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결혼 권하는 사회가 만든 처절한 맞선

<짝>, 결혼 권하는 사회가 만든 처절한 맞선 SBS 수 밤 11시 15분
“남자 6호는 농사를 짓고 있다”, “여자 5호는 북에서 왔다”. 애정촌 15기 방송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멘트는 이와 같을 것이다. 즉 ‘사랑을 찾을 수 있는 낙원’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애정촌에서의 ‘첫 인상’이 외모를, ‘자기소개’가 ‘스펙’을 의미함을 애써 부인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자고로 남녀는 들판에서 암컷과 수컷이 만나는 것처럼 만나야 한다”는 황병기의 말을 인용한 남자 4호의 애정관과도 달리, 은 우연한 만남이 벌어지는 들판이 아니라 각자 뚜렷한 욕망을 지닌 어른들의 조인트 MT이자 합숙형 단체 맞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세 번 이상 만나면 결혼을 진행시킨다는 맞선 시장의 암묵적인 룰은 애정촌에서 한두 번 도시락을 같이 먹으면 공인된 ‘짝’이 되는 분위기와 겹쳐지고, 여자 5호에게 일방적인 구애를 펼치던 남자 6호가 부모와의 통화 중 눈물 지으면서 “며느릿감 데려 가겠다”며 앞서가는 것은 이 기이한 속성 시스템이 낳은 블랙 코미디다. 하지만 이성애자 정상가족의 신화가 그 어떤 법과 제도보다 공고한 이 ‘결혼 권하는 사회’에서는 서른을 훌쩍 넘긴 자녀들이 아직 짝을 찾지 못했음에 대해 부모에게 미안해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며 미션 성공에의 의지를 불태우는 포맷만으로도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도저히 못 들어줄 실력으로 러브 송을 불러주는 남자의 모습이나, 파카를 덮어주는 사소한 행위 하나에 갖가지 의미를 부여하는 ‘그들만의 시시콜콜한 작업 이야기’가 이토록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것도 이 선점한 그 틈새시장의 특성 덕분일 것이다.

글. 최지은 f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