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월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고 싶었다”

달에 관한 책을 읽던고등학생 소년은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이름이 외자여야 해’라며 자신의 두 번째 이름을 ‘월(月)’이라 지었다. 이름이 부여한 정서였을까. 지난 2009년, 조월이 발매한 1집 <네가이곳에서보게될것들>은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질 만치 깊은 밤의 정서가 장악했고새카만 아름다움으로 조월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랬던 조월이 지난 1월, <깨끗하게, 맑게,>라는 제목의 2집을 냈다. 다시 말해 ‘Clean & Clear’. 제목이 가진 위트만큼 조금 이르고, 또 밝은 밤의 노래들이다. 여름도, 겨울도 아닌 무계절의 밤과 그 밤 속의 청춘을 노래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영원히 청춘일 것 같은 사람이 지은 노랫말이 있다면 이러할까. 무엇보다, 조월은 몸의 세포를 알알이 훑고 지나가는 듯한 사운드를 펼치는 뮤지션이다.

10. 검붉었던 1집 앨범의 커버2집의 하얀 커버는 시각적으로 와 닿는 느낌에서부터 대조적이다. 수록곡들 역시 1집의 깊은 밤에서 조금 벗어난 것 같달까, 확연히 구분이 된다.
조월: 이번 앨범은 밤보다 초저녁쯤의 이미지였으면 했다. 1집의 정서가 새벽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래도 밤 10시에서 11시 정도까지는 오지 않았나 싶다. (웃음) 한 일곱, 여덟시 정도로 만들려고 했는데 다들 들어보고는 나더러 아직은 멀었다더라. 언젠가는 낮 두, 세시의 음악들도 만들고 싶다.

“어둡고 슬픈 음악은 그만 만들고 싶다”

10. 전자음을 비롯해 전체적인 사운드의 양이 1집에 비해 확실히 늘었다. 무엇보다도 노이즈가 많아진 상태인데 앨범 제목은 <깨끗하게, 맑게,>다.

조월: ‘깨끗하게, 맑게,’라는 타이틀로 인해 생기는 대비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 1집은 그저 어둡고, 슬펐다. 그런데 이제 그런 음악 그만 만들고 싶더라. 물론 2집의 음악들도 되게 즐거운 건 아니지만 비트가 빨라졌고 여러 변화가 많다. 무엇보다, 내 속에서 ‘밝아지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이 첫 번째였다.

 

10. 그런 마음에 기인한 것일까. 1집의 경우 지배하던 정서가 한 가지로 모였는데, 2집은 명확한 앨범 타이틀에 반해 구성하고 있는 곡들이 각기 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조월: 나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깊이 있게 듣는 편이 아니었고, 지금도 그렇다. 얕게 여러 가지를 듣는 편이다. 예전엔 앨범을 관통하는 이미지나 정서나 그런 게 콘셉트 앨범처럼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런데 1집을 만들고 난 후 생각해보니, 실제로 나라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닌 것이었다. 그때부터 콘셉트를 잡기 보단 그냥 내가 지금 혹은 예전에 좋아했던 것들을 할 수 있을 때 편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10. 이번 앨범에서 실제 어쿠스틱 베이스, 드럼 등을 몇 개의 곡에만 사용했다. 사운드의 증가량에 비해 세션은 제한적으로 이용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조월: 어쨌든 사람을 쓰면 돈이 들어가니까. (웃음) 그런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악기와 사운드를 1집보다 더 많이 쓴 상태다. 악기는 많이 쓰는 게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점점 더 많이 쓰고 싶다. 요즘엔 그런 음악에 좀 더 관심이 간다.

 

10. 관심의 방향에 따라 본인이 사운드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진 부분이 있나. 소리를 운용하는 데 있어서 조월이 지금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

조월: 나는 사운드를 기술적으로 공부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잘 모른다. 나는 기술적으로 정밀하진 않지만 소리들의 배합이나 조합으로 어떤 이미지를 만드느냐를 가장 많이 고민한다. 사운드 엔지니어링을 공부했거나 그쪽으로 능력 있는 사람들은 내 음악의 소리들이 “굉장히 아마추어적으로 됐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10. 세션 활용을 많이 하지 않았으니 대부분의 사운드를 본인이 직접 낸 것일 텐데 레코딩이 파편적으로 이루어졌음에도 실제로 밴드가 모두 모여 연주하는 듯한 소리로 들린다. 그래서 공간감이 확실하다.

