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 든 자리보다 더 표나는 난 자리

<100분 토론>, 든 자리보다 더 표나는 난 자리 목 MBC 밤 12시 10분
“ISD 한 가지 주제로만 100분을 토론했는데 아직 절반도 못 했다고 느낄 정도로, 정리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다.” 황현 앵커는 아쉬움을 피력했지만, 주어진 시간에 비해 ‘한미 FTA 논쟁, 여기서 끝냅시다’라는 부제는 사실 너무 거창했다. 100분 안에 한미 FTA를 둘러싼 수많은 논쟁의 지점을 다 짚기엔 시간이 빠듯하니, 결국 어제 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장 핵심의 쟁점으로 부각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둘러 싼 여야간의 입장 차이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여야 대립의 치열함에 비해 ISD란 어떤 제도이며 여야간의 입장은 어떻게 다른지 국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다소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ISD는 자의적 해석과 악용의 소지가 높아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최재천 변호사와, 협정문 예외조항을 근거로 반박하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간의 공방은 양측의 주장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토론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그나마도 토론이 뜨거워질만하면 맥이 끊겼다. 여당 패널 정옥임 의원은 “야권의 책임”을 거푸 제기하며 토론을 ISD 토론이 아닌 책임공방으로 몰고 갔고, 야당 패널 김동철 의원은 잘못 된 사례를 근거로 들면서 자기주장의 신빙성마저 떨어뜨렸다. 물론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이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진정 실망스러운 것은 그런 패널들을 통제할 책무가 있는 사회자 황헌 앵커의 태도였다. 황현 앵커는 기계적으로 발언 기회를 배분하느라 논의의 맥을 끊는가 하면, 각 패널들의 주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의미 추출에 실패하는 바람에 논의를 제자리걸음하게 만들기도 했다. TV토론이 언제나 명쾌한 결말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양쪽 입장이 무엇인지 정도는 제대로 확인하고 끝나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에 필요한 것은 토론이 잘못 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제지할 역량을 갖춘 사회자다. 사람들이 누군가의 빈자리를 그리워할 땐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