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아, 소중한 걸 알았다 (인터뷰)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박정아,인터뷰

배우 박정아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경험을 통해 아는 것만큼 확실한 건 없다. 직접 피부로 느껴야만 비로소 진정한 ‘내것’이 되는데, 박정아의 지금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고 듣고 느꼈기에 누구보다 간절하고 그래서 더 빛이 난다. 2001년 쥬얼리로 데뷔해 걸그룹의 멤버로, 탈퇴한 뒤에는 전향한 연기자로 살았다. 겨우 ‘전향’을 떼고 연기자로 자리매김할 즈음 뮤지컬이란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사실 노래도 곧잘 하고 연기 실력도 늘었으니 의외의 행보는 아니었지만 박정아에겐 꽤나 큰 도전이었다.

두 번째 작품으로 ‘영웅’을 만나 고난의 길을 걸으면서도 매 순간 행복하고 짜릿하다. 뮤지컬 배우라는 꾸밈을 하나 더 얹으며 박정아는 지난해 결혼도 했다. 변화의 순간을 즐기며 또 몰랐던 걸 깨닫는 요즘, 소중한 걸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지금이 참 행복하다.

10. 뮤지컬 ‘영웅'(연출 윤호진)의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박정아 : 정말 즐겁게 행복하게 했다. 사실 자신과의 싸움을 걸게 만든 작품이었는데, 막상 서울 공연을 끝내고 나니 복잡한 감정들이 생겨서 혼란스러울 정도다.

10.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박정아 : 좀 더 잘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마음이 있다. 하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다독인다. 치열하게 내 자신과 싸웠는데 끝이 왔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기분 좋다. 아직 지방 공연이 남아있어서 그게 또 선물같다.

10. ‘영웅’의 준비는 어떻게 진행됐나.
박정아 : 발성적으로 공부를 많이 했다. 보컬 레슨 선생님과 연습하는 3주 동안 거의 매일 만났을 정도로 같이 연구하고 연습했다. ‘영웅’의 연습을 하고 레슨을 받고, 또 라디오를 가는 일정을 거의 한달을 했다. 발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뮤지컬 ‘올슉업’이란 작품을 하면서 오랜만에 목소리를 사용했고, 그때 이후로 ‘영웅’을 통해 더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10. 지금 말을 하면서도 목소리가 굉장히 좋다.
박정아 : 최근 그런 말을 듣곤 한다. 뮤지컬 넘버 중에서 고음이 있거나 말이 빠를 때는 버거웠는데, 그걸 편안하게 들리게끔 바꾸는 게 어려웠다. 연습을 하고 조금씩 배워가면서 ‘좋아졌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좋다.

10. 관리를 위한 습관도 생겼겠다. 아무래도 최상의 목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하니.
박정아 : 무조건 물을 많이 마신다. 근육을 가라앉혀야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애를 썼다. 또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 엄청 노력했다. 지금 감기가 걸렸는데, 긴장이 풀리면 아프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가보다. 신기한 건 이렇게 옴팡지게 걸렸는데 어제 ‘영웅’의 연습에서는 또 아무렇지 않더라. ‘영웅’이란 작품은 무게가 있는 것 같다.

10. 8번째 시즌을 맞는 ‘영웅’에 참여했다. 시국과 맞물린 영향인지 올해 유독 더 인기가 있었다.
박정아 : 모두가 힘이 나서 했다. 관객들의 성원에 감사했다. 결국 세종문화회관 3층까지 오픈했고 매회 에너지가 넘쳤다.

10. 출연 배우로서 인기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박정아 : 아무래도 안중근을 연기한 4명의 배우들의 힘이 아닐까. 명불허전 정성화와 양준모, 안재욱, 이지훈까지 모두 대단했다. 그들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정말 운이 좋게도 뮤지컬 뿐만 아니라 출연한 작품들 모두 사랑을 받았다. 그런 행운을 얻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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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아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극중 설희란 인물을 표현하는데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캐릭터의 분리는 잘 됐나.
박정아 : 매일 기도했다. 처음 시작할 때 ‘오늘 오신 모든 분들이 감동받으시길. 배우들, 스태프들이 다치지 않고 공연을 마칠 수 있기를’하고. 또 끝나면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했다. 그렇게 의식같이, 매순간 기도를 했다. 힘을 받아서 들어가고, 또 빠져나왔다.

