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그 겨울> 오수 코스프레 하는 남자들을 어찌해야 하나요?

Q. 멜빵(서스펜더)은 유치원 졸업과 함께 작별해야 하는 아이템인 줄 알았습니다. 컬러 스키니진의 적임자는 ‘소녀시대’라고 철썩 같이 믿으며 살아왔고요. 그런데, 세상에! 이 남자 오수(조인성)는 멜빵이면 멜빵, 컬러 스키니진이면 컬러 스키니진, 소화 못 하는 스타일이 뭔가요? 니트 롱가디건을 걸친 맵시는 또 어떻고요? 끝내줘요. 마님 앞에서 힘 자랑 하는 돌쇠인 냥,빨간바지 입고열심히 장작 패던 오수만 떠올리면 아직도 심박수가 널뛰기를 합니다. 불편한 진실은요, 그런 오수의 매력에 빠진 게 저만이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제 주위엔 오수 코스프레 하는 남자들이 왜 이리 많은 걸까요? “멜빵은 조인성이 하니까 멋있는 거지, 잘못하면 슈퍼마리오!”라는 일각의 반응을 모르는 걸까요? 오수 코스프레하는 남자사람들의 ‘무리수’를 어찌해야 하나요? 빨간바지를 사면 멜빵을 덤으로 주는 1+1 행사를 하는 남성복 매장은 왜 또 그리 많은지 속상해요. (마포구 신수동에 사는 K양)

Dr.앓의 처방전

일단 K양에게 묻고 싶군요. K양은 혹시 어그부츠 안 신으시나요? 레깅스는? 송혜교 립스틱과 블러셔는? 남자들이 송혜교가 어그부츠를 신으며 귀엽다 해도, 일반 여자사람이 어그부츠를 신으면 곰발바닥 같다고 생각하는 건 아시죠? 송혜교가 “오빠, 너” 이러면 자지러지게 좋아해도, 일반 여자사람이 “오빠, 너” 하면 손부터 올라가는 거 아시죠? 송혜교가 두 뺨에 핑크 볼터치를 하면 상큼하다고 하지만, 일반 여자사람이 하면 ‘촌년’이라 하는 거 아시죠? 그러니까, 제 말의 핵심은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오수 코스프레를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스타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싶어 하는 심리는 이상한 게 아닙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겐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이죠. 그리고 생각해 보세요. 꽃등심처럼 꽃미남들에게 등급을 매긴다면 조인성은 배우들 중에서도 1등급 명품한우에 속하는 남자예요. 그런 남자의 매력을 취하고 싶은 게 비단 여성들뿐이겠습니까. 솜사탕 하나 사이에 두고 오영(송혜교)과 입술이 닿을락 말락, 잠든 오영에게 다가가 입술을 부딪칠락 말락, 화가 잔뜩 난 영이를 있는 힘껏 끌어당겨 키스를 퍼부을락 말락 했던 순간. 그 순간 잠 못 든 건, 여성시청자들뿐 아니라, 남성들도 마찬가지란 말입니다.

