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 다층적인 욕망의 얼굴이 던지는 질문

<뿌리깊은 나무>, 다층적인 욕망의 얼굴이 던지는 질문 10회 SBS 수-목 밤 9시 55분
밀본의 본원 정기준의 정체가 드러났다. 반촌의 백정이자 세종(한석규)의 밀명을 받은 또 한명의 인물 가리온(윤제문)이 바로 그였다. 반전도 반전이지만 사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드라마를 시종일관 관통하고 있는 다중 정체성의 모티브다. 에는 겸사복 강채윤(장혁)으로 정체를 바꾼 똘복, 가리온으로 암약하던 정기준, 어린 시절의 담이였던 소이(신세경) 등 직접적으로 이름을 바꾼 인물들을 비롯해서 가면을 쓴 윤평(이수혁)이 상징하듯 또 하나의 얼굴을 숨기고 사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러한 설정은 추리서사를 흥미롭게 하는 위장 모티브인 동시에, 더 나아가서는 이 드라마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는 ‘바른 조선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다층적 여정을 의미하고 있다.

극 중에서 왕과 사대부와 백성으로 이루어진 계급 갈등 구도는 일견 단순한 듯 보이지만, 실상 각 신분에 속한 인물들의 얼굴은 결코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 계속해서 드러난다. 드라마의 시작부터가 권위적 통치자였던 태종(백윤식)과 젊은 세종의 대립이었고, 세종은 아직까지도 젊은 이도와 갈등을 빚는 자아분열적인 고뇌의 인물이다. 사대부의 경우에도 왕을 신뢰하는 집현전의 학사들과 밀본 사상에 경도된 대신들은 전혀 다른 인물들이며, 백성 역시 밀본의 하수인인 반촌의 인물들과 신분의 귀천에 상관없이 목숨은 다 소중하다고 여기는 백성들은 서로 다를 것이다. 드라마는 이처럼 조선이라는 나무를 형성하고 있는 여러 갈래의 뿌리들, 그 다층적인 욕망의 얼굴들을 그려내며 결코 단순하지 않은 정치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는 과연 마지막에 가서 그 하나하나의 인물들만큼 다양한 ‘각자의 조선’을 수렴하는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그 질문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글. 김선영(TV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