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백성현 “부끄럽지 않은 작품 해나가고 싶다” (인터뷰)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백성현,인터뷰

배우 백성현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백성현의 재발견이 놀랍다. 지난해 종영한 SBS ‘닥턱스’에서 이성경의 ‘남사친’(남자사람친구)으로 여심을 설레게 하더니 최근 종영한 OCN ‘보이스’(극본 마진원, 연출 김홍선)를 통해서는 경찰청의 ‘빨대’로 분노를 유발했다. 무진혁(장혁)의 후배 동료로 극 초반 범인으로도 의심 받았던 심대식(백성현)은 알고 보니 연쇄살인마 모태구(김재욱)를 돕는 경찰청 내부 조력자였다. 심대식은 무진혁을 향해 “겁나는데 어떡하라고. 살고 싶어서 그랬다”고 울면서 소리쳤다. 백성현은 절절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이 심대식에 빠질 수 있게 했다. 어느 덧 데뷔 23년차. 백성현은 자신을 의심하고, 채찍질하면서 꾸준히 달려왔다. ‘보이스’를 통해서 그는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10. ‘보이스’로 큰 사랑을 받았다.
백성현 : 정말 숨 가쁘게 달렸다. 드라마 자체도 스피드했다. 8부부터는 거의 생방 촬영에 들어갔는데, ‘보이스’에만 빠져 있었다. 집중을 해서 그런지 금방 지나간 느낌이다.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너무나도 큰 사랑을 받아서 생방 촬영에도 퀄리티를 놓지 말자는 일념 하에 다 같이 열심히 작업했다. 심대식과 ‘보이스’를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

10. 형사 역할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백성현 : 형사처럼 보여야하는 거? 시청자들이 낯설게 보지 않았으면 했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게 도움이 됐다. 헤어나 의상 등 분장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4부부터는 확실히 내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스스로 심대식 형사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자신감도 붙었다.

10. 처음부터 첩자라는 사실을 알고 촬영에 들어갔다. 신경이 많이 쓰였을 것 같다.
백성현 : 그게 캐릭터의 존재 이유였다. 김홍선 감독님과 장혁 선배만 알고 있었다. 장혁 선배가 조언을 많이 해줬다. 선한 연기를 하다가 갑자기 내가 첩자였다고 말하는 건 절대 매력적이지 않다고 얘기해줬다. 의심이 가게 해야 된다고 조언을 해줬다. 개인적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 ‘오셀로’ 속 악인 이아고를 떠올렸다. 이아고는 간사하게 이간질을 하는 역할인데, 오셀로에게 신임을 얻었다. 이간질만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믿음을 주기도 한 인물이지 않았을까. 심대식 역시 똑같이 간사하지만 믿을 수 있는 인물이여야만 했다. 그래서 촬영 때 커트를 몇 개씩 땄다. 굉장히 평범한 표정부터 의심스러운 표정 등 감독님이 편집을 하면서 쓰실 수 있게 몇 커트씩 간 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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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백성현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장혁과의 호흡이 돋보였다.
백성현 : 장혁 선배와 ‘아이리스2’에서 함께 출연했지만 같이 붙을 기회는 많지 않아서 아쉬웠다. 같은 소속사인 만큼 들은 얘기가 많았다. 회사 상무님은 우리 둘이 연기를 하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얘기해줬다.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많이 배우기도 했다.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갔지만 장혁 선배는 흔들림이 없었다. 새로운 촬영을 할 때마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고민을 하더라. 진심으로 존경한다.

10. 특별히 배운점이 있다면?
백성현 : 대사 한마디를 해도 그냥 하는 법이 없었다. 나도 내 대사를 단순하게 외워서 말하는 게 아니라 내 것으로, 심대식 형사 걸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장혁 선배가 있어서도 가능했지만 제작진이 상황에 맞게 연기를 할 수 있게 도와줬다. 빈 공간을 열어주면 그걸 채우는 건 배우의 마음이었다. 연기할 맛이 났다.

10. 15회에서 장혁에게 첩자라는 사실이 밝혀질 때 호평을 받았다.
백성현 : 칭찬을 받았지만 김홍선 감독님과 장혁 선배 때문에 그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 15부 대본을 보자마자 장혁 선배가 나를 찾아왔다. 30분 동안 강의를 들었다.(웃음) ‘난 이 감정이고, 이렇게 할 건데, 넌 어떻게 할 거니?’라고 고민할 거리를 던져줬다. 나 역시도 이 장면 하나 보고 달려왔다. 첫 번째 촬영이 끝나고 감독님께서 ‘너 이게 마지막이야. 가지고 있는 거 다 보여줘야 된다’고 말해줬다.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다시 찍었던 컷이 방송으로 나갔다. 장혁 선배의 배려와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믿어줬던 감독님의 덕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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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백성현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장혁이라는 좋은 선배를 얻었다.
백성현 : 나는 힘들면 남들한테 이야기를 안 하는 편이다. 들어주는 건 잘 하는데 내가 힘들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다 힘들지 않나. 스스로 풀어내려고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장혁 선배가 있었다. 15회와 16회를 본 장혁 선배가 종방연 때 고생했다고 격려해줬는데 정말 뿌듯했다. 내가 존경하는 교수님에게 칭찬을 받은 느낌이었다. 앞으로도 치열하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고 말씀해줬다. 고민이 있거나 조언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하더라. 배우로서 조언이 필요할 때 장혁 선배를 찾아갈 수 있겠구나싶었다.

10. ‘보이스’를 통해 실제 사회사건에 관심도 많이 생겼을 것 같은데.
백성현 : 실제로도 무관심하지는 않은 편이다. 좋은 메시지를 던져줬다. 잔인하다는 말도 있었지만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사건이 벌어졌고, 범인을 추격하는 작품은 많았다. 그러나 ‘보이스’에서는 형사가 골든타임을 지켜야하는 구조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도 했다. 더 의미가 깊지 않았나 싶다.

10. 1994년 데뷔해 벌써 데뷔 23년차 배우가 됐다.
백성현 : 어느덧 그렇게 됐다. 의심병이 있어서 아직도 내가 이 길에 재능이 있나 돌아보고,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좋은 작품과 좋은 분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내가 배우라는 것에 확신을 가지고, 어려움을 극복해가면서 점점 이 길이 내 길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모든 게 힘들었다. 아니 내가 나를 힘들게 했었다. 항상 잘해야 된다고만 생각했다. 20대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정말 머리가 깨질 때까지 들이받으면서 고민하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10. 주연·조연·장르 등을 구별하지 않고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백성현 : 생각이 좀 바뀐 계기가 있다. 어느 날 내 필모그래피를 봤는데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해고 싶다고 생각했다. 백성현을 검색했을 때 ‘재미있는 작품만 했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재밌어야지 신나게 만들어서 보여드릴 수 있지 않겠는가. 그 전에도 좋은 작품을 많이 했지만 생각이 바뀌고 난 뒤부터 했던 작품이 ‘사랑하는 은동아’였다. 사람은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아마 그때가 조금 더 결심이 섰다고 해야 하나? 내가 재밌게 느껴지는 작품을 하려고 했던 때인 것 같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