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선│열일곱, 모델로 태어나다

진정선│열일곱, 모델로 태어나다
긴 다리의 소녀는 휴대폰으로 웹툰을 보는 데 열중해 있었다. 티셔츠에 교복 스커트 차림, 줄무늬 양말과 낡은 스니커즈를 신은 소녀는 촬영을 앞두고 새파란 백팩에서 의상과 구두를 주섬주섬 꺼냈다. 메이크업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복숭아빛 뺨을 한 채 마지막으로 틴트를 찾아 살짝 바르며 소녀는 히힛 웃었다. “이쁘게 나오고 싶어서요” 올해 나이 열일곱, 고등학교 1학년, 그리고 온스타일 (이하 우승자 진정선이다.

유난히 키가 컸던 소녀의 꿈
진정선│열일곱, 모델로 태어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키가 이미 168cm, 유난히 마른 체격 때문에 주위에서 먼저 모델 일을 권유한 것은 키 큰 여자아이들에게 흔히 있는 일이었지만 매 단계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장한 바탕에는 당연히도 노력이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 모델 학원에 처음 갔는데, 키가 크니까 구부정하게 다니던 자세가 몸에 배 있어서 많이 혼났어요. ‘벽 붙기’라는 기초 자세부터 연습하는데, 한두 시간 서 있으면 울거나 쓰러지는 사람도 있을 만큼 힘들거든요. 하지만 끝나고 집에 가서 계속 했어요. 벽은 집에도 있으니까.” 초반부터 워킹 실력과 당찬 태도로 시선을 모았던 진정선은 시시콜콜 두려움을 이야기하며 도전을 망설이기보다 단도직입적으로 골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편이다. 처음으로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도 너무 하고 싶은 마음에 직접 찾아가기부터 했다. “원래 원서를 받아서 합격자만 부르려고 하셨다던데, 마침 그 분들이 찾고 계시던 모델의 이미지가 저와 비슷했대요.”

“좌석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서 포즈 연습을 해요”
진정선│열일곱, 모델로 태어나다진정선│열일곱, 모델로 태어나다
그래서 의 출연자 중에서도 막내 뻘이었던 진정선이 쟁쟁한 ‘언니들’을 제치고 우승을 거머쥔 것은 놀랍지만 동시에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했다. 어려운 철학이나 직업관 대신 “모델은 런웨이에서 눈빛과 몸짓으로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요. 말은 안 하지만 속으로 ‘내가 최고다. 날 봐’ 라고 외우면서 걸어요. 거기서는 그래야만 하니까”라고 설명하는 나름의 노하우는 뚜렷하고 노력은 숨 쉬듯 계속된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갈 때 좌석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서 포즈 연습을 해요. 다리도 멋있게 꼬고 앉았다가, 혼자 창밖을 보면서 예쁜 포즈도 했다가, 가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긴 하는데 적응돼서 괜찮아요.” 커다란 입을 활짝 벌리고 하하 웃는 얼굴이 해바라기 같은 소녀의 앞에는 먼저 시작한 선배들보다 훨씬 넓고 끝을 알 수 없는 기회들이 펼쳐져 있지만 진정선의 꿈은 아직 그 크기도 형태도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이제는 이게 ‘내 일’이 맞다는 확신이 생겼고 5년, 10년 뒤에도 모델을 계속 하고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만약, 외국에서 일할 기회가 생긴다면…영어 공부 좀 열심히 해야 될 것 같아요. 뉴욕에 촬영 가 보고 뼛속까지 느꼈어요.” 다시, 팡 소리가 날 것 같은 웃음이 터져 나온다.

글. 최지은 fi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