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우 | 힘과 희망을 얻는 음악들

특별하지 않은 걸 원하는 배우가 어디 흔할까. 누구나 더 많이 주목받길 원하고 그래서 더욱 강하게 자신을 어필하고 싶어 하는 이 세계에서 배우 김강우는 세고, 강하고, 특별한 역할로 연기하기보다 그렇지 않은 인물 속에서 진정성을 내비치길 원하는 배우다. 그런 그가 영화 <사이코메트리>의 양춘동과 조우했다. 범인은 잡다 놓치고 다단계 판매업을 ‘네트워크 마케팅’이라 부르며 정수기 판매 교육을 받기도 하며 동료들 중 그 누구도 그에게 신뢰를 갖지 않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형사, 양춘동. “저는 춘동이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30대 중반의 캐릭터였으면 했어요. ‘형사인 누구’가 아니라 그냥 내 나이 또래의 평범한 남자인데 직업이 형사인 인물이요. 형사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보통 떠올리는 모습으로는 가지 않으려고 했어요. 현실적인 인물인 춘동이 <사이코메트리>를 접했을 때의 느낌들을 크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소재 자체가 굉장히 비현실적인 영화잖아요. 이러한 춘동의 역할이 꼭 필요했다고 생각해요.”

 

2002년 영화 <해안선>으로 데뷔해 연기 생활 12년 차가 된 그가 연기에 재미를 느끼게 된 건 불과 2~3년 전이라 했다. 그 이전의 시간들을 두고 그는 “사춘기”였다고 말했다. 좌충우돌 부딪히며 방황하고 “이게 아니라 다른 것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끝없이 고민”했던 시간들이라 했다. 어떤 단계와 시간을 지나온 사람은 그에 맞는 무언가를 체득하기 마련이다. 김강우는 지난 10년간 혹은 재미를 알게 되기 전인 지난 8년 정도의 시간을 지나오는 동안 그의 연기 생활을 관통하는 어떤 희망을 얻었다. 그런 김강우가 들으면 희망을 느끼는, 기분이 좋아져서 힘을 얻는 음악들을 추천해왔다. 춘동이 <사이코메트리>에서 김준(김범)에게 그늘을 벗고 세상 밖으로 나와 걸어보게 하는 힘이 되었듯, 살고 또 살아야 한다는, 잘 살아나갈 수 있다며 속삭이는 듯한 음악들이다. DJ 욕심이 있다며 곡까지 찾아 들려주려 했던 그가 나중에 DJ가 된다면 꼭 청취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들이다.

1. Edith Piaf의 <La Vie En Rose>

“워낙 유명한 곡이기도 하죠. ‘La Vie En Rose’. 듣고 있으면 ‘인생 많이 살아봤는데, 인생 별거 없더라. 그러니까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야 멋진 인생이 펼쳐질 거야’하는 느낌을 받아요. 영화 <La Vie En Rose>도 영화로서 좋아하는데요. 그녀의 인생이 어쨌든 꽤 불행하게 그려지잖아요. 그런데 결국 그녀가 가장 원했던 건 성공도 아니고, 그저 사랑이었어요.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고 싶은 것이었죠. 저는 그게 예술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욕망인 것 같아요. 표현 방법이 다 다른 거죠. 원래 에디트 피아프의 목소리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진심이 느껴져서요. 사실 그녀보다 잘 부르는 사람도 많잖아요. 근데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좀 어설퍼도 제 대사 제 동작에 진심이 절절히 묻어있었으면 좋겠어요.”

2. Whitney Houston의 <Love, Whitney>

“이 곡도 꽤 오래된 곡인데요. (웃음) Whitney Houston의 ‘Run To You’를 근래, 힘들었던 때에 다시 듣게 됐었거든요. 저와 제 주변의 여러 가지 상황들이 꼬여 있을 때였고, Whitney Houston이 고인이 된 이후였죠. 듣고 있으니 힘이 났어요. 사람마다 다들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런 순간에 삶의 희열을 느끼는 거고요. 들으면서 Whitney Houston의 그런 순간이 떠올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이렇게 노래로 기억되고 영향을 준다면 Whitney Houston이 비록 지금 세상엔 없지만,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배우도 그런 것 아닐까요. 작품을 할 때마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나는 없어져도 작품들이 남아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고요.”

