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말’ 첫방 ①] ‘트렌디’와 ‘투 머치’ 사이에서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사진=SBS '귓속말' 방송화면 캡처

사진=SBS ‘귓속말’ 방송화면 캡처

눈을 뗄 수 없는 사건들의 향연이 ‘귓속말’ 첫 회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지난 27일 SBS 새 월화드라마 ‘귓속말'(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이 대망의 막을 올렸다.

‘귓속말’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박진감 넘치는 전개였다. 의문의 교통사고로 서사를 풀어나가기 시작한 ‘귓속말’은 한 회에서 벌써 두 명의 인물(대법관의 사위와 신영주의 아버지)이 징역을 선고 받았고, 형사가 직업이었던 여주인공 신영주(이보영)는 파면됐으며 판사 이동준(이상윤)은 피고인의 딸을 겁탈했다는 덫에 빠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지 않으면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에피소드가 촘촘히 짜여져있는 스토리 구조는 박 작가의 필력이 여전히 날카롭게 빛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대로라면 질질 끄는 전개로 인한 비판을 받을 일 또한 희박해 보인다.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펀치’ 등 전작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행태에 통렬한 비판을 가해 온 박경수 작가 특유의 일침 또한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VIP 주치의’와 의료민영화, 법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도적 ‘법비’와 ‘비서실장’, 부정판사 등의 소재는 최근 전례 없는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정국을 겪은 한국 사회를 거울처럼 반영했다.

하지만 이런 사회 반영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뭐든지 쉽게 잊혀지는 시대에 썩은 통나무처럼 부패된 사회를 꼬집는 건 언제든 필요하지만, 포인트는 ‘귓속말’이 뉴스가 아니라 드라마라는 점이다.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를 뼈대로 하고, 엔터테인먼트는 적당한 신선함과 개연성 두 박자가 어우러져야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방송계 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도 부패한 현실과 혼란한 시국을 다룬 작품들이 대거 쏟아져 대중들이 피로도를 서서히 느끼기 시작한 때다.

지난 24일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귓속말’ 제작발표회에서 이명우 감독 역시 “드라마보다 뉴스가 더 재밌으니까 어느 선까지 가야 하는지 고민도 있었다. 현재 시사를 반영하는 이슈들이 굉장히 많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연출자로서는 그걸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적당한 드라마적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현실적인 면과 드라마적 요소를 잘 버무려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이 엿보이는 부분은 1회 마지막 장면이었다. 신영주가 자신의 파괴된 세계를 되찾기 위해 이동준에게 겁탈죄를 씌우는 호텔 신과 그의 비서로 들어가는 예고편으로, 시국도 비판하고 멜로까지 보여줘야 하는 데서 오는 개연성의 구멍은 아닌지 시청자들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귓속말’이 ‘어르신’들의 드라마가 아니라 ‘어른’들의 짜릿하고 신선한 드라마가 되기 위해서는 ‘트렌드’와 ‘투 머치’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할 필요성이 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