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이런 권상우도 좋구나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추리의 여왕' 권상우 스틸 / 사진제공=추리의여왕문전사, 에이스토리

KBS2 ‘추리의 여왕’ 권상우 스틸 / 사진제공=추리의여왕문전사, 에이스토리

직감과 본능으로 범인을 지목한다. 앞길을 막는 것이 있다면 누구라도 상관없이 부딪힌다. 실적은 좋지만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 탓에 승진에서는 미끄러지기 일쑤다. 히스테리도 장난 아니다. ‘추리의 여왕’을 만난 권상우의 모습이다.

권상우는 KBS2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극본 이성민, 연출 김진우 유영은)에서 서동서 폭력 2팀 형사 하완승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자타공인 최고의 마약 수사관이다. 저돌적인 성격에 가려져 있지만 그는 사실 경찰대 수석 입학, 수석 졸업에 빛나는 엘리트다. 국내 최대 로펌 하앤정 설립자의 막내아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주목하는 건 오로지 범인.

프로필만 들으면 이보다 더 프로페셔널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하완승은 범인을 향한 미칠 정도의 열정이 줄곧 문제를 일으켰고, 결국 좌천인사로 파출소에 파견을 가게 됐다.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 자신의 수사를 방해하는 유설옥(최강희)과는 만날 때마다 으르렁댄다. 표정을 잔뜩 구기며 “아줌마!”라고 호통 치는 것은 이미 유행어가 됐을 정도다. 추리에는 미숙하고 직감만 믿는 탓에 유설옥으로부터 ‘돌팅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허당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범죄학 관련 서적을 잔뜩 가지고 있는 유설옥을 심리학 박사로 오인했고 “그런데 왜 범죄학 공부를? 아 컬래버?”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자신의 옷을 망친 유설옥에겐 “나 귀하게 자랐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않도록 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으면서 “뭔가 냄새가 나~”라며 능청을 떠는 모습이 안방극장을 웃긴다.

권상우의 이런 모습은 낯설면서도 신선하다. 2001년 MBC ‘맛있는 청춘’을 통해 데뷔한 그는 다채로운 장르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럼에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드라마 ‘대물’ ‘야왕’ 등의 흥행으로 힘이 들어간 강렬한 이미지로 인식된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하완승을 만난 권상우는 친근하다. 완벽해보이지만 2% 부족한 성향이 코믹하게 비춰지기도 한다.

극 이전에 권상우는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며 대중들과의 벽을 좁혔다. MBC ‘가출선언-사십춘기’에서는 절친 정준하와 가출한 콘셉트로 평범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줬고, JTBC ‘내 집이 나타났다’ 첫 회에도 게스트로 출격하며 사랑꾼 면모는 물론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힘은 뺐지만 호응은 높아졌다. ‘추리의 여왕’은 첫 회부터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린 이후 수목극 왕좌를 유지하며 앞으로의 흥행을 더욱 기대케 하고 있다. 줄곧 권상우에게 따라붙던 연기력 논란도 사라진지 오래다. 대중들과 한층 가까워진 그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추리의 여왕’은 수사, 범죄를 다루고 있음에도 생활밀착형 캐릭터들을 더해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회에서는 권상우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강렬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최강희와 조우하며 점차 카리스마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권상우가 몸에 잘 맞는 좋은 캐릭터를 만났다”고 평가했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