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연기인생’ 이도경의 식지 않는 열정(인터뷰②)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이도경 인터뷰,OCN 보이스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열연한 이도경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연기나 인터뷰나 다 살아 있어야 한다. 생명을 가져야 한다. 만들어낸 건 무슨 재미가 있나.”

인터뷰를 위해 직접 만난 배우 이도경에서 신선함을 느꼈다. 종종 인터뷰어를 당혹케 할 정도로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했고, 뼛속까지 솔직한 모습으로 현장을 폭소케 했다. 그는 신기하다는 반응의 인터뷰어를 향해 껄껄 소리를 내며 웃었다. “높은 도와 낮은 도를 빼고 무슨 좋은 음악이 나올까”라고 비유했다. “이 나이에 내숭을 떨어서 뭐할까”라고도 덧붙였다.

1977년 연극 ‘데미안’으로 데뷔한 이도경은 다수의 작품을 흥행으로 이끈 연극계 전설이다. 그런 그가 브라운관과 스크린 속에서 연기한다. 연기인생만 도합 40년이다. 눈 감고도 캐릭터를 분석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도경은 여느 신예보다도 열정이 넘쳤다. 해내고 싶은 마음도 컸고, 하고 싶은 역할도 많았다. 연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는 이도경의 얼굴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선물 받은 5살 소년보다도 맑았다. 듣다보면 빠져버리는 이도경의 직설적이고 열정적인 인터뷰.

10. 연극을 오래했다. 최근엔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 중인데, 이런 행보에 이유가 있을까?
이도경: 대한민국 배우 중에서 가장 오래 무대 위 시간을 보낸 건 단연 나일 거다. 20년을 무대에서 공연했다. 매번 장기공연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지치더라. 짧은 공연이라면 하고 싶지만, 뭘 시작하면 온 몸을 불사르는 스타일이라 힘들다.

10. 드라마영화에선 주로 센 역할을 맡았다. 새로운 역할에 대한 갈증은?
이도경: 생긴 게 이래서 그런지 악역이 많이 들어온다.(웃음)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건 ‘허벌나게’ 웃기는 거. 연극무대를 오래 해왔기 때문에 관객들과 소통하는 법을 안다. ‘보이스’ 촬영에서 50명 정도 엑스트라들과 함께 한 적이 있다. 촬영 중에 이후의 대본이 나왔고, 이왕 모인 김에 바로 촬영을 하자고 했다. 대본을 볼 시간도 없어서 무슨 상황인지만 파악했다. 애드리브로 연기를 했는데 엑스트라들이 대본 잘 외운다고 놀라더라. 시트콤 같은 작품에 참여하면 잘 하지 않겠나.

10. 실제로 너무 유쾌해서, 코미디 연기가 기대된다.
이도경: 웃는 게 좋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지 않나. 그 어떤 것보다 웃음의 힘이 강하다. 그런데 매번 차려입고 사채업자, 악덕 회장님을 연기하네. (10. 세련된 외모 때문 아닐까?) 분장 지우면 바로 남루해진다. 시골농부도 잘 할 수 있다.

10. 생각하는 연기관이 있는 것 같다.
이도경: 외국에 무슨 사진 전시회를 갔다. 사진은 말도 안하고 행동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한 장이 모든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나. 그런 걸 보면서 내 연기가 부끄러웠다. 소리치고 난리를 쳐야 연기를 한 거라고 믿었던 때가 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다. 가만히 있으면서도 진한 냄새가 나는 연기를 하고 싶다. 가만히 있는 데 가득 찬 연기를.

10. 신인 배우들보다도 열정이 크다. 놀라울 따름이다.
이도경: 적당히 하면 최고가 될 수 없다. 남들보다 잘 해야 한다. 특출 나야 한다. 입으로만 열심히 한다고 인터뷰하는 배우들이 많다. 5살 아기들도 그런 말은 할 수 있지 않나.

10. 한평생 연기를 하고 있지만 연기적 고민도 많은 것 같다.
이도경: 고민하는 재미로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어떤 수식어보다도 그냥 평생 배우이고 싶다.

10. 고민 외에 삶의 활력이 있다면? 강아지를 키운다고 들었다.
이도경: (휴대폰 잠금 화면에 있는 눈이 동그란 갈색 푸들의 사진을 보여줬다.) 6살 된 워낭이. 처음에 딸이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날 보여줬다. 치우라고 했다. 그런데 내 무릎에 내려놓는 거다. 순간 강아지랑 눈이 마주쳤다. 바로 항복했다. 그 다음부턴 안고 다녔다. 한 번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왔는데, 강아지 우리 안에서 내가 같이 자고 있더라. 난 우리 워낭이를 보며 연기를 배운다. 강아지의 눈은 정말 순수하다. 그냥 까만 것 같은데, 그 안에 기쁜지 슬픈지 다 표현이 된다. 정서가 말랑말랑하다. 배우도 그래야 한다. 마음이 딱딱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 웃는 척 이만 드러내는 가식적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10. 시나리오를 읽으며 오셨다고. 작품을 선택할 때 특별한 기준이 있나?
이도경: 많지. 완성도 있는 작품인지가 첫 번째 고민점. 두 번째는 내 역할? 어떤 배우들과 연기를 하는지, 어떤 감독이 연출을 하는지 등 다양하게 생각한다. 돈을 얼마 주는 지도 고려 대상이지. 너무 솔직한가. 이 나이에 내숭을 떠는 게 더 웃기다.

10. ‘무섭다’ ‘섬뜩하다는 이미지는 사라진지 오래다. 어필하고 싶은 반전매력이 있을까?
이도경: 주책바가지라고 할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름다운 걸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아픈 이야기 말고, 사람들의 행복한 이야기를 보면 마음이 뭉클하다.

이도경 인터뷰,OCN 보이스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열연한 이도경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