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발광 오피스’, 직장인들의 생존경쟁 ‘절묘한 현실미’

[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사진=MBC '자체발광 오피스'

사진=MBC ‘자체발광 오피스’

‘자체발광 오피스’ 본부장과 부장 등의 현실미 넘치는 직장 내 권력 구도가 생생하게 그려져 직장인들에게 전율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0일 방송된 MBC ‘자체발광 오피스’(극본 정회현 연출 정지인, 박상훈) 12회 엔딩에서는 하우라인 사주의 아들인 서현(김동욱)이 아침 일찍 사무실에 나와 “새로 부임한 본부장, 서현입니다”라고 인사하며 마케팅부와 영업부를 놀라게 하는 장면이 엔딩을 차지했다.

서현의 자리는 하우라인을 위해 30년이나 일한 한정태 본부장(이윤상)을 대기 발령으로 만들고 앉게 된 자리다. 한 본부장은 하루 아침에 재택 대기 발령을 받고 충격에 휩싸여 집무실의 집기들을 부수며 분노를 폭발시켰다. 직원들이 야근을 하고 있는 사무실에 술에 취한 채 들어온 본부장은 “여기에 청춘을 묻었다. 나는 니들 같을 때 없었을 거 같냐?”며 “삼십 년 살 부비고 산 마누라보다 여기가 더 애틋했다”고 술주정을 한다. 마케팅부 서우진 부장(하석진)과 영업부 박상만 부장(권해효) 등이 말려보지만, 한 본부장은 자신의 속내를 거침없이 토로해 충격을 선사했다.

항상 마케팅부와 영업부를 경쟁시키며 라인을 만들고, 실적을 요구하며 집요하게 굴었던 한 본부장은 자신도 패기에 찬 젊은 신입 시절, 타협하지 않는 서 부장과 같던 시절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한 본부장은 서우진 부장과 조석경 과장(장신영 분)을 향해 “나도 한창 땐 너 같았어. 헌신하면 헌신짝처럼 버려지길래, 안 버려질라고 발버둥쳤을 뿐이다”라고 절규해 안방극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30년간 일한 회사에서 하루 아침에 잘린 사실도 원통하지만, 한 본부장은 자신의 라인이라고 믿었던 박상만 부장에게 배신을 당한 것. 박 부장은 서현으로부터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달라는 말을 듣고, 조석경 과장과 함께 서우진 부장을 이용해 한정태 본부장을 흔들기를 기획을 했던 것. 이태리 수입 가구 브랜드에 함량 미달의 에이전시를 끼워 넣어 서우진을 자극했다. 결국, 자신들은 손도 안 대고 코를 풀 심산으로 서우진 부장을 지렛대 삼아 원하는 바를 챙기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 부장은 박상만 부장의 계략을 눈치채고 속아주는 척 하며, 박상만 부장까지 연루된 부당 거래의 증거들을 확보하였다. 박상만 부장의 칼 끝을 잡고 흔들어 박상만 부장까지 떨궈버릴 심산이었던 것. 허구동 과장(김병춘)까지 서 부장을 “사내 정치 꿈나무”로 칭할 정도로 주도 면밀 했지만, 서우진 부장의 움직임을 눈치 챈 박상만 부장이 서현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을 한다. 서우진 부장의 명석함도 박상만 부장의 비굴함을 당하지는 못했다.

결국 박상만 부장은 자신의 손으로 한정태 본부장에 대한 투서를 감사실에 넣고, 서현을 방패막이 삼아 자신은 살아 남는다. 박상만 부장은 동기인 허구동 과장에게 “구린내를 안 즐기면 여기서 못 버텨요. 이게 다 거저 얻는 거처럼 보여도 피땀 흘린 노동의 대가거든?”이라고 말하는 뻔뻔스러움까지 드러낸다.

서현이 본부장으로 취임하는 과정에서 직장인들이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한 때는 서우진 부장 같이 패기 넘치는 직장인이었지만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다 결국 버려진 한정태 본부장, 자신의 필요에 따라 비굴해졌다 배신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살아가는 박상만 부장, 똑 같은 방식으로 살아남기는 싫지만 지고 살 수 없어 결국 싸움을 택한 서우진 부장 등 직장인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