선관위를 범죄 집단으로 고발한 것이 아니다.

10. 그렇다면 선관위는 왜 이런 해명을 내놓은 것일까?
김어준: 무능하거나 혹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본다. ‘더 플랜’은 전국 251개 지역 선관위의 1만 3500개의 투표소에서 나온 10만 개가 넘는 로우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국 개표소에서 미분류 표로 나온 박근혜 후보 표와 문재인 후보 표의 비율이 1.5대 1이었다. 이것을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해 충분히 의심할 만한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가 통계적 검증을 통해 문제 제기를 했으면 비슷한 수준에서 답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닌가.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해야 할 국가 기관이 우리의 문제 제기에 정서적인 반응을 낸 거다. 선관위의 해명은 자신의 직업적 기반을 흔들릴까봐 혹은 정말 문제가 있어서 그걸 감추려고 하는 것이거나 둘 중 하나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10. 선관위는 미분류 표가 많은 이유를 투표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던 노인들의 오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어준: 나이와 1.5라는 수치는 전혀 무관하다. 박근혜 지지층인 고연령층이 기표를 할 때 손을 떨어 오기를 했다는 가설에 대해선 이미 검증을 마쳤다. 필요하면 그래프를 공개할 수도 있다.

전국 기표소에서 미분류 표로 나온 K값이 1.5 정규분포를 그렸다는 걸 확인한 게 지난해 4월이다. 그리고 톱클래스의 통계학자가 이상하단 걸 확인하고 다양한 가설을 내부적으로 확인하는데 6개월, 학문적으로 정리하는데 6개월이 걸렸다. 다른 변수들이 있는데 어쩌다 나온 작은 값 1.5로 흥분해서 음모론을 제기한 게 아니다. 혹시 기표를 잘못한 건 아닐까? 이런 가설은 통계적으로 초기에 확인했다. 이미 기각된 가설이기에 영화에 담지 않았을 뿐이다.

김어준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김어준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10. ‘김어준이 또 음모론을 제기한다’는 선입견이 작용한 걸까?
김어준: ‘더 플랜’ 팀이란 말을 하더라. 마치 조직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더 플랜’은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조직적 목적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다. 데이터를 분석한 교수도 기존에 알지 못하던 사람이다. 그는 ‘파파이스’도 몰랐다. 몇 번에 걸쳐 우리가 제공한 데이터를 받아 정치적 성향이 아닌 학문적 호기심에서 분석을 한 분이다.

김어준에 대한 선입견, 김어준이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더 플랜’을 만들었다는 문제 제기는 별개의 것이다. 영화는 개표 과정에 사람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학문적 검증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이었다. 박근혜 후보가 질 선거를 개표로 뒤집었다, 문제가 있으니 책임자를 찾아내라고 말한 적이 없다.

10. 그렇다면 ‘더 플랜’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른 가설들 또한 반박 가능한가?
김어준: 가능하다. 노인들의 오기는 물론이고 투표지에 주름이 접혔다, 투표지의 1번과 2번의 면적이 다르다는 등 다양한 가설들을 세워봤다. 이런 가설들은 모두 사람이 개입하지 않은 내재적 오류가 있었다는 거다. 그런데 1년 넘게 통계 검증을 해봤지만 이런 가설들은 모두 기각됐다. 그래서 우린 사람의 개입 없이 1.5란 수치는 나오기 힘들다고 말한 거다. 이게 근거가 없다고 말하려면 그 근거 없음을 설명하는 데이터를 제시하면 된다.

10. ‘더 플랜’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김어준: 대선 개표과정에 오류가 있다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무게의 문제 제기인 거다. ‘설마 대선에서 그랬겠어?’라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우리도 처음엔 그랬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