조월: 칭찬으로 들린다. 맞다. 그러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어느 곳에서든 울리는 듯한 소리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내가 제일 노력하는 부분이다. 1집 때도 그랬지만,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깔끔한 사운드나 정제된 것들은 내가 잘 할 수 있지도 않고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좀 지저분하고 그래도 지금이 좋다.

“보컬보다는 다른 소리가 더 들렸으면 좋겠다”

10. 보컬의 사운드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1집에서와 마찬가지로 2집에서 역시 노랫말이 들릴 듯 안 들릴 듯할 정도로 보컬 사운드를 숨겼다.

조월: 난 원래 사진 찍는 걸 싫어하는데 (웃음) 이것과 비슷한 맥락일 수도 있고 내 목소리의 톤이 많이 낮다는 것이 시작이었을 수도 있다. 녹음을 해놓으면 묻혀서 잘 안 들리는 편이라 컴퓨터로 약간의 변조를 하기도 하고 섞기도 한다. 어쨌든 보컬이 전체 사운드의 가운데에서 크게 들리는 음악보다, 보컬이 조금 묻힘으로서 다른 소리들이 더 잘 들렸으면 하는 마음인 것 같다. 그래서 보컬에 대해 신경이 많이 쓰인다. 가사는 물론 중요하지만 보컬 멜로디가 위주인 음악은 내가 잘 하거나, 하고 싶은 음악이 아니다.

 

10.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을 써서 앨범을 내는 사람이기에 듣는 사람들에게 소리가 잘 들리는가에 대한 고민은 할 것 같다.

조월: 그래서 앨범 만드는 중간 중간 여럿에게 물어보며 마지막까지 신경을 쓴다. 이번에도 보컬 멜로디가 위주인 것은 피하고 싶었지만 1집보다는 가사가 잘 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네이버 뮤직에 가사 등록을 안 하니까, 1집의 어떤 곡에 대해서 어떤 분이 가사 등록을 본인이 들은 대로 적어두셨는데 실제 가사와 너무 다른 거다. “나의 살던 고향이”였는데 그걸 그 사람은 “아 그 사람 고향이”라고 듣고 적어놓았더라. (웃음) 이걸 의도한 건 절대 아니었다. 가사가 지나치게 안 들리는 건 기술적인 측면에서라도 앞으로 좀 더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사실 난 이번 앨범의 보컬 볼륨이 약간 크게 됐나싶었는데 그래도 한참 안 들리나보더라. (웃음)

 

10. 조월은 솔로 활동보다 ‘모임 별’과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이하 속옷밴드)의 멤버로 활동한 것이 먼저였다. 음악적으로, 두 그룹의 작업을 모두 하고 있는 것이 조월에게 어떤 의미인가.

조월: 일단 기본적으로는 속옷밴드와 모임 별의 멤버로서 그 두 곳에서 할 수 있는 음악은 거기서 한다. 그리고 예전에는 ‘이런 음악이 하고 싶다’는 것이 있었지만 사실 지금은잘 모르겠다. 속옷밴드를시작하던 무렵엔빤한 락음악 말고 실험적인 것을 하고 싶었다. 사실 실험적이라는 말도 너무 빤하지만 아무튼 조금 다른, 좀 더 꼬여있고 재미있는 락음악을 하자는 말을 하며 멤버들이 모였다. 모임 별도 마찬가지였다. 근데 지금은 이땐 이 사람들, 저땐 저 사람들이랑 같이 지내면서 이것저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들과 뭔가를 같이 만들고 있는 그 순간들이 중요하지 결과물은 오히려 그렇게 중요치 않은 것 같기도 하다.

 

10. 두 개의 밴드에 솔로앨범이 더해져 세 개의 음악적 카테고리가 만들어졌다. 조월 안에서는 이들이 어떤 식으로 자리하고 있나.

조월: 내가 같은 코드나 멜로디 등 아이디어를 들고 가도 그걸 형(모임 별, 조태상)이 해석을 하는 것과 속옷밴드 멤버들이 받아들이고 만드는 것이 워낙 다르다. 같이 하는 사람들에 따라서 음악적으로 각기 다른 의미가 있다. 전자음악이나 락음악 같은 장르의 차이는 아닌 것 같고,무리를 이루는 사람들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나로서는굉장한 행운이다. 덕분에 이것저것을 해볼 수 있었다.