10. 남성들이 부각되는 ‘영웅’이지만, 그럼에도 설희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다. 어떻게 해석했나.
박정아 : 설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름을 모르는 많은 한국열사분들을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가상인물이라고 한줄로 소개하기 보다, 실존인물이라고 생각하면서 몰입했다. 설희는 혼자 싸워야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안되는 일을 하려고 노력했던 당시 투사들을 떠올렸다. 굉장히 어려운 일을 해낸 인물인만큼 이를 악물고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10. ‘영웅’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올슉업’에 이어 두 번째 만에 대작을 만났다.
박정아 : 우선 윤호진 연출께서 ‘올슉업’을 봤다고 하더라. 직접 ‘저를 왜 캐스팅 했어요?’라고 묻진 못했지만, 다른 배우들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에너지가 좋았다’고 한다. 믿고 맡겨 주셨는데, 많이 고생시켰다.(웃음) 그런데도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할 수 있을거야’라고 지켜봐주시는데, ‘왜 나를 믿으시지’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발성 자체가 다른 작품을 선택했기 때문에 처음엔 도대체 노래를 부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말 힘들었다. 기회를 주셨다는 것과 이 작품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게끔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10. 처음이었던 ‘올슉업’과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나보다.
박정아 : ‘올슉업’은 사실 팝송을 재해석한 넘버라 가진 걸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면 ‘영웅’은 가지고 있는 역량으로 안됐다. 바꾸는 방법 외엔 없었다. 연기에 있어서는 ‘내가 설희라면…’이라고 접근을 하니 마음 안에 뜨거운 무언가가 생기더라. 무엇보다 절실하니까 된 것 같다. 꾸준히 열심히 하면서 조금씩 바뀌어갔다.

10. 아무래도 ‘영웅’은 고정 팬층도 두터운 작품이라 더 부담이 컸을 테다.
박정아 : 어떻게 불러야 완벽하다는 걸 다 알고 있다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 내 방식대로 변화를 시켜 불렀는데, 언젠가는 내고 말거야란 열정 하나만으로도 했다. 물론 노래에 정답은 없는데, 할수록 욕심이 생겼다.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10. 처음으로 돌아가서, 뮤지컬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박정아 : 궁금했다. 드라마를 할 때 뮤지컬을 하는 분들을 만나면 에너지가 남달랐다. 저 긍정적인 에너지와 열정은 뭐지? 어디서 나오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에 관심은 있었지만, 할 자신은 없었다. 그렇게 가수 생활을 했는데 쥬얼리를 탈퇴하고 연기자로 전향하면서, 노래를 전혀 하지 않다가 ‘내가 노래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지’란 생각이 퍼뜩 들었고 또 연기도 열심히 했는데…그렇다면 이젠 무대다 싶었다. 정말 궁금했고, 회사 측에다 의사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나는 ‘뮤지컬의 꿈나무’라고.(웃음) 그땐 ‘영웅’이란 작품을 만나서 큰 벽에 부딪힐 것이라곤 상상 못했지.

10. 연이어 뮤지컬 두 작품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버틸 수 있었던 건 배우자의 힘이 아닐까. 결혼이 좀 더 여유를 갖게 해준 것 같다.
박정아 : 뮤지컬을 시작했던 시기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결혼을 했고, 공연을 마친 뒤에는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정신을 가다듬고 새로운 작품인 ‘영웅’의 연습에 들어갔다. 인생에 있어서 정서적인 변화를 만났다. 그 과정을 겪으며 느낀 건 남편의 지지와 응원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혼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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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아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버틸 수 있었던 힘이었겠지.
박정아 : 작품 생각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옆에서 같이 한숨을 쉰다. 갑자기 미안해지더라. ‘내가 힘들어하니까 같이 힘들구나’ 하고. 공연도 늘 봐주고 늘었다고 칭찬도 해준다. 때론 ‘그렇게 하는 게 맞는거니?’란 따가운 말도 하고.(웃음) 바로 옆에서 나를 지켜봐주는 사람이다.

