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뻔한 사랑 이야기는 지겨워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SBS '귓속말', KBS2 '추리의 여왕' 공식 포스터

SBS ‘귓속말’, KBS2 ‘추리의 여왕’ 공식 포스터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며 괜히 눈물 흘리는 여자, 가난하지만 재벌2세로부터 “날 좋아하지 않는 여잔 네가 첨이야”라는 말을 듣는 여자. 이런 뻔한 사랑 이야기는 이제 좀 지겹다.

최근 드라마엔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뻔한 로맨스보단 신선한 남녀조합이 눈길을 끄는 것. 평일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드라마들만 봐도 알 수 있다.

SBS 월화극 1위를 수성하고 있는 ‘귓속말’에서는 신영주(이보영)가 이동준(이상윤)의 관계가 그렇다. 극 초반 신영주는 악의를 갖고 이동준에게 접근했다. 시작은 적이었지만 더 큰 악의 무리와 맞서며 서로 연민을 느꼈고, 결국 두 사람은 동지가 됐다.

극은 ‘법률회사를 배경으로 적에서 동지로,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가 법비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결국 사랑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극의 메인 스토리 안에서 두 사람의 로맨스는 마냥 설레게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긴장감을 자극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뻔하지 않은 남녀관계는 수목극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KBS2 ‘추리의 여왕’에도 있다. 평범한 주부 유설옥(최강희)과 형사 하완승(권상우)가 공조수사를 하며 ‘파트너’가 된 것.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상대방에게 찾으며 모든 에너지를 범인 검거에 쏟는 두 사람의 모습은 어쩐지 통쾌하다.

특히 ‘추리의 여왕’의 제작사 에이스토리 측은 제작 단계부터 “최강희와 권상우의 기싸움은 흔한 로코물 공식과 다르다. 연애플래그를 꼽을 틈도 없이 숨 가쁘게 이어지는 추리와 수사대결”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심지어 신드롬을 일으키며 지난 3월 30일 종영한 KBS2 ‘김과장’엔 로맨스가 전무했다. 버젓이 남녀주인공이 있지만 두 사람은 진한 동료애로 뭉쳤다. 그 흔한 키스신도, 아니 포옹신조차도 없었다. 불필요한 로맨스를 덜고 필요한 스토리에 집중하자 극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앞서 다수의 장르물이 이와 같은 형태를 보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SBS ‘싸인’이 로맨스 대신 범죄 현장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시청률 25.5%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한 후 특히 그랬다. 초반엔 이러한 현상이 장르물에 국한됐다면, 이젠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박지종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의 한국 드라마엔 수사를 하다가도 연애하고, 수술을 하다가도 연애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장르물이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 구태여 로맨스로만 극을 이끌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판단했다. 그는 “최근에는 남녀의 로맨스에 집중하기 보다는 독특한 설정이나 장르적 성향의 강화, 혹은 스토리에 로맨스를 살짝 가미하는 식의 전개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작품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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