3. Frank Sinatra의 <Love Songs>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좀 하이(high)해 져요. 다들 들어보면 아실만한 유명한 곡이죠. ‘Come Fly With Me’라는 곡이에요.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하기도 했는데, Frank Sinatra가 부른 원곡이 그래도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그를 보면 참 부러워요. ‘올라운드 플레이어’라서요. 우리나라 배우분들 중에도 그런 분이 계시지만, Frank Sinatra는 연기도 하고 노래도 잘하고…그렇게 참 멋지게 살았던 사람인 것 같아요. 재능이 많죠. 뮤지컬 영화에서도 굉장히 멋졌던 사람이잖아요. 그런 표현력이 정말 부러워요. 원래 남자 보컬 중에는 클래식한 느낌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50~60년대 느낌의 목소리요.”

 

4. Mr. Big의 <3집 Bump Ahead>

“Mr. Big의 ‘Wild World’는 리드미컬한 기타 사운드가 특징적인 곡이에요. 저는 기타를 못 치지만 중학교 땐가, 고등학교 때 기타 치던 애들이 많이 했었던 곡이죠. 얼마 전에 다시 들었는데 좋더라고요. 힘차게 이어지는 기타의 리듬 때문인지, 듣고 있으면 뭔가 희망과 기운이 솟는 노래예요. Mr. Big의 노래들도 참 좋은 게 많은데요. 저도 오랜만에 듣고서는 아 맞다 이런 뮤지션이 있었지 그동안 내가 왜 안 듣고 있었지? 싶었었죠. 요즘 분들은 Mr. Big을 많이 모르시는 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말하니까 나이 굉장히 든 사람 같고 그런가요? (웃음) 요즘 왠지 좀 나이를 먹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어요.”

5. 조용필의 <12집 추억속의 재회>

“마지막으로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라는 곡을 추천하고 싶어요. 조용필 씨가 부른 버전으로요. 조용필 씨도 기교라면 남부럽지 않은 가수인데, 이 곡만은 기교는 싹 걷어내고 너무나 담백하게 불러서 더 좋아요. 그런 표현이 가능한 게 거장이겠죠. 울부짖듯 부르는 게 아니라, 덤덤하고 묵직하게 부르기에 더 슬프게 느껴졌어요. 정말 가슴이 절절해지더라고요. 역시 조용필 씨의 노래는 조용필 씨가 불러야 되는 것 같아요.”

증명되길 원하는 배우, 김강우

화제가 됐던 SBS <힐링캠프>에 출연할 땐, “토크쇼에 출연해 스스로를 보여주기”위해 청심환을 제일 먼저 준비했다는 배우 김강우는 보여주기보다 증명되길 원하는 사람이다. 어떤 말로 누군가를 설득하기보다, 모습으로 드러내길 원하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그는 배우로서의 특별한 삶보다, 보편적인 정서를 가진 보편적인 삶의 편에 선다. “평범하게 살길 원해요. 배우로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정서를 가져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배우만의 독특한 삶을 사는 것에 대해서 반대해요. 결국 보편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게 배우라고 생각하니까요.” 나아가, 보편적인 삶에 대한 지향은 김강우가 배우로서 간직하고 있는 하루하루의 지표이기도 하다. 힘껏, 힘들여 지나온 지난 시간들을 보상해주는 ‘데뷔 몇 년차’라는 타이틀엔 그만한 무게와 자랑스러움이 조금이라도 실리기 마련이건만, 그는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이렇게 돌이켰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었죠. 그리고 이후에는 오기 단계였어요. 5년 안에 인지도를 쌓겠다는 이야길 하기도 했는데 오기에서 비롯된 거였죠. 그리고 이제 재미인 것 같아요.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렇게 큰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그런 단계를 거치고 있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