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베헤모스’, 현실이 더 끔찍하지만…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연극 '베헤모스' / 사진제공=PMC프러덕션

연극 ‘베헤모스’ / 사진제공=PMC프러덕션

어쩐지 최근 뉴스에서 접한 것만 같은 기분이다. 110분 내내 음침하면서도 어딘가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씁쓸하다 못해 불쾌하기까지 한데, 참을 수 있는 이유는 부정하고 싶지만 작금의 상황보다 비교적 나아서다.

지난 1일 막을 올린 연극 ‘베헤모스'(연출 김태형)는 KBS 단막극 ‘괴물’을 원작으로 한다. 무려 2014년에 방송된 드라마지만, 어째서 현재와 더 잘 어울리는지는 우리 모두 아는 사실. ‘괴물’의 무대화를 결정짓고 ‘베헤모스’로 완성한 김태형 연출은 때문에 결말을 달리했다. 그는 “시국과 맞닿아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더 괴물 같은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 충분히 괴물 같은 캐릭터인데, 현실이 더 끔찍하지 않나”라며 “공연을 만들며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인상을 녹여냈다. 대상화된 피해자가 끝까지 아픔을 받는 현실을 보여주고자 엔딩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김태형 연출은 “한 마디로 제가 지금 세상을 보고 있는 시선이 비관적이고 씁쓸하고 닫혀있고 아프다”고 말했다.

연극 '베헤모스' / 사진제공=PMC프러덕션

연극 ‘베헤모스’ / 사진제공=PMC프러덕션

연출의 시각이 녹아들어 재탄생된 ‘베헤모스’는 재벌가 아들에게 벌어진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그를 변호하는 자와 응징하는 자의 파워게임을 담아낸다. 시종 긴장을 놓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악의 순환이 관객들의 시선을 뺏고, 끝나는 순간까지 힘 있게 밀어붙인다.

무대는 다른 의미로 화려하다. 공간 활용이 매우 탁월해 세련미가 넘쳐흐른다. 고급 호텔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과 검사와 변호사가 대립하는 조사실까지 한눈에 들어오게끔 했다. 덕분에 회상 장면에서 끊김이 없다.

이를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것이 음악. 전체적인 톤은 일렉트로닉으로, 선율이 드러나지 않는 곡들이 대부분인데 극의 객관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선과 악, 슬픔과 아이러니를 넘나드는 사건의 흐름에 곡이 튀지 않게 녹아든다. 현악기와 관악기를 사용한 선율 위주의 음악은 극중 인물과 더불어 관객에게 적극적으로 호소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여기에 김도현(오검 역), 정원조(오검 역), 최대훈(이변 역), 문성일(태석 역), 김히어라(멀티 역) 등은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열연을 펼친다. 현실 만큼이나 끔직한 옷을 입고 극을 빛낸다.

연출의 말대로 결말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과정도 끔찍한데, 결말도 웃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현실’이란 걸 안다. “나도 피해자”라고 외치는 태석의 울분과 “우리가 다르고 다고 생각해?”라고 묻는 이변의 냉소가 한동안 가슴을 울린다.

오는 4월 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