“그냥 만들고 싶은 거 만들어서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그뿐”

10. 팀을 하다가 솔로 앨범을 내기 시작하면서는 아무래도 책임져야할 부분이 많아졌을테고, 그만큼 본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확실히 넓어졌음을 경험했겠다.

조월: 리더라는 개념도 딱히 없는 밴드들이긴 하지만, 밴드 활동을 할 때는 두 곳에서 모두 내가 리더가 아니니 전체를 완벽하게 컨트롤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그게 나름 재밌는 거고. 그런데 솔로 앨범 작업을 하면서부터는 짜임새를 비롯해서 디테일한 것들을 모두 내가 다 컨트롤할 수 있고, 해야 하니까 그게 스트레스이면서 동시에 재미더라. 필요한 것 같다.

 

10. 2집까지 냈으니 프로젝트라기보다 이제 정말 솔로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처음 앨범을 낼 때부터 확실히 본인의 뭔가를 만들고 싶었던 게 있었나.

조월: 지금은 그때 그걸 어떻게 생각해냈는지 잘 기억도 안 난다. 콘셉트가 확실한 앨범을 솔로1집으로 만들었는데 그땐 그냥 그런 앨범을 만들었어야만 했다. 그런 감정에 빠져있었던때였다. 일기 쓰면서 치유하듯이 곡을 쓰고그러면서빨리 떨쳐내야 했다. 음악적인 것보단 그게 더 컸던 것 같다. 물론 음악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에 있어서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그것보다 감정적인 것이 더 컸던 것 같다.

 

10. 그렇다면 이번 앨범은 어떠한가. 떨쳐내야 하는 감정들이나 어떤 치유의 목적 혹은 이유 같은 것이 있었나.

조월: 2집의 경우 음악적인 쪽에 이유가 있었다. 정말 이것저것을 좀 해보고 싶었다. 그냥 ‘내 스스로에게 솔직해져볼까?’하는 생각이었다. 이번 앨범을 만들고 나서 모임 별 멤버에게 들려주면서 “너무 이것저것 다 들어있는 것 같다. 힙합스러운 것도 있고 1집 같은 것도 있고 방방 뜨는 것도 있고. 너무 지저분하고 중심이 없다”며 궁시렁궁시렁 걱정을 좀 늘어놓은 적이 있다. 그랬더니 친구가 시니컬하게 “자신이 그런 사람인 걸 왜 못 받아들여요?” 하더라. ‘아, 그렇구나’ 싶었다. 원래 그렇게 나 자신한테 솔직해져보려고 만든 것들이었는데 막상 만들고 나니까 걱정이 됐나보다. 그 친구 이야기를 듣고 바로 수긍했다.

 

10. 본인에게 솔직해져서 정말 하고 싶은 음악으로 앨범을 내려 하다가도,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 혹은 더 어필이 될 것 같은 음악을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신경이 쓰였던 건가.

조월: 글쎄. 그런데 어쨌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나 어필하는 것 자체에 중심을 크게 두었던 거라면 이런 식으로 활동하진 않겠지. 공연도 하고 홍보도 좀 더 열심히 했을 것이다. 난 그런 것보다는 그냥 만들고 싶은 거 만들어서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그게 너무 좋다. 칭찬받는 거 좋아하는 편이다. (웃음) 하지만 그게 제일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속옷밴드를 하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내가 만든 음악으로 밥벌어먹고 살기는 힘들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면 음악을 바꾸든지 내 벌이를 바꾸어야했는데 벌이를 다른 것으로 하기로 했고 지금도 음악만으로 먹고 살거나 살려는 친구들보다는 편하게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거다.

 

10. 벌이가 되는 일과 음악을 병행하면 피할 수 없이 겪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나. 그에 대해선 일말의 답을 찾은 상태인가.

조월: 일과 음악, 둘의 균형은 맞을 때도 있고 안 맞을 때도 있다. 지난 1년은 이번 앨범을 막 녹음을 하느라 음악을 하는 시간이 반, 벌이에 쓰는 시간이 반 정도였다면 그 전에는 일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는 퇴근하고 와서 8~9시 쯤 되면 그때부터 음악 좀 만들고 2~3시에 자고 다시 또 출근하고. 그러니까 점점 잠이 부족해 몸이 좀 상하더라. (웃음)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은 하지만, 벌이를 위한 일을 두고 ‘싫지만 음악을 위해서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은 일대로 재밌다. 잘 하고 싶다. 난 지금 정도의 밸런스가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유지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