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유산>, 욕망없고 줏대없는 남녀주인공의 허무함이라니

MBC <백년의 유산> 25~26회, 2013년3월30,31일밤 9시 50분

 

다섯 줄 요약

 

주리(윤아정)는 자신을
은설로 착각하고 키스를 한 세윤(이정진)에게 모욕감을 느끼고, 집을 나가버린다. 설주(차화연)에게 모욕을 당한 채원이 안타까운 세윤은 채원(유진)을 쫓아가지만 채원이 마음의 문을 닫자 실망감을 느끼고 주리와 약혼하겠다고 선언한다. 한편 결혼 준비를 따라다니며 간섭을 하던 끝순(정혜선)에게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춘희(전인화)는 화를 낸다. 하지만 이내 두 사람은 화해하고 친정 엄마와 딸 같은
사이가 되기로 하면서, 효동(정보석)과 춘희는 분가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리뷰

극악스러운 며느리 구박 퍼포먼스로 방 회장(박원숙)의 원맨쇼에 가까웠던 극 초반부가 ‘막장’이라는 비난은 들었을지언정, 솔직히 극 자체가 재미있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방 회장의 ‘극악스러움’이
더 강력한 적수인 홍주(심이영)를 만나며 동력을 잃게 된
중반부에 이르자 모든 주인공들과 이야기들이 제자리 걸음을 시작했다. 뚜렷한 전개도, 그렇다 할 눈길을 끄는 장면도 없이 극이 답보 상태에 이르게 된 건 지금쯤이면 갈등을 이어받아 앞으로 이야기를
끌어가야 할 남녀 주인공들이 놀라우리만치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형의 집’에서 탈출해 방 회장과 당당히 맞설 거라던 여 주인공
채원(유진)은 이혼 후에도 한 없이 당하기만 하면서 새로이
무엇인가를 해 봐야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는 인물처럼 보인다. 흔히 주인공 캐릭터가 가질 법 한 욕망
한 자락 조차 품지 않은 채원은 아버지 효동(정보석)을 닮아
때로는 바보스러우리만치 순박하다. 이처럼 온갖 오해에도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라며 넘기는 욕구 한 자락 없는 채원에게 극의 주요 갈등을 이끌어 나갈 만한 동력이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 세윤(이정진) 역시
상황 몇 가지에 채원에 대한 감정을 접을 만큼 얕은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갈등을 만들고 극을 이끌기는커녕 줏대 없는 ‘귀 얇음’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아직 두 사람의 감정이 확실해지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본격적인 갈등을 생성해 나가기 위한 의지나 욕구가 보이지 않는
두 인물은 드라마가 급격히 동력을 잃게 된 주된 원인이다. 주인공들 보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효동과 춘희(전인화), 그리고 100억의 유산을 갖고야 말겠다는 팽달(신구)의 자식들이 등장하는 장면들이 더 활기를 띠게 되는 건 적어도 이들 캐릭터가 분명한 목표 의식과 욕망을 갖고
갈등을 빚어내기 때문이다. 선의를 가져야 한다는 남녀 주인공의 강박이 결국은 드라마의 생기를 잃게 하고
있다. 단순히 드라마 속에서 빚어지는 오해나 캐릭터의 본질 때문이 아니다. 그저 채원이 대책 없이 착하기만하기 때문이고, 세윤이 대책 없이
귀만 얇은 까닭이다. 이들이 무언가를 ‘갖고 싶’고 ‘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되지 않는 한, <백년의 유산>은 이야기도
시청률도 제자리일 수 밖에 없다.

수다 포인트

– 과일만 2접시를 해치우며
쉬지 않고 드신 강진(박영규). 설마 윤후가 부러워 먹방
자리를 노리시는 건 아니겠죠?

– 결혼식 직전 ‘다 죽었어!’를 외치던 춘희(전인화), 효동(정보석)에게 깨알 같은 ‘몰라~몰라~’ 애교를 하시다니… 그런 애교는 어디 매력학과를 나와야 배울 수 있나요…
– 초기에는 머리채 잡히고 난타전에, 중반부엔 따귀 맞는 채원. 이쯤 되면 후반부엔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두려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