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 “피해가자니 자존심 상하고, 하자니 두려웠다”

송혜교는 배우 생활 중 처음으로 16부 내내 시각장애인 연기를 해야 했고, 조인성은 8년 만에 복귀했다. 김규태 감독이 만들어낸 영상 위에 노희경 작가의 이야기가 다시 한 번 펼쳐지고, 그 위에 배우 조인성과 송혜교의 움직임과 목소리가 입혀져 탄생한 겨울의 멜로.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이하 <그 겨울>)는 두 배우는 물론 감독과 작가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었음이 확실했다. 지난 14일, 이어지는 촬영의 틈에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두 배우를 만났다. 지난 겨울, 탄탄한 사전 제작으로 시작해 합이 잘 맞는 사람들이 모여 마음을 맞춰가며 만드는 과정이 즐거웠다는 이들은 모두봄이 되어따뜻해진 공기의 온도만큼이나 작품에 대한 확신과 만족으로 상기돼 있었다.

조인성 “피해가자니 자존심 상하고, 하자니 두려웠다”

<그 겨울>은 시청자들이 작품을 보면서 마음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야 소통이 가능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캐릭터와의 상호 문제다. 그래서 마음속에 어떤 한 캐릭터를 품을 수 있을 때 몰입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쪽으로 가닥을 잡고 노력했던 게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 수목극에서 1위의 시청률이 나왔는데 그냥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송)혜교 씨의 연기를 촬영 감독님이 가장 먼저 보시지 않나. 보고서 몇 번 감탄을 하시는 걸 봤다. 나도 함께 연기할 때,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혜교 씨의 연기에 함께 할 수 있고 지켜본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현장 나가는 게 즐겁고 긴장해서 연기를 하게 된다. 만약 시청자들이 제 연기가 좋다고 보신다면 혜교 씨 연기가 더 좋아서 그렇게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고현정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 상담을 했는데, “힘든지 모르고 결정했냐. 난 네가 아는 줄 알았지. 오수는 나쁜 놈이야. 나쁜 놈 연기하면 되는데 착하게 연기하려고 하니까 어려운 거야. 단순하게 생각을 해라.”라고 말해주더라.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시작했던 작품이었다.

매일매일 촬영 중이고, 혜교 씨와는 외적으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큰 에피소드가 있다 보면 사고가 나기 때문에…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케미’가 좋다는 말을 듣고 있는 걸로 아는데 8년 만에 작품을 하다보니 처음엔 그‘케미’가 무얼 뜻하는 것인지 몰랐다. “신조어인가?”했다.어쨌든 ‘케미’라는 것도감독님께서 현장을 잘 이끌어주셨기 때문에그런 게 아닐까생각한다.각각의 개성을 가진 배우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조율을 해주시는 분이 감독님이 아닌가. 감독님께서늘 우리에게 하시는 말이 “어떻게 할래요? 어색해요? 어색하면 다르게”라는 말이다. 그런 조율을 잘 해주시고 있기에 잘 어울리게 보이는 것 같다.

처음 이 작품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해볼 만하고 욕심이 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읽었을 때랑, 연기했을 때랑 너무 다르더라. 잘못하면 망신을 당할 수도 있을 것 같더라. 피하고 싶어 했던 게 사실이다. 오랜만에 복귀하는 것이니 창피하지 않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첫 번째였다. 이렇게 힘든 작품인줄 몰랐다. 피해가자니 자존심상하고 하자니 두려웠다.

시간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게 참 좋다는 걸 느끼고 있다. 방송 전 4회 정도를 사전 제작했었고, 4부씩 나올 때마다 리딩을 한다. 전체 16부이니 총 4번을 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감독님, 작가님과 함께 캐릭터들을 만들어 가다보니 서로 절충해주는 시간을 가질 수 있더라. 만들어 내는 과정이 탄탄하다는 건 결과물도 그만큼 좋은, 캐릭터가 나오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만들어 내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과정 자체가 좋다.

진한 멜로를 하고 있고 오수에 흠뻑 빠져있지만 컷하는 순간 빠져나온다고 하면 프로답지 못한 대답일까. (웃음) 그냥 스위치를 끌 때와 켤 때를 아는 것 같다. 그리고 오수에서 빠져나온 다음에는 내가 배우 조인성이어야 할 필요가 없는 나의 베이스캠프로 들어간다. 가족이나 친구들 말이다.

송혜교 “오수의 눈을 보며 연기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오영은 자기감정이 깊은 인물이다. 그래서 어려운 신이 많다. 나는 보통 컨디션에 따라 감정선에 기복이 있는 편인데 (조)인성 씨가 옆에서 기다려주기도 하고 본인이 촬영하는 것처럼 리액션을 해주신다. 감사해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역할이어서 오수의 눈을 보며 연기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주로 목소리를 들으면서 연기를 해서 방송이 나와야만 오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모니터 할 때 다시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동갑내기고, 데뷔도 비슷하게 했지만 나의 상대역이라는 사실을 까먹고 그저 한 명의 시청자가 되어 오수에게 빠져들곤 한다. ‘저런 남자가 또 있을까’ 하면서. 조인성 씨는 시간이 지나도 멋있고 늘 열정적인 것 같다.

‘케미(케미스트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그렇다고 그런 좋은 모습을 위해서 무언가 준비하거나 더 신경 쓰는 것은 없다. 그저 인성 씨와 나, 둘 모두가 순간순간 오수와 오영에 몰입해서 연기하고 있다. 그런 칭찬은 감독님께서 좋은 영상을 뽑아주시기 때문에 예쁘니까 다들 그렇게 생각을 해주시는 것 같다.

처음에는 감정도 잡아야 되고 시선처리도 해야 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시각장애인 역을 처음 맡았기 때문에 완벽하지는 못한 것 같다. 시선처리가 잘못 됐을 땐 제가 바로 NG라고 말하고, 다시 한다. 그때마다 감독님이 함께 체크해주시면서 바로 잡는다. 감독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지금 13부와 14부를 찍고 있는데 이제는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시선처리가 몸에 많이 밴 것 같다. 많이 익숙해져서 감정 처리에도 더욱 신경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다. 처음에 비해 많이 편해졌다.

이번에 촬영, 조명감독님을 너무 잘 만났다. 스태프들 덕분에 예쁘게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작품을 마지막 작품으로 해야 하나 싶다. 왠지 다음 작품을 찍으면 다 들통 날 것 같아서… (웃음) 항상 피부는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어린것만 믿고 관리를 안했었는데, 30대가 되고 보니 예전에 언니들이 했던 이야기가 맞더라.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다.

거의 매일매일 서로 얼굴 보면서 촬영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가장 힘들 때다. 그래도 인성 씨가 늘 재미있게 해주셔서 현장이 늘 밝다. 사실 이미 대본이 다 나온 상태이지만, 한편으로는 새드엔딩이 더 마음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또 한편으로는 새드엔딩이라면 너무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어서 둘에게 좋은 시간도 줘야지 싶은 마음에 해피엔딩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진제공.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