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스타] 한수연 “‘구르미’·‘더 킹’, 좋은 운을 이제야 쓴다” (인터뷰)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한수연,인터뷰

배우 한수연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밝고 유쾌하다. 질문을 골똘히 삼키고 내뱉을 땐 꾸밈이 없어 인상적이다. 지난해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악녀 연기로 주목을 받은 배우 한수연이 지난달 개봉해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한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을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많지 않은 대사지만 정우성과의 투샷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한수연은 단아하고 청순한 외모와 다르게 극 중 한강식(정우성)이 권력과 인맥을 유지하는 펜트하우스의 안주인으로 ‘반전 매력’을 뽐냈다. 10년의 무명을 떨쳐내고 자신의 운을 쓰고 있는 한수연의 이야기.

10. ‘더 킹’의 흥행을 예상했는지.
한수연 :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살면서 현장 편집본이 이렇게 재미있던 건 처음이었다. 괜히 한재림 감독이 아니었다. 대박의 기운을 느끼면서 촬영했다. 예전부터 한재림 감독의 팬이었다.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관상’ 등 자기 복제가 없고 작품의 톤이 독특하면서도 알찬 느낌이다. 한재림 감독을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현장에서 주는 디렉션이나 리드해나가는 모습만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나에게는 정말 더 킹 같은 존재였다.

10. 영화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한수연 : 오디션을 봤다. 처음부터 룸장모 역은 아니었다. 여러 조연들까지 염두에 두고 캐스팅 디렉터가 영상을 따갔다. 이후 룸장모 역으로 1차 오디션을 봤는데 자자의 ‘버스 안에서’ 노래에 맞춰 춤을 춰야 했다. 너무 민망했다. 그 뒤에 자유연기도 했다. 이제 오열연기 이런 건 싫더라. 한재림 감독님도 보겠다는 생각에 웃긴 연기를 했다. ‘일말의 순정’이라는 시트콤에서 말도 안 되는 된장녀 연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걸 보여줬다. 감독님이 너무 웃겼다고 하더라.

10. 2차 오디션에서는 뭘 보여줬나.
한수연 : 한재림 감독님이 정우성 선배와 비주얼적으로 어울렸으면 좋겠고, 배우들 틈에서 기가 눌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펜트하우스에서는 내가 독보적인 존재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옆에 있던 조 감독님이 나를 보고 ‘우성 선배랑 어울릴 것 같지 않아?’라고 얘기를 해서 희망을 봤다. 자기를 놓고 놀 줄 알아야 된다고 해서 그날 또 춤을 췄다. 생목소리로 노래 부르고 벽까지 잡았다.(웃음) 1분만 날 내려놓자고 생각했다. 감독님이랑 30분 동안 룸장모 역으로 대사를 맞춰보기도 했다. 사실 그날 확답을 주지 않았다. 한참 연락이 없어서 접고 있었는데 2주 뒤에 확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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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수연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룸장모 역을 위해 가장 크게 신경 썼던 점은?
한수연 : 춤이었다. 우리 소속사가 음반 회사다. 부사장님께서 자자의 ‘버스 안에서’를 안무팀과 먼저 연습하고 있으라고 했다. 춤에 자신 있는 게 아니라서 미리 준비했다. 어느 정도 연습하고 있는 찰나에 영화팀에서도 연락이 왔다. 영화팀과 연습할 때는 이미 안무는 마스터를 한 상태였다. 마담 역으로 내가 돋보이기보다 이들 사이에 스며드는 존재이길 바랐기 때문에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도 집중을 했다.

10. 의상이 굉장히 우아했다.
한수연 : 한재림 감독님이 의상 역시도 꼼꼼하게 체크했다. 굉장히 디테일하게 나에게 맞는 의상을 알려줬다. 미적 감각이 뛰어 나더라. 마담 옷들이 화려한 건 아니었는데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웠다. 너무 예뻐서 탐이 났다.(웃음)