10. 뮤지컬 배우들의 특유의 에너지의 원천이 어디인지 조금은 느꼈겠다.
박정아 : 열정적이지 않으면 절대 안되겠구나란 걸 알았다. 무대 위의 시간은 나만의 것이고,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순간이다. 어쩜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고 그 공간에 들어가면 달라지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10. 가수 출신이란 편견을 깨는 것도 무거운 숙제였을 거다.
박정아 : ‘올슉업’ 때는 관객과 눈도 마주치면서 여유를 부렸지만, ‘영웅’은 워낙 집중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내가 그 몰입을 깨지 않았으면하는 마음이 컸다. 이제 시작한 꿈나무이니까 부족한 것도 알고, 아쉬운 부분을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모두 감사하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언젠가는 제가!’라는 마음이며, 이번에도 정말 다 쏟아냈다.

10. 서울 공연은 끝이 났지만, 지방 공연이 남았다.
박정아 : 그래서 감사하다. 내게 그런 기회가 와서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고 스스로에게도 조금 더 열심히 달릴 수 있는 기간이 생겨서 정말 좋다.

10. 뮤지컬을 계속해서 할 생각인가.
박정아 : 계속 많은 고비를 맞으며 꿈나무에서 ‘꿈’을 빼고 뿌리를 내리고 싶다. 멋진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

10.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도 있을 것 같은데.
박정아 : ‘엘리자벳’도 하고 싶고 ‘시카고’의 벨마 역도 욕심이 난다. 꿈나무니까 꿈을 크게 가질 수 있지 않나.(웃음) 브로드웨이로 갈 거다. 하하.

10. 몇 달동안 무대 위에 오르기 위해선 체력관리도 필수다.
박정아 : 다행히 체력이 버텨줬다. 성대도 그렇고. 살이 좀 많이 빠지긴 했지만 말이다. 선배들이 ‘물수건을 짜고 또 짜서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내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계속 체력관리도 철저하게 해야할 것 같다.

10. 뮤지컬 배우란 수식어, 마음에 드나.
박정아 : 좋다.(웃음) 가수, 쥬얼리, ‘배우로 전향한’까지 수식어가 워낙 많았지만 ‘뮤지컬 배우’란 말, 정말 좋다.

10. 뮤지컬 무대에서 박정아만의 매력은 뭘까.
박정아 :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것 같다. 뒤늦게 시작해서 다행인 점이다. 보는 분들이 조금은 색다르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잘 섞이지만 좀 다른데?’라는 걸 느끼면 좋겠다.

10. ‘영웅’의 지방 공연까지 마친 뒤 어떤 평가를 듣고 싶나.
박정아 :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다양한 작품에서 나를 만나고 싶어다는 평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힘들 때도 있다. ‘이게 언제 될까, 이렇게 오래 걸리나’ 하고.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평생 할건데…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나라는 배우를 다양한 작품, 무대 위에서 보고 싶어했으면 한다.

10.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비로소 인생 3막의 시작인 것 같다.
박정아 : 많은 변화들이 내게 필요한 순간에 잘 찾아온 것 같다. 결혼으로 타인과 살아간다는 걸 배웠고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며 좀 더 다른 이들을 배려하게 됐다.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해준 라디오란 매체에게도 감사하고.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면, 조금은 옆을 돌아보게끔 만들어준 것 같아서 계속 이렇게 꾸준히 살고 싶다. 소중한 게 소중한 것임을 알면서.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