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웜 바디스>ㅣ사랑스러운 좀비가 나타났다

하루종일 하는 일 없이 폐허가 돼 버린 공항을 서성이기, 동료들과 으르렁대는 소리만으로 대화하기. 원래 자신이 누구였는지, 어떻게 좀비가 된 건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가는 R(니콜라스 홀트)의 하루 일과역시생각 없이 지내는 다른 좀비들과 별 다를 바가 없다. 그러던 중, R은 먹이로 삼을 사람을 찾으러 떠난 곳에서 인간 줄리(테레사 팔머)를 만나게 되고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 R을 경계하고 의심하던 줄리는 차츰 그가 위험하지 않은 좀비란 사실을 깨닫고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좀비들 중에서도 각성하는 무리들이 생겨나고, 이들 모두 힘을 합쳐 인간과 좀비 사이의 벽을 허물어뜨리기 위해 커다란 결심을 한다.

관람지수 10.

손님, 이건 니콜라스 홀트예요 – 6점

영화 <웜 바디스>는 아이작 마리온이 쓴 동명의 원작 소설과 그 결을 달리 한다. ‘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라는 R의 질문을 철학적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한 원작에 비해, 영화는 이야기의 무수한 곁가지들을 최대한 쳐내고 압축한 후 오로지 코미디와 멜로에 집중했다. 좀비의 삶에 대한 R의 고찰이 지나치게 단순화되거나, R과 줄리의 멜로에만 기댄 안일한 전개는 다소실망감을 안겨주는 부분이다.‘인간과 좀비의 경계’라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줄리의 아버지 그리지오 장군(존 말코비치)이 서둘러 갈등을 봉합하고 결말로 달려가게 하는 매개체로만 이용된 것 역시 아쉽다. 그러나 약 1시간 30분의 러닝타임 동안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오락물로써는 썩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다.완결성 있는 문장을 말할 수 없는 좀비 M(롭 코드리)과 R이 으르렁대는 소리로 대화하는 모습, R이 줄리의 원래 남자친구인 페리 켈빈(데이브 프랑코)을 잡아먹으며 명품 시계에 시선을 두는 모습 등 사소한 유머가 빛나는 연출은 수시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게다가 주인공인 니콜라스 홀트는 길지 않은 대사와 표정만으로도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훌륭하게 끌고 나간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인간과 좀비의 사랑’이라는 난제를 한 눈에 설득시키는 데 성공한 것은 물론이다. 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