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연기로 신뢰 회복하겠다”

정규직과 계약직 문제는 오늘날 가장 떠들썩한 화두. 모든 불안한 계약직들의 꿈은 탄탄한 정규직이며, 계약직을 구원하겠다는 정치인들의 공약이 인기를 끈다. 그런데 계약직임에도 상사를 쩔쩔매게 만드는 ‘슈퍼갑’이 있다? KBS 2TV 새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의 미스터리한 미스김(김혜수)이 바로 그 주인공. 상사에게는 꼭 필요한, 정규직에게는 질투의 대상인, 비정규직에게는 희망의 증거인 그녀의 정체는 정규직과 계약직으로 이분화된 오늘날 사회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을까?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삼성홀에서<직장의 신>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전창근 PD에 따르면, 드라마 속에서 유일하게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바로 미스김이다. 드라마 속에서도 미스김 캐릭터는 신원미상. 능력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정체만큼은 꽁꽁 숨겨져 있다. 따라서 드라마는 초반부 미스김의 활약상을 배치해 통쾌한 재미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끈 뒤, 후반부 미스김의 정체가 벗겨지는 과정에 주목하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드라마의 중심이 되는 미스김은 배우 김혜수가 연기한다. 늘 당당한 여성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던 그녀는 이번 드라마에서도 비정규직이지만 누구 앞에서도 당당할 수밖에 없는 능력을 지닌 슈퍼갑 비정규직으로 분한다.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 속 미스김은 그러나 김혜수가 전작에서 보여준 도도하면서 새침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맡은 업무는 물론이고, 회사가 요구한다면 포크레인을 몰고, 회식 자리에서는 살사댄스까지 완벽하게 소화할 정도로 독보적인 인물이지만 업무시간은 칼같이 지켜, 호통을 치는 상사에게 “점심시간입니다”며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는 엉뚱한 면도 보여주기 때문. 발성 역시도 전작과 다르다. 다소 딱딱한 로봇같은 모노톤의 발성은 일본 드라마 속 과장된 캐릭터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역시나 <직장의 신> 원작이 바로 일본 드라마 NTV <파견의 품격, 만능사원 오오마에>다.

그러니 김혜수 개인에게 미스김은 연기 변신이라는 과제를 부여한 캐릭터인 동시에 원작과의 비교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다소 과장된 캐릭터를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피해 안착시켜야 한다는 점에서도 부담이 존재할 터다. 김혜수는 “그 부분은 드라마 끝나는 순간까지 신경 써야하는 부분일 것”이라며 “미스김의 캐릭터에만 몰두하는 것도 필요하고, 미스김이 함께하는 주변인물과의 화학작용도 염두에 둬야한다.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거나 부각될 수 없을 것이며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까지 신경써서 조율해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혜수는 드라마 방영 전 논문표절 시비에 올랐다. 2001년 성균관대 언론대학원에서 받은 석사학위 논문 ‘연기자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에 관한 연구’가 문제가 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김혜수는 제작보고회 전 홀로 무대에 서서 “표절에 대한 뚜렷한 경계와 정확한 인식이 없어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지난 날의 실수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 이유 불문하고 잘못된 일이며, 뒤늦게라도 알게 된 만큼 지도교수를 통해 석사학위를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공식입장을 전달했다. 또 “우려를 끼친만큼 자숙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지만 현실적으로 방영을 고작 일주일 정도 남긴 시점이어서 제작진과 관계자들에게 막중한 피해를 드리게 될 수 밖에 없어 무겁고 죄송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며 “연기자로서 오래간만에 브라운관이라는 매체를 통해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조심스러운 것이 많았는데 본의 아니게 개인적인 실수로 많은 분들께 우려를 끼쳐드려서 상당히 위축이 돼있다. 저로 인해 다른 연기자들이나 스태프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몸둘바를 모르겠다. 그러나 제가 극복해야하는 일이고, 연기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 여러가지 의미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당당하지만 공손한 사과로 당장의 비난을 면할 수 있었지만 그녀 말대로 진정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연기다. 여러모로 이 드라마는 김혜수에게 중요한 작품이 돼버렸다.

김혜수 만큼이나 <직장의 신>이 도전이 된 배우가 또 있다. 바로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온 오지호와 처음으로 정극 도전에 나선 아이돌그룹 2AM의 조권. 오지호는 미스김과 대척점에 있는 마케팅 영업부 팀장 장규직 역을 맡았다. 드라마 <내조의 여왕>을 통해 직장인의 애환을 보여준 오지호는 이번에는 정반대 지점의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장규직은 엘리트의식으로 똘똘 뭉친, 그래서 계약직은 엄격하게 차별하는 인물로 악역이라면 악역이다. 그러나 뽀글뽀글 아줌마 파마머리에서 알 수 있듯 코믹함도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오지호는 “초반에는 분명 욕을 먹게 될 것이지만, 그래도 나름의 철학과 이유가 있는 캐릭터다. 또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장규직 같은 사람은 꼭 있기 마련이다. 이런 캐릭터가 있어야 또 시청자들이 공감을 할 수 있다. 아무쪼록 귀엽게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입사원 계경우 역의 조권은 아이돌을 향한 편견을 불식시킬 것이라는 목표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는 “아이돌이 연기하고 뮤지컬 하면 색안경을 끼고들 보시는데 실력과 진심을 보여주면 결국은 알아주시는 것 같다”며 “대중은 깝권으로 알고 있지만 정극을 통해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자신감이 있다”고 전했다. 계경우 캐릭터는 조권이 기존에 가진 코믹함을 버리지는 않겠지만 마구 망가지는 캐릭터는 결코 아니라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 이름과는 달리 경우 바르고 타의 모범이 되는 칭찬이 자자한 신입사원을 연기하며 색다른 모습을 이끌어내겠다는 욕심이다.

 

<직장의 신>은 이들 배우들 뿐만 아니라 KBS에게도 역시 도전이다. 전작 <광고천재 이태백>의 성적이 썩 좋지 못했다. 민감한 사회적 화두는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 기본적인 공감읕 바탕으로 하되 여러 캐릭터들의 매력에서 빚어지는 재미 역시도 결코 놓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이광현 KBS 드라마 국장은 “공영방속이 비정규직을 제대로 다루되 가볍게 다루는 것을 실험해보고 싶다, 여러모로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고 말했고, 전창근 PD는 “우리의 목표는 무조건 재미”라며 “목표 시청률은 20%”라고 밝혔다. <직장의 신>을 둘러싼 모두의 도전은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