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대견하고 부럽고 고마운 악동뮤지션

[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악동뮤지션 콘서트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악동뮤지션 콘서트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첫 번째는 대견했고, 두 번째는 부러웠으며, 마지막으로 고마웠다. 남매듀오 악동뮤지션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 ‘일기장’의 감상평이다.

“찬혁아, 수현아. 너희는 엄마, 아빠의 사랑이고 우리의 세월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걸작품이야.”

‘2017 악동뮤지션 콘서트 일기장’은 남매의 어머니 일기장으로 시작했다. 1996년 9월 12일 오빠 찬혁이 태어나고 1999년 5월 4일 동생 수현이 세상 빛을 보았던 그 당시의 기록을 남매의 어머니가 담담하게 읊었다. 내레이션이 끝난 뒤 무대에 빛이 들어왔다. 부모님의 사랑과 세월을 먹고 자란 남매는 어느덧 자랐고, 2017년 3월 23일 그 사랑과 세월을 무대 위에서 대중과 나누는 뮤지션이 되어있었다.

악동뮤지션 콘서트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악동뮤지션 콘서트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악동뮤지션은 베테랑 세션과 함께 ‘생방송’, ‘리얼리티’, ‘오랜 날 오랜 밤’, ‘못생긴 척’,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그때 그 아이들은’, ‘시간과 낙엽’, ‘인공잔디’, ‘크레센도’, ‘작은 별’, ‘다리꼬지 마’, ‘소재’ 등의 히트곡들을 라이브로 선사했다. 또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볼빨간 사춘기의 ‘나만 안 되는 연애’ 등을 재해석, 새로운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첫째, 악동뮤지션이 대견한 이유였다. 악동뮤지션은 이날 두말할 필요 없는 라이브 실력은 물론, 곡에 따라서는 느낌이 살아있는 댄스까지 선보이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일기장’은 악동뮤지션이 데뷔 후 두 번째로 연 단독 콘서트. 첫 콘서트 ‘악뮤캠프’ 후로 2년 만이다. “2년 동안 많이 성장했다”고 스스로 자신한 만큼 음악적으로나 그 외적으로나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관객의 호응을 유도할 때에도 과거라면 “소리 질러주세요”라고 존대를 썼을 거라던 악동뮤지션은 이제 “순진한 뮤지션은 아니고 순수함을 추구하는 뮤지션”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할 정도로 능청맞고 여유로워졌다.

이들의 무대에는 여타 아이돌 그룹처럼 각 잡힌 칼군무나 화려한 무대 장치는 없었지만, 대신 악동뮤지션만이 낼 수 있는 아름다운 하모니와 진솔한 이야기가 존재했다.

악동뮤지션 콘서트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악동뮤지션 콘서트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그 진솔한 이야기는 악동뮤지션이 친 남매였기에 가능했다. 악동뮤지션은 지드래곤의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 비트를 배경으로 ‘남매 전쟁’ 디스 배틀을 펼쳤다. 수현이 “내 솔로곡을 만들라”고 외치면, 찬혁은 “지금 네 가사도 내가 써준 것”이라고 반박하며 서로를 향해 꽉 찬 돌직구를 던졌다. 두 남매는 어쿠스틱 감성 안에 숨어있던 래퍼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해 분위기를 달궜다. 무대가 끝난 뒤 찬혁과 수현은 저마다 “제가 이겼다고 생각하시는 분 박수 쳐 달라”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둘째, 악동뮤지션이 부러웠던 대목이다. 대다수의 형제자매들이 그렇듯 악동뮤지션은 티격태격하다가도 또 서로를 진심으로 챙기고 아껴주는 모습을 보여 훈훈함을 자아냈다. 찬혁은 수현에 대해 “어려보이지만 성숙하다. 마음 씀씀이가 넓고 사람들과 관계하는 데 있어 친밀하다”고 칭찬했다. 수현 역시 “오빠는 동생의 거울이다. 오빠가 춤을 추면 나도 추고, 오빠가 노래하면 나도 노래했다. 오빠가 내 앞에서 시행착오를 먼저 겪어준 덕에 뒤따라가는 나는 크게 넘어지지 않았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함께 꿈을 좇으며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는 사실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 착한 남매는 서로를 응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객, 더 나아가 대중을 응원하기 위해 음악을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 악동뮤지션이 고마웠던 이유다.

악동뮤지션 콘서트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악동뮤지션 콘서트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저희의 많은 노래들이 주제가 꿈이에요. 꿈, 희망을 다룬다고 하면 언젠가부터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래처럼 들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요즘 힙합이 유행이잖아요. 랩 중에 센 가사, 심한 말을 멋있다고 하는 분들은 많은데, 왜 그 반대쪽에 있는 밝은 노래는 멋있는 음악이 될 수 없는 걸까, 많은 고민이 들었어요. 악동뮤지션은 밝고 동요 같은 노래를 하는 것이 꿈이었거든요.”

찬혁은 발라드 곡들을 연이어 소화한 뒤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어렸을 때 꿈을 물으면 저는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그때는 다들 기특해하셨는데, 고2가 되고 스무 살이 되니 ‘구체적인 꿈을 가져보라’고 요구하시더라. 아마 현 20대 청춘 대다수가 그렇게 어렸을 때 꿨던 꿈을 포기하고 계실 것 같다”면서 “저희는 그 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응원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악동뮤지션의 담담한 응원은, 그간 잊고 살았던 꿈과 희망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날 악동뮤지션이 청춘을 응원하는 만큼,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도 악동뮤지션을 향해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공연이 모두 마무리되고 ‘다리꼬지 마’를 열창하며 악동뮤지션을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한 관객들에 악동뮤지션은 다시 무대에 나와 ‘리바이’, ‘200%’ 등으로 앙코르 무대를 꾸몄다. 악동뮤지션은 “와주신 분들 한 분 한 분이 정말 소중하다. 단순히 콘서트에 온 것을 넘어 인연이라고 믿는다. 우리 음악이 가지는 힘을 믿고, 그 무게를 견디고 싶다”는 소감을 전하며 ‘일기장’의 첫 번째 페이지를 마무리했다.

악동뮤지션은 이제 오는 26일까지, 30일부터 내달 2일까지 총 8회에 걸쳐 8회 공연을 이어가며 광주, 대구, 부산 등 3개 도시를 악동뮤지션의 감성으로 물들인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