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순수하고, 이토록 교태스러운…무대는 지드래곤의 놀이터였다

 

약 35억원의 사전제작비. 마이클 잭슨 ‘This Is It’ 투어 연출팀의 참여, 해외 연주자들로 이루어진 세션팀, 비주얼 콘텐츠 팀 ‘파서블’ 프로덕션의 영상제작, 그리고 약 2주간의 실제 공연 규모 리허설. 지드래곤의 월드투어 ‘One Of A Kind’에는 실로 막대한 물량이 투여됐다. 3월30,31일 월드투어의 첫 무대인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 공연은 그 막대한 물량의 위용을 선명하게 느껴볼 수 있는 무대였다. 지드래곤이 유리자동차를 타고 무대에 등장해 다시 무대 뒤로 사라지는 2시간여 동안 쏟아진 화려한 무대연출, 레이저 조명, 육중한 사운드, 재기발랄한 영상 등이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한 가지. 그 모든 것의 중심에 ‘누구보다도 섹시한 남자’ 지드래곤이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영상 속의 지드래곤이 자동차를 타고 무대 위로 등장했다. 이는 흡사 마이클 잭슨이 우주선을 타고 무대 위로 나타나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 것은 지드래곤. 빨간 머리의 지드래곤은 여유 있는 손동작과 표정으로 관객의 이목을 단박에 자신에게만 집중시켰다. 이어 신곡 ‘미치GO’의 초연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처음 듣는 곡에 미치도록 반응하기 시작했다. 지드래곤은 “왓츠 업 한국”이라고 인사를 건네며 이 공연이 8개국 13개 도시를 도는 월드투어의 첫 무대임을 상기시켰다.

 

 

공연은 화려한 볼거리의 연속이었다. 여러 층으로 구성된 무대 뒤편에는 지드래곤을 보좌하는 연주자들과 코러스가 위치했고, 무대 앞 쪽에는 원형의 무빙스테이지가 하늘로 솟구치며 지드래곤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켰다. 레이저 조명이 뱀 혀처럼 객석을 쓰다듬는 가운데 육중한 밴드 사운드가 가미된 ‘Heartbreaker’, ‘One Of A Kind’가 흐르자 공연장은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관객을 단숨에 몰입하게 하는 위압감이 대단했다.

 

주목할 것은 바로 지드래곤의 무대 장악력이었다. 지드래곤은 약속된 무대연출의 부속품이 아닌,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피력했다. 무대는 마치 지드래곤의 놀이터와도 같았다. 무대 위를 마음껏 뛰어다닐 때에는 순수한 소년 같았으며, 교태를 부릴 때는 관능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관객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손동작 하나 만으로 여성들을 매료시키는 그의 능력은 가히 부러울 정도였다. 지드래곤이 살짝 미소를 지을 때마다 여성 관객들은 거의 자지러지다시피 했다. 분명히 그는 즐기고 있었다.

 

각 곡마다 특화된 무대연출은 블록버스터급 공연이 갖춰야 할 덕목을 보여주는 듯했다. ‘Butterfly’에서는 무대 위로 나비가 날자 지드래곤은 우아한 춤사위를 선보였다. ‘Today’에서는 퍼커션과 전자패드를 두드리며 연주에 동참하기도 했다. 타블로와 함께 랩 배틀을 벌인 ‘불 붙여 봐라’, 2NE1의 씨엘과 듀엣을 한 ‘The Leaders’는 공연의 흥분을 배가시켰다. 빅뱅 투어 때부터 함께 했던 외국 연주자들로 구성된 세션 팀의 연주도 돋보였다. 연주자들의 실연주와 MR이 결합된 사운드는 여타 아이돌 가수 콘서트와 사운드와 차별화된 것이었다. 가령 ‘Butterfly’에서 연주자들이 곡 중간에 스윙리듬을 깔고 지드래곤이 우아하게 춤추는 장면에서는 밴드 편곡의 강점이 도드라졌다.

 

‘아이돌’이란 꼬리표만으로는 대중음악계에서 살아남기 힘든 작금에 지드래곤의 공연은 필시 하나의 모범을 보여줬다. 그 모범이란 무대를 장악하는 능력을 말한다. 최근 수많은 아이돌그룹들이 너도 나도 아이돌이란 꼬리표를 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원하는 ‘아티스트’란 과연 무엇일까? 단지 작사, 작곡, 연주를 직접 하면 아티스트일까? ‘음악에 자신의 색을 투영시키는 것이 아티스트’라고 한다면 지드래곤은 ‘무대 위 아티스트’의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빅뱅 시절부터 수많은 공연으로 다져진 지드래곤. 이번 공연은 지드래곤이 대형 뮤지션으로 발돋움하는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