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애

수애: “연기를 안 했으면 재미 없게 살았을 것 같아요. 어떤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하나씩 연기를 알아가는 재미 때문에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연기 말고 다른 걸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연기를 안 했다면 조금은 무의미하게 살았겠죠.” 한 인터뷰에서
열심히 했다. 허나 절박하지는 않았다. 연기로 의미를 찾았다.하지만 연기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리고, 서른을 넘어 만나게 된 어떤 결정적 순간.

수애
정윤희: 수애가 닮은 것으로 유명한 전설의 여배우. 수애는 어린 시절부터 친척들에게 정윤희와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그만큼 얼굴에서 고전적인 이미지가 느껴져서인지 수애는 데뷔 후 이른바 청순가련의 여성 역을 주로 맡았다. 하지만 수애는 학창시절 육상부에 있을 만큼 운동을 좋아했고, 고교 시절에는 너무 착해 보인다는 이유로 눈썹을 민 적도 있다. 학교에서 발표하는 게 싫어 아예 뒤에서 벌을 서는 소심함과 고교 졸업 후 기획사도 없이 친구들과 4인조 그룹으로 데뷔를 하려고 했던 당돌한 성격의 결합. 수애는 가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획사의 제의를 받아 연기자로 데뷔했다. 당시 수애는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전혀 없었지만 MBC 에서 우는 연기를 하다 “모든 스태프가 나 때문에 함께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다 펑펑 울었고, 이 때부터 “어~ 내가? 이렇게 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 그대로 도 아니면 모, 또는 닥치면 한다.

조현재: MBC 에 함께 출연한 배우. 는 조현재를 한동안 극중 세례명인 ‘안드레아’로 불리게 했고, 수애에게 청순가련의 이미지를 부여했다. 신부의 길을 선택한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불치병까지 걸린 수애의 모습은 2000년대 이후 드라마에서 점차 사라져가던 비련의 여주인공을 부활시켰다. 그에 이은 MBC 에서도 기구한 팔자를 살게 되는 여성을 연기하면서 아예 ‘눈물의 여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정윤희와 닮은 얼굴로 정윤희가 1980년대와 비슷한 이미지의 연기를 보여준 셈. 하지만 가 끝난 한참 뒤, 네티즌들은 수애가 통닭을 정말 맛있게 뜯어 먹는 모습을 발견하고 ‘통닭수애’라는 별명을 붙였고, 단역으로 나온 KBS 에서는 불량 여고생을 연기하기도 했다. SBS 에서 니킥을 날리는 모습은 이 때부터 준비 돼 있었던 건지도.

주현: 영화 에서 그의 아버지로 출연한 배우. 수애는 에서 아버지에게 애증을 품고 있는 소매치기로 출연해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연기를 시작해, 청룡 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에서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는 농촌 총각들의 통역관 김라라는 기존의 청순가련한 모습과 달리 보다 가볍고 일상적인 느낌이 배어 있었다. 그러나, 에서 그의 배역은 어수룩한 남자들 사이에서 빛나는 매력적인 여성이었고, KBS 에서는 남자 주인공들에게 구원의 여신처럼 다가오는 비련의 여주인공이었다. MBC 에서 30대 여성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연기하기는 했지만 정작 작품 자체는 성공하지 못했고, 수애의 이미지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연기력은 안정적이고, 고유의 이미지도 가졌다. 하지만 그만큼 극적인 변신이나 작품 안에서 확 튀는 순간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배우의 딜레마.

이준익: 의 감독. 수애는 이 작품을 거치며 “그 전의 수애가 생각이 안날 정도”로 변했고, “이제까지 살면서 가장 재밌는 경험”이라고 할만큼 연기를 좋아하게 됐다. 이준익은 수애에게 “네가 앉아서 감정을 잡고 있을 때 150명이 넘는 스태프 중 단 한명도 앉아 있는 사람이 있는지 잘 보라”면서 스태프와 함께 영화를 찍는 의미에 대해 말했고, 대본을 읽지 말고 촬영장에 오라고 하거나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게 하면서 연기에 대해 새롭게 눈뜨게 했다. 이준익은 수애가 연기한 배역을 “모든 남자를 구원하는 여자”라며 “현실에 그런 여자가 있다고 믿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했고, 수애가 여성적이면서도 모성애를 가진 것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에서도 그는 기구한 운명을 가진, 남성들의 구원의 여성이었다. 그러나 이준익 감독은 “감정을 꾸준히 중간톤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애를 춤조차 춘 적 없는 여성이 베트남에서 군인들 앞에서 노래하기까지의 변화를 일관성있게 이어갔고, 는 남자들에게 구원의 여성으로 비춰진 한 여성의 내적인 변화도 함께 보여줄 수 있었다. 이미지는 그대로다. 하지만 그것을 구축하는 방법은 변하기 시작했다. 가 끝난 뒤, 수애는 처음으로 혼자 해외 여행을 떠났다고.

드레수애: 수애의 별명. 영화제 레드 카펫 등 여러 행사에서 매번 주목받는 패션 감각 때문에 생겼다. 하지만 수애는 “의상은 스타일리스트에게 모든 일을 일임하는 편”이라고 말하고, “왜 나는 계속해서 다른 걸 하는데 사람들은 그냥 ‘우아하다’ 이런 식으로 비슷하다고만 하나”라는 고민을 말했다. ‘드레수애’, 또는 ‘리틀 정윤희’ 같은 별명이 보여주는 수애 특유의 우아한, 또는 고전적인 이미지는 그가 무엇을 하든 자신의 스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근본이 됐지만, 보다 다양한 배역을 연기하는데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었다. 이미 과 에서 다른 모습을 선보였지만, 그가 에서 액션을 보여주면 그 자체가 굉장한 시도처럼 알려졌다. 또한 에서도 수애의 캐릭터는 액션의 요소를 제외하면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여주인공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수애는 SBS 을 선택한다.

김수현: 의 작가. 수애를 알츠하이머에 걸린 여성으로 만들었다. 수애의 전작들은 그를 남성의 시선에서, 모든 고난을 감내하는 여성으로 만들곤 했다. 반면 에서 수애는 누구도 의지할 수 없는 인생을 강인하게 버텨왔지만, 동시에 아프고 상처입은 내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실을 안 뒤 끊임없이 단어들을 기억해 내려는 그의 모습은 과거의 어떤 작품보다 절박하고, 그 와중에 생계를 위한 일을 하는 모습들은 이 여신 같던 배우를 일상의 한 가운데로 내려놓았다. 주변의 남성들도 그에게 구원을 얻는 대신 배신하거나, 불쌍한 누나나 동생으로 바라본다. 은 수애가 전작들에서 보여준 강인한 내면은 더욱 살리되, 비현실적일 만큼 모든 것을 차분히 견디는 모습은 없앴다. 데뷔 당시에는 “전세값만 마련하면 그만둔다”고 생각했고, 스스로를 “운명대로 사는 사람”이라고 했으며, “주어진 조건에서는 최선을 다하지만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절박하게 매달리지는 않”는다고 했던 배우. 그래서인지 늘 좋았지만 최고의 순간을 만나지는 못했던 배우. 수애는 에서 드디어 절박하게 부딪혀야할 대상을 만난 건지도 모른다.

Who is next
수애와 에 함께 출연한 지진희가 KBS 에서 함께 했던 엄정화와 다양한 작업을 했던 정재형과 같은 소속사인 유희열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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