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나 카레니나>│완전히 새로운, 완전한 <안나 카레니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사교계의 꽃, 안나 카레니나. 그녀를 클로즈업한 이야기는 러시아 혁명과 농노제 붕괴에 이르는 혁명의 한 시대를 펼치며 극한의 로맨티시즘으로 귀결된다. 주문을 외듯 스스로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각인 시키는 안나는도덕도 규범도 생각지 않는상태의 사랑,가장 원형의사랑을 그리려했던 여자일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빛의 제국이라 불릴 만큼 화려했던 시대 안에서 “푸른 안개 같은 자유를 누릴 수 있으니”라 말하며 온 세포를 동원하듯 사랑을 향해 격렬히 내달린다. 그렇게 그녀가 힘껏 몸을 던진 판타지의 끝에는 이미 스스로 알고 있었을지도 모를, 그리하여 망설임 없이취한 광기와 죽음이 있다.

 

관람지수 10.

130분 동안 소설, 발레, 연극, 영화를 동시에 – 9점

 

 

모두에게 사랑이 전부인 듯한 시대. “사랑이라는 주제가 들어있지 않은 장면은 하지 않기로”했던 조 라이트 감독은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남녀 사이의 스캔들, 사랑의 광기와 파멸을 담지만, 이를 불륜이나 사랑의 서사로만 풀어내지 않는다. <안나 카레니나>의 배경이 되는 1874년 제정 러시아는 프랑스인들이 입는 것, 보는 것, 행동하는 것을 그대로 흉내 내었던 판타지의 온상이었다. 원작의 핵심은 남녀의 스캔들이기도 하고 사랑의 모습이기도 하나 그러했던 시대의 사교계 속, 안나 카레니나라는 인물이 가지는 의미일 테다. 그리하여 영화는 완벽하게 그녀가 살고 있는 작위의 세계에 집중한다. 연극 무대를 차용해 영화 전체를 구성한 것이다. 이는 그녀를 중심에 둔 사랑의 단상으로서 <안나 카레니나>를 완벽히 새로 말하기 위한 선택으로 유용해 보인다. 연극 무대의 막과 배경의 앞뒤 뿐 아니라 무대의 윗 공간, 즉 막을 내리고 조명을 비추는 공간까지를 인물들의 심리적 배경으로 이용했다. 막의 전환은 신의 전환이 되고, 그 과정 속에서 인물의 감정과 이야기의 호흡은 빈틈없이 맞물린다. 소리와 영상의 속성 자체를 작품이 호흡하는 이유 속에 세세하게 재단해 녹인 솜씨는 폐쇄된 극장에서 촬영해 펼친 이 이야기가 어떠한 모습으로 확장되고자 했는가를 명확히 보여준다.

 

새로운 프레임을 둘러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2시간 정도의 러닝타임 안에 풀었지만, 발생 가능한 오류는 연극적 해석 속에 완벽히 묻힌다. 원작의 핵심을 분명하게 간파하고 새로운 언어로 다시 말하려 했던 영화 <안나 카레니나>는 가장 실험적인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그들의 의도를 살리기에 이보다 탁월한 선택은 없었을 것이다. 3월 2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