10. 영화 속에서 펜트하우스 장면은 백미였다. 춤을 추고 파티를 하는 장면은 어떻게 찍었나.
한수연 : 부산에 세트장을 지었는데, 제작비가 엄청 많이 들었다고 전해 들었다. 펜트하우스 안은 계속 스모그가 나왔다. 배성우 선배가 샴페인을 뿌리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로 계속 뿌렸다. 몇 십 테이크를 갔다. 깃털처럼 흩날리는 건 휴지였다. 일일이 다 뜯어서 뿌렸다. 스태프들이나 배우들도 오가면서 휴지를 엄청 많이 뜯었다. 펜트하우스 신은 고단했다. 녹초가 됐다. 다들 찌들었다. 몽롱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10. 펜트하우스나 굿 장면 등 영화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한수연 : 원래 정우성 선배랑 ‘버스 안에서’를 동시에 췄다. 현장에서 감독님들이 기립박수를 쳐줬다. 그런데 한강식 이미지가 너무 가벼워 보일 수 있다고 그 장면을 편집했더라. 당연히 주연을 먼저 생각하는 게 맞았지만 조금은 아쉬웠다. 굿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그냥 웃겼다. 지금에야 시국이 이렇게 됐지만 당시에는 ‘정말 이런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촬영했다. 한재림 감독님의 예지력에 몇몇 장면에서는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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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수연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춤은 얼마나 연습한 건가.
한수연 : 현장에서 툭 치면 나올 정도가 되고 싶었다. 완전히 마스터를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두 달 정도 연습을 했다.

10. 평소에도 춤추는 걸 즐기는지.
한수연 :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못 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웃음) 춤추러 다닌 적은 없는데, 춤 선생님이 소질 있다고 배워보라고 하더라. 기회가 생긴다면 도전하고 싶다. ‘버스 안에서’는 이왕 한 번 외운 거니까 까먹지 않으려고 한다. 언젠가 예능에서 한 번 보여줄 수도 있는 거니까.

10. 주로 정우성과 호흡을 맞췄다. 매너가 좋은 배우로 알려졌는데.
한수연 :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느꼈다. 가진 만큼 베풀 줄 아는 사람이다. 배려심이 좋고 의젓하고 차분하게 현장을 꿰뚫어본다. 그러다 자신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그때그때 케어를 한다. (정)우성 선배만 있으면 현장이 안심되고 안정됐다. 스태프들은 물론 배우들도 다 챙기고 도와준다. 피곤할 법도 한데 얼굴에서 짜증이나 싫은 티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진짜로 ‘저 분 뭐지?’라는 생각을 했다. 멋있고 존경스러웠다. 우성 선배랑 같은 앵글에 잡혀서 영광이었다. 우성 선배나 (조)인성 선배는 후배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더라.

10. 어떤 칭찬을 받았는지.
한수연 : 촬영 끝나고 인사를 하는 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늘 구석에 있는 곳까지 다 돌고 인사를 해야지 마음이 편한데 우성 선배가 내 모습을 보고 자세가 좋다고 말해줬다. 인성 선배는 ‘펜트하우스 신에서 네가 쭈뼛거렸다면 우리도 주저했을 것 같은데 즐겁고 과감하게 연기를 해줘서 우리도 녹아들었다’고 칭찬해줬다. 사실 후배로서 그런 칭찬 하나하나에 자신감을 얻고 감동을 할 수밖에 없다. 인정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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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수연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지난해 ‘구르미 그린 달빛’에 이어 올해 ‘더 킹’까지, 그야말로 맹활약이다.
한수연 : 사람한테는 정해진 운이 있다고 들었다. 그동안 한 번도 좋은 운이 없었는데 지난해부터 쓰고 있는 거 같다.

10. 10년의 무명을 버틴 보람이 있을 것 같다.
한수연 : 이제야 사람들이 조금씩 알아봐주고 있다. 늘 일은 했는데 피드백을 이제야 받기 시작했다. 무명 기간 동안 왔다 갔다 했다. 어쩔 때 나 혼자만 이 일을 짝사랑하는 느낌이 들어 그만둬야 하나했다. 날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다가도 그래도 나 정도면 괜찮다고,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있다고 위로했다. 희망적이었다가 어쩔 때는 좌절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됐다. 1년을 쉬면서 생활고에 시달리고 너무 비관적이라 그만두려고 할 때 신기하게도 연달아 몇 작품을 촬영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됐다.

10. 인지도가 쌓이고, 인기를 얻게 됐다. 어떤 자세로 연기를 임하고 싶은지.
한수연 :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충실하게 연기를 하고 싶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목표다. 나로 인해서 기분 좋은 느낌을 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더 킹’ 현장에서 우성 선배나 인성 선배가 후배들을 잘 챙기는 걸 봤는데, 벌써 그걸 따라하고 있더라. 펜트하우스에서 함께 연기했던 후배들을 챙기고 있는 날 봤다. 배운 게 정말로 많다.

10. 차기작은 어떻게 되나.
한수연 : 얘기 중인 드라마는 하나 있다. 영화는 감독님 세 분이 같이 하자고는 했는데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믿지 않는다. 약속 지키시는지 꼭 볼 거다.(웃음)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