물론 K양의 고민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에요. 오수 패션을 무턱대고 따라했다가는 자칫 ‘조인성 멜빵의 현실’ 에 부딪쳐 상처받을 남자들이 많을 테니 말이에요. 하지만 아무리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 조언해도 먹히지 않을 겁니다. 그런 조언이 통했다면, 조인성 아이템이 등장하는 족족 히트치는 일은 없었겠죠. 조인성은 이미 <발리에서 생긴 일>, <봄날> 등을 통해 여러 아이템은 완판 시킨바 있어요. 남자들이 과연 그 아이템들이 자신에게완벽하게 어울려서 열광했을까요? 아닐 겁니다. 그들이 진정 따라하고 싶었던 건 조인성의 패션이 아니라, 조인성이 지닌 분위기였을 테니까요. 조인성에게는 ‘정체불명의 순수함’이 뇌관처럼 존재해요. 비뚤어진 척 잔뜩 날을 세우지만 실상은 외면당하는 게 두려운 남자, 정에 굶주린 마음을 결국엔 들키고야 마는 순수한 남자. 수정(하지원)에게 사랑을 구걸했던 <발리에서 생긴 일>의 재민이 그랬고, 형의 여자(고현정)에게 “내 앞에서 등만 보이지 말라” 소리쳤던 <봄날>의 은섭이 그랬었죠. 사랑을 달라 떼쓰며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우는 조인성을 보면, 내 어깨를 기꺼이 내어주고 싶은 보호본능이 발동합니다. 울음을 꾹 참을 때마다 눈동자를 45도 각도로 꺾어 올리는 동공액션(?)은 또 어떻구요. 아, 몹쓸 놈의 조간(‘조인성 간지’ 줄임말) 같으니. 이런 남자의 매력을 남자들이 동경하고 따라하는 건,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러니 오수 코스프레 하는 남자들은 모두 무죄! 그래도 받아들이기 힘든 K양을 위해, ‘안구정화’에 탁월한 조인성 코스프레 사례를 소개해 드립죠.

앓포인트: 화보인생 조인성의 [남성이여, (패션)테러리스트가 되라!]

2004년 S/S 시즌 발리옴므. ‘조간 밖에 안 보여!’

수트엔 서류가방이 정석으로 여겨졌던 시절, 이런 고정관념에 태클을 걸고 나온 이가 바로 조인성이다.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그는 수트에 백팩을 매칭하는 과감한 스타일링을 시도, 손가방의 노예였던 전국 회사원들에게 두 손에 자유를 허했다. 여성들만의 성역처럼 여겨졌던 꽃무늬 셔츠의 대중화에 기여한 이 역시 조인성이다. 그해 봄, 전국 방방 곳곳엔 남성들의 꽃무늬 옷 바람이 불었다.

2006년 F/W 시즌 건달옴므. ‘의상 따윈 필요없어!’

소위 ‘갈치 정장’이라고 불리는 반짝이는 은회색 정장마저도 감각적으로 소화해 낸 <비열한 거리>의 삼류조폭 병두. 특히 가슴에서 시작 돼 엉덩이 꼬리뼈로 이어지는 용문신은 단연 압권이었다. 조인성의 몸에 새겨진 한 마리의 용이 되고 싶었던 여자가 비단 한둘이었겠나. 딱 벌어진 어깨에, 핏줄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섹시한 팔뚝은 또 어떠한가. 오늘 내일 하는 병약한 할머니도 주먹 불끈 쥐고 일어나 회춘하게 만드는 마력의 몸뚱이었으니, “당신은 못말리는 땡벌(땡벌~♪) 당신은 날 울리는 땡벌(땡벌~♬) 혼자서는 이밤이 너무 너무 길어요~” 정말이지 혼자 감상하기엔, ‘이밤이 너무 너무 길어요~~오~’

2009년 F/W 시즌 국방옴므. ‘원판 보존의 법칙’

군복은 멀쩡한 사람도 어리버리로 만드는 마법의 망토라고 했던가. 실제로 군복과 파르라니 깎은 머리는 남성들의 개성을 싸그리 발라내는 마술을 부린다. 각기 다른 염색체에, 자라난 환경도 다른데, 군대만 가면 빵틀로 찍어 낸 붕어빵처럼 비스무리 해 지는 게 신기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마법은 소싯적 한 인물 했다는 연예인들이라고 비켜가지 않는다. 군에 간 스타들.. 참으로, 굴욕적이다. 하지만 신도 가끔은 실수를 한다. 한번 보시라. 인성이 오빠의 자체 발광하는 모습을. 본판의 우수함을 널리 알리고 있다. 아, 훈훈하다. 걸어 다니는 화보! 우월한 기럭지! 신이 하사한 9등신의 완벽 비율! 이것이 바로 2009년 군부대를 휩쓸었던 ‘F/W 국방옴므콜